[상식한입+] 테라-루나 사태 완벽 해부 (feat. 스테이블 코인)

[상식한입+] 테라-루나 사태 완벽 해부 (feat. 스테이블 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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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테이블 코인의 대표 주자였던 테라USD(UST)의 폭락 소식은 아마 뉴스에서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테라USD는 한 때 스테이블 코인의 혁신으로 불리며 시장의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안전장치가 없는 알고리즘으로 인해, 한번 가격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며 암호화폐 시장 전체를 흔들었죠. 업계에서는 테라-루나 사태로 인해 암호화폐 시장에 겨울이 왔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오늘 <상식 한 입+>에서는 스테이블 코인에 대해 자세히 다뤄볼 예정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무엇이며, 왜 등장했는지 그리고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테라-루나 사태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이기 때문입니다. 이후 테라-루나 사태가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로 발생하게 되었는지 자세히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최대한 쉽게 '테라-루나 사태'에 대한 핵심적인 내용을 알려드리겠습니다.

① 화: [마켓 인사이드] 복잡한 가상자산 시장, 한 번에 이해하기
② 수: [상식 한 입+] 테라-루나 사태 완벽 해부 (feat. 스테이블 코인)
③ 목: [기업 한 입] 비트코인 엄지척! 빗썸 완벽해부


스테이블 코인이란?

ⓒ CoinQuora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안정적인 코인'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실제 자산과 연동해 가치를 고정해둔 가상자산인데요. 예를 들어, 스테이블 코인을 달러와 연동해서 1 스테이블 코인 = 1$로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스테이블 코인 1개의 가치는 1$로 고정됩니다. 대표적인 스테이블 코인으로는 테더코인(USDT), 바이낸스USD(BUSD), 다이(DAI), 테라USD 등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암호화폐는 주식과 비슷합니다. 암호화폐의 가치가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시때때로 변하면서 매 순간 가격이 달라집니다. 특히나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하룻밤 사이에도 가격이 몇% 씩 바뀌기도 하죠. 그러나 스테이블 코인은 일반 암호화폐와는 달리 가치가 고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Q. 스테이블 코인, 왜 등장한 거죠?

원래 암호화폐는 중앙은행을 대체할, 새로운 화폐 체계를 만들고자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암호화폐는 높은 변동성 덕분에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을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가치가 고정된 스테이블 코인은 안정적이긴 하지만 고수익을 원하는 투자자에게는 그닥 매력적이지 않아 보이는데요.

하지만 일반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너무 높아 결제에 활용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어제는 1코인=2만원이어서 치킨을 한 마리 사 먹었는데, 오늘은 갑자기 1코인=10만원으로 가격이 올랐다면 굉장히 억울하겠죠? 1코인으로 오늘은 치킨을 5마리나 사 먹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변동성이 높은 암호화폐는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기엔 적절하지 않습니다.

반면 스테이블 코인은 가치가 안정적이라 결제에 활용되기 용이합니다. 실제로 스테이블 코인은 결제 수단으로 암호화폐를 이용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는데요. 대부분의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나 원화 등 법정 통화를 기준으로 가치를 고정합니다. 따라서 기존 결제 시스템과 연동하기도 쉽죠. 실제로 스테이블 코인을 기존 화폐 체계와 연동하려는 시도는 계속 이어져 오고 있으며,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일부 암호화폐를 구매할 때 현금 대신 스테이블 코인을 사용할 수 있기도 합니다.


스테이블 코인, 더 자세히 알아보기

스테이블 코인의 장점은?

앞서 스테이블 코인은 가치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 결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1$와 1코인의 가치가 같다면, 이미 다들 사용하고 있는 달러를 사용하면 되지 왜 스테이블 코인을 사용하는 걸까요?

정답은 '수수료'에 있습니다. 일반 화폐를 해외에 송금하려는 경우, 은행을 통해 송금하면 꽤나 높은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데요. 대신 스테이블 코인으로 송금하면 블록체인에서 들어가는 약간의 수수료만 내면 송금이 가능합니다. 또한 블록체인을 사용하기 때문에, 스테이블 코인은 24시간 송금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죠.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스테이블 코인이 사용되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A코인을 팔고, B코인을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현금으로 바꾸려면 꽤 높은 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하지만 스테이블 코인을 사용해 다른 암호화폐를 구매하면 높은 수수료를 피할 수 있죠. 또한 스테이블 코인은 정해진 법정 화폐로 환전도 간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과 CBDC의 차이, 신뢰도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란 한 국가의 중앙은행이 만든 디지털 화폐를 말합니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자면 CBDC는 1원과 가치가 똑같이 유지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특정 자산과 가치가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과 비슷하죠.

