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DEEP BYTE에서는 반도체와 물류의 병목현상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살펴봤습니다. 오늘은 에너지노동력 측면의 병목현상을 살펴보고, 공급망 리스크 관리에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공급망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3.에너지

최근의 에너지 대란도 미국과 중국, 유럽의 여러 국가들에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작년 코로나19 확산 직후 배럴 당 20~30달러 선까지 떨어졌던 원유 가격은 어느새 80달러를 돌파했고, 비교적 깨끗하다고 여겨지는 천연가스의 가격도 유럽 지역에서 전년 대비 7~8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원유 값이 오르자 바이든 대통령은 산유국 모임인 OPEC+에 석유 증산을 요구하기도 했고,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에 천연가스 증산을 요구하기도 했죠. 영국에서는 유조차 운전사가 부족해지면서 휘발유가 동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에서는 아예 에너지가 부족해져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고, 공장들이 조업을 중단하기도 했는데요. 중국이 에너지 부족으로 석탄 수입을 늘리면서 석탄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인도의 전력 생산이 덩달아 차질을 빚기 시작했죠.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원유와 석탄, 천연가스 등 에너지원에 대한 공급 리스크가 심해지면서 물건 가격이 상승하고 성장률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근 에너지 대란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크게 코로나19로 인한 수급 불균형세계적인 탈탄소 흐름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앞서 반도체나 물류에서도 설명했듯 코로나19 확산 이후 세계의 빠른 회복세는 예상외였습니다. 초기에는 에너지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에너지 가격이 폭락하고, 에너지 기업들도 감산에 나섰는데요. 하지만 각국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의 영향으로 제조업 경기와 소비심리가 빠르게 개선되면서 원자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의 빠른 확산으로 석탄 광산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는 등 공급이 제한되기도 했죠.

하지만 수급불균형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각국의 탈탄소 정책이었습니다. 탄소 배출이 기후위기를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는데요. 이런 목표에 따라 세계 주요국들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산업계의 에너지 전환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net-zero)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를 위해 유럽의 주요국들과 미국, 그리고 중국 등은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고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의 활용을 늘려왔는데요.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효율이 화석연료 발전보다 낮아 늘어난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특히 강력한 탈탄소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유럽의 경우 러시아에서 공급되는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그런 가운데 경제 회복으로 에너지 수요가 폭증하고, 천연가스의 주요 생산국인 러시아가 공급량을 동결하면서 에너지난을 겪게 된 것이죠. 러시아는 반대로 에너지난을 계기로 유럽 주요국에 대한 힘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한동안 계속 상승하던 천연가스 가격은 최근 러시아가 공급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어느 정도 안정세를 되찾았지만, 난방 수요가 급등하는 겨울철을 앞둔 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불안한 상황입니다.

중국 역시 이런 탈탄소 흐름에 동참하고 있는데요. 세계 주요국들이 탈탄소 정책에 나서는 가운데, 국제 관계에서 미국과 양강을 이루고 있는 중국이 여기에 빠질 수 없었겠죠. 중국은 탈탄소 정책을 통해 중국의 선진성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고자 했고, 석탄 발전을 줄여 내년 겨울로 예정된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맑은 하늘'을 세계인들에게 보여주고자 했죠. 하지만 중국은 전체 전력 생산의 57%를 석탄 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데다, 중국 정부가 호주와의 외교 갈등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호주산 석탄의 수입을 잠정적으로 금지하면서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결국 중국은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석탄을 흡수해 에너지 수요를 충당했고, 이로 인해 인도의 석탄 공급이 부족해지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