CBDC는 중앙은행이 직접 가치를 보장해준다는 것이 일반적인 스테이블 코인과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가치를 1$로 유지하기 위해 이것저것 노력을 많이 해야 하지만,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는 쉽게 가치를 1$로 유지할 수 있죠. 어차피 각국의 법정 화폐도 중앙은행이 발행하니 말입니다. 중앙은행이 만든 CBDC는 손쉽게 정해진 가치를 유지할 수 있으니, 굉장히 신뢰도가 높습니다.

반면 민간이 발행한 스테이블 코인은 신뢰도를 확보하기 굉장히 어렵습니다. 정해진 가치를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도화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요. 민간 기관은 중앙은행처럼 화폐를 찍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가치를 유지하는 시스템에 필연적으로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신뢰도 의문이 나오고, 불안정하다는 얘기가 도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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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 코인, 가치를 어떻게 고정해요?

스테이블 코인을 특정 자산과 연동해 가치를 고정하는 것을 페깅(Pegging)이라고 합니다. 페깅은 원래 환율 용어인데요. 한 국가의 환율을 다른 국가의 화폐에 고정시켜 환율 변동을 막는 고정 환율 제도를 말합니다. 스테이블 코인 역시 1$ 등 정해진 자산에 가치를 고정하기 때문에, 페깅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페깅에는 크게 3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① 법정화폐 담보형

1코인 = 1$처럼 법정 화폐에 가치를 고정해두는 방식의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1코인=1$인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회사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이론적으로 법정화폐 담보형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회사는 코인을 1개 발행할 때마다 1$를 담보로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코인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나 이제 이 코인 팔 거니까 1$ 줘"라고 할 때 바로바로 1$를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죠. 즉,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회사는 지금까지 발행한 코인의 가치만큼, 달러를 보관해두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회사가 그냥 돈을 가지고 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1억달러어치 코인을 발행했다면, 회사는 현금 1억달러를 가지고 있어야 되는데, 이 돈을 그냥 가지고 있으면 손해입니다. 1억달러 현금을 주식이나 국채 등 여기저기 투자를 해서 수익을 내는 것이 낫죠. 실제로 은행은 우리가 저축한 돈을 일정 비율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투자를 해서 수익을 챙깁니다.

이렇게 가지고 있어야 하는 예치금을 투자에 사용하면, 손해를 보는 경우 문제가 발생합니다. 하지만 은행은 법적으로 많은 규제를 받기 때문에 안전장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워낙 신뢰도 높은 기관이다 보니 투자를 통해 손해를 조금 보더라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죠. 그러나 코인을 발행하는 민간 기업은 다릅니다. 이론상 발행한 코인만큼의 돈을 다 가지고 있지 않으면 신뢰도에 문제가 생기죠. 실제로 테더코인을 발행한 테더 사는 테더코인의 시가총액만큼의 예치금(달러)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논란이 생겼던 적이 있습니다.

미국 법무부, 테더(USDT) 조사하는 이유
26일(미국시간)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스테이블코인 USDT 발행사 테더(Tether) 경영진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법무부가 검토하는 혐의는 테더가 사업 초기 2014년 은행 계좌를 개설할 때 암호화폐 사업에 대해 숨겼는지 여부다. 이번 조사로 테더의 USDT 예치금에 대한 투명성 제고와 이를 입증할 감사 보고서 제출에 대한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테더는 “블룸버그통신 기사는 오래된 주장을 ‘뉴스’로 재포장하는 패턴을 따른다”면서 “미국 법무부를 비롯한 사법기관과 공개적으로 대화를 이어갈 예정”이라

② 암호화폐 담보형

암호화폐 담보형 스테이블 코인은 실제 화폐가 아니라, 암호화폐를 담보로 가지는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예를 들어, 스테이블 코인은 1이더리움(ETH)과 가치가 연동되고, 회사는 코인 발행량만큼 이더리움을 예치해둬야 하는 것이죠.

암호화폐 담보형 스테이블 코인은 특이하게 대출의 형태로 스테이블 코인을 지급합니다. 앞서 이더리움을 예시로 들었는데, 그 이유는 이더리움이 가진 '스마트 컨트랙트' 기술 때문입니다. 스마트 컨트랙트란 블록체인을 이용해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 자동으로 계약이 체결되고 이행되도록 하는 기술인데요. 이를 이용해 암호화폐 담보형 스테이블 코인을 사려는 사람은 회사에 이더리움을 담보로 주고, 정해진 기간 동안 스테이블 코인을 빌릴 수 있습니다. 이후 대출 기간이 끝나면 계약에 따라 자동적으로 스테이블 코인을 갚고, 담보를 돌려받을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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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무담보 스테이블 코인

무담보 스테이블 코인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담보로 삼지 않는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담보가 없는 대신, 코인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해서 1코인의 가치를 고정하죠. 1달러를 기준으로 하는 무담보 스테이블 코인을 예로 들겠습니다.

  • 1코인이 1달러보다 가격(가치)이 낮은 경우 → 코인을 소각해서 공급을 줄임 → 코인 가격이 1$까지 상승
  • 1코인이 1달러보다 가격(가치)이 높은 경우 → 코인을 더 발행해서 공급을 늘림 → 코인 가격이 1$까지 하락

이렇듯 무담보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하는 회사는 코인의 공급량을 조절해 코인 가격을 1$로 유지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애초에 이 코인을 사려는 사람이 없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1코인이 1달러보다 가격이 낮은 경우, 코인 공급을 늘려 코인의 가치를 높여도 사려는 사람이 없으면 가격이 제대로 올라가지 않게 됩니다. 회사가 코인의 공급량을 조절해도, 원하는 만큼 코인 가격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죠. 즉, 무담보 스테이블 코인은 이 코인을 사고팔려는 사람(=수요)이 많도록 신뢰를 유지해야 합니다. 신뢰가 무너지고 코인의 인기가 없어지는 순간 가치를 고정해둘 수 없기 때문입니다.

테라USD는 대표적인 무담보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그리고 테라USD가 폭락한 이유도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인데요. 무슨 일인지,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테라-루나 사태, 완벽하게 이해하기

ⓒ 테라폼랩스
사건 요약

먼저, 핵심 용어를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 테라USD(UST) : 테라폼랩스라는 회사가 만든 무담보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1UST=1$로 가치를 유지합니다.
  • 루나(LUNA) : 테라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테라USD의 가치를 1$로 유지하는데 사용되는 토큰입니다. 일반적인 가상자산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테라USD는 유망한 스테이블 코인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테라 생태계에 사용되는 가상자산 루나는 글로벌 가상화폐 시가총액 8위까지 오를 정도로 인기 있는 가상자산이었죠. 그러나 5월 초,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USD의 가격이 폭락했고, 루나의 가격 역시 함께 폭락했습니다. 주목받던 스테이블 코인과, 시가총액 8위까지 찍었던 메이저 가상자산의 폭락은 가상자산 시장의 전반적인 폭락을 불러왔고, 업계에서는 '암호화폐의 겨울이 왔다'는 표현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테라USD와 루나에 투자한 많은 투자자들도 피해를 봤죠.

테라-루나 생태계가 작동하는 원리는?

일각에서는 테라와 루나의 폭락은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었다고 분석합니다. 테라USD와 루나가 상호작용하는 알고리즘은 지속되기 힘들었다는 것인데요. 테라는 어떤 원리로 루나를 활용해 가치를 1$로 유지하는 것이며, 왜 이 방식이 지속되기 어려운 것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앞서 테라USD는 무담보 스테이블 코인이며, 1$로 가치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설명드렸습니다. 구체적으로, 테라USD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테라USD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해서 가치를 유지합니다.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 테라USD의 가격이 1$보다 낮은 경우 → 테라USD의 공급량을 줄여 가격을 1$까지 높인다.
  • 테라USD의 가격이 1$보다 높은 경우 → 테라USD의 공급량을 늘려 가격을 1$까지 낮춘다.

① 테라 프로토콜

이 때, 테라USD(UST)의 공급량을 조절하는 시스템을 '테라 프로토콜(Terra Protocol)'이라고 부릅니다. 테라 프로토콜의 핵심은 '테라USD와 루나를 서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시중에 나온 테라USD의 공급량을 조절한다'는 것인데요. 핵심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 1UST ↔ 1$ 가치를 갖는  n개의 루나(LUNA)로 교환이 가능하다.

(즉, 1UST를 1$어치 루나로 교환하거나, 반대로 1$어치 루나를 1UST로 교환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1LUNA가 현재 0.5$라고 하겠습니다. 그럼 1$어치의 루나는 2LUNA겠죠? 그럼 우리는 시스템에 1UST를 반납하고, 2LUNA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시스템에 2LUNA를 반납하면, 1UST를 받을 수 있죠. 핵심은 1UST와 1$어치의 루나를 언제나, 얼마든지 교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테라 프로토콜을 활용하면, 우리는 무위험 차익거래를 할 수 있습니다. 1UST의 가격이 1$에서 벗어나는 경우, 교환을 통해 아무런 위험 없이 돈을 벌 수 있다는 뜻인데요. 이 교환으로 인해 시중에 나와있는 테라USD의 공급량이 자연스럽게 조정됩니다. 아래 두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1) 1UST < 1$ 일 때 (1UST를 0.7$라고 가정)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1UST는 0.7$입니다. 그런데 테라 프로토콜을 사용하면, 1UST를 1$어치의 루나로 바꿀 수 있다고 했죠? 1UST를 1$어치의 루나로 바꾸고, 바꾼 루나를 팔면 1$를 받을 수 있습니다. 즉, 0.7$ 가치를 가진 UST를 테라 프로토콜로 루나로 바꾸기만 했는데, 0.3$ 수익을 낸 것입니다. 이 때, 1UST를 루나로 바꾸었으니, 시중에 풀린 테라USD의 공급량은 줄어듭니다.

2) 1UST > 1$일 때 (1UST를 1.3$라고 가정)

이 경우, 가지고 있는 루나(LUNA) 1$어치를 교환합니다. 그럼 1UST를 얻을 수 있겠죠? 그리고 이 1UST를 팔면 1.3$를 얻을 수 있습니다. 1$어치 루나를 테라USD로 교환하고, 이를 팔아 1.3$를 얻은 것입니다. 단순 교환으로 0.3$ 수익을 낸 것입니다. 이 때, 루나를 테라USD로 바꾸었으니, 시중에 풀린 테라USD의 공급량은 늘어납니다.

이처럼 1UST의 가치가 1$에서 벗어나게 되면, 테라USD나 루나를 보유한 투자자들은 가지고 있는 코인을 교환해 수익을 내고자 합니다. 이렇게 너도나도 테라USD와 루나를 교환해 수익을 내고자 하니, 자연스럽게 테라USD의 공급량이 조절되면서 가격이 1$로 유지되는 것입니다.

② 앵커 프로토콜
ⓒ COINSUTRA

그런데, 앞서 무담보 스테이블 코인은 코인 자체의 인기와 신뢰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아무리 차익거래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어느 순간 사람들이 테라USD와 루나에 관심이 없다면 거래량이 줄어들 것이고, 원하는 만큼 공급량 조절이 안되면 테라USD의 가치를 1$로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죠. 그래서 테라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테라USD를 필요하게 만드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테라폼랩스는 테라USD에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앵커 프로토콜(Anchor Protocol)을 만들었습니니다. 앵커 프로토콜의 핵심은 '시스템에 테라USD를 저축하면, 연 19.5%라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테라USD를 보유한 사람들이 저축을 통해 연 19.5%라는 어마어마한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게 하는 거죠. 앵커 프로토콜 덕분에 테라USD는 많은 관심을 받으며 인기와 신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앵커 프로토콜은 구조적으로 지속되기 어려웠는데요. 앵커 프로토콜이 고수익률을 보장해주는 방식을 살펴보면 답을 알 수 있습니다. 앵커 프로토콜의 알고리즘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앵커 프로토콜에서 테라USD를 빌리는 대출자(Borrower)

대출자는 앵커 프로토콜 시스템에 다른 가상자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테라USD를 빌립니다. 그리고 연 11~16%의 이자를 내죠. 앵커 프로토콜 시스템은 담보로 가지고 있는 다른 가상자산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투자를 진행해 별도의 수익을 내죠.

2) 앵커 프로토콜에 테라USD를 저축하는 예치자(Depositor)

예치자는 시스템에 테라USD를 저축합니다. 그리고 대출자가 낸 11~16%의 이자, 앵커 프로토콜이 자체적인 투자로 불린 수익, 그리고 테라폼랩스가 자체 자금으로 지원해주는 돈을 합쳐 19.5%라는 높은 이자수익을 받죠. 예치자는 저축만 해둬도 매년 저축액의 19.5%를 수익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테라USD와 루나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19.5%라는 이자율은 너무 높습니다. 대출자가 납부한 이자와 앵커 프로토콜이 자체적인 투자로 낸 수익을 합쳐도, 예치자 모두에게 19.5%의 수익률을 돌려주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예치자에게 높은 이자를 주려면 더 많은 대출자가 돈을 빌려가고, 높은 이자를 내야 하죠. 이는 앵커 프로토콜이 다단계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계속 새로운 대출자가 나와야 시스템이 유지가 되는 것이죠.

[디사이퍼 특별기고]③테라, 새로운 스테이블코인 시대의 개막-上
쉽게 풀어쓴 테라 프로젝트 분석 그리고 루나의 차별화된 가치 평가 방법 서울대학교 블록체인 학회 디사이퍼에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글을 기고합니다. 세 번째 주제로 스테이블 코인 테라(Terra) 프로젝트를 분..

테라-루나, 몰락의 원인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는 "커브 파이낸스"라는 거대한 DeFi(탈중앙화 금융) 플랫폼이 있습니다. 그리고 커프 파이낸스에는 3Pool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3개의 메이저 스테이블 코인(DAI, USDC, USDT)이 있습니다. 그런데 테라USD는 아직 이 3Pool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테라는 자신까지 포함해 4Pool을 만들고자 도전에 나섰죠.

테라를 지원하는 재단인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는 대량의 테라USD를 인출해 4Pool에 테라USD를 편입시키는데 사용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대량의 테라USD가 인출된 틈을 타, 익명의 공격자가 3억5천만UST에 달하는 대량의 테라USD를 동시에 인출했는데요. 안그래도 루나파운데이션가드가 테라USD를 대량 인출해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격자가 대량의 테라USD를 매도하자 순식간에 테라USD의 가격이 1$보다 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테라USD의 가격이 순식간에 떨어지자, 투자자들은 공포에 질려 너도나도 앵커 프로토콜에 예치해뒀던 테라USD를 인출해 매도하기 시작했죠. 뱅크런이 일어난 것입니다.

갑자기 시중에 엄청난 매도 물량이 나오자 테라USD의 가격은 더욱 폭락했습니다. 테라USD 가격이 폭락하자, 사람들은 차익거래를 위해 루나를 마구 교환해 팔기 시작했죠. 실제로 테라USD 폭락이 시작된 이후 루나는 1분마다 수억개가 교환되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교환이 일어나면 테라USD의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다시 오르는 것이 맞지만, 앵커 프로토콜에서 대규모 인출이 이루어진 것을 알고 있는 투자자들은 시스템이 제대로 유지되지 못할 것을 걱정했습니다. 테라 생태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공포감은 테라USD의 가격이 다시 오르는 것을 방해했고, 결국 '루나가 테라USD 가격을 조절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며 루나 가격은 테라USD와 함께 폭락했죠.

테라USD와 루나의 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는 악순환이 발생하면서 테라 생태계는 사람들의 신뢰를 잃어 갔고, 결국 무너졌습니다. 테라USD는 1$ 가치를 유지하지 못하게 되었고, 한 순간에 테라USD와 루나는 휴지 조각이 되어버렸습니다.

[블록렌즈] 테라 ‘루나 코인’ 추락 과정 분석…시장은 냉혹했다
(출처=테라폼랩스 홈페이지)10만 원을 호가하던 루나(Luna) 코인이 10원으로 99.99% 하락하는데 걸린 시간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 이달 6일에만

가상자산 시장 전체가 영향을 받은 이유

테라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재단, 루나파운데이션가드(LTG)는 앵커 프로토콜 운영을 위한 지급준비금(높은 이자율을 유지하기 위한 지원금)으로 비트코인을 대량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루나를 판매하자, 루나의 가격이 폭락했습니다. 루나파운데이션가드는 루나 매도 물량을 다시 사들여 소각하는 등 루나의 가치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대량의 비트코인을 팔아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는데요. 시중에 비트코인 매물이 대량 등장할 것을 우려해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게 되었고, 비트코인 하락은 곧 가상자산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주었습니다.

현재 테라USD와 루나는 대부분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가 정지된 상황입니다. 테라-루나 사태가 발생하자 각국 금융당국은 스테이블 코인에 투자하는 것을 경고하는 한편, 스테이블 코인을 본격적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투자자들은 변동성이 높은 가상자산과 주식 투자의 위험성을 체감하고,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쪽으로 투자 방향을 돌리기도 했죠. 이에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 시장에서도 하락세가 감지되기도 했습니다.

‘이름값 무색‘...흔들리는 ‘스테이블코인’ 시장, 왜? - BBC News 코리아
한국산 암호화폐 루나와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 테라의 급락이 전 세계 시장에 충격을 가져왔다.

스테이블 코인이 정해진 가치를 유지하는 기반에는 '신뢰'가 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가치를 유지하든 투자자들과의 신뢰가 있어야 제대로 가치를 유지할 수 있죠. 그러나 한 번 신뢰가 깨지면, 그동안 쌓아둔 모든 시스템이 무너지고 시장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이번 테라-루나 사태로 전 세계가 이를 깨달았죠. 가상자산 시장의 충격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가상자산 시장에는 겨울 눈보라가 휘몰아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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