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BYTE] 공급망 리스크 완전 해부(2): 에너지와 노동력

[DEEP BYTE] 공급망 리스크 완전 해부(2): 에너지와 노동력

세계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에너지와 노동력을 중심으로 총정리해볼까요?

🐶  J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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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DEEP BYTE에서는 반도체와 물류의 병목현상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살펴봤습니다. 오늘은 에너지노동력 측면의 병목현상을 살펴보고, 공급망 리스크 관리에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공급망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3.에너지

최근의 에너지 대란도 미국과 중국, 유럽의 여러 국가들에 큰 피해를 입혔습니다. 작년 코로나19 확산 직후 배럴 당 20~30달러 선까지 떨어졌던 원유 가격은 어느새 80달러를 돌파했고, 비교적 깨끗하다고 여겨지는 천연가스의 가격도 유럽 지역에서 전년 대비 7~8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원유 값이 오르자 바이든 대통령은 산유국 모임인 OPEC+에 석유 증산을 요구하기도 했고,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에 천연가스 증산을 요구하기도 했죠. 영국에서는 유조차 운전사가 부족해지면서 휘발유가 동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에서는 아예 에너지가 부족해져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고, 공장들이 조업을 중단하기도 했는데요. 중국이 에너지 부족으로 석탄 수입을 늘리면서 석탄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인도의 전력 생산이 덩달아 차질을 빚기 시작했죠.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원유와 석탄, 천연가스 등 에너지원에 대한 공급 리스크가 심해지면서 물건 가격이 상승하고 성장률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근 에너지 대란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크게 코로나19로 인한 수급 불균형세계적인 탈탄소 흐름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앞서 반도체나 물류에서도 설명했듯 코로나19 확산 이후 세계의 빠른 회복세는 예상외였습니다. 초기에는 에너지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에너지 가격이 폭락하고, 에너지 기업들도 감산에 나섰는데요. 하지만 각국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의 영향으로 제조업 경기와 소비심리가 빠르게 개선되면서 원자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의 빠른 확산으로 석탄 광산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는 등 공급이 제한되기도 했죠.

하지만 수급불균형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각국의 탈탄소 정책이었습니다. 탄소 배출이 기후위기를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는데요. 이런 목표에 따라 세계 주요국들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산업계의 에너지 전환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net-zero)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를 위해 유럽의 주요국들과 미국, 그리고 중국 등은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고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의 활용을 늘려왔는데요.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효율이 화석연료 발전보다 낮아 늘어난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특히 강력한 탈탄소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유럽의 경우 러시아에서 공급되는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그런 가운데 경제 회복으로 에너지 수요가 폭증하고, 천연가스의 주요 생산국인 러시아가 공급량을 동결하면서 에너지난을 겪게 된 것이죠. 러시아는 반대로 에너지난을 계기로 유럽 주요국에 대한 힘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한동안 계속 상승하던 천연가스 가격은 최근 러시아가 공급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어느 정도 안정세를 되찾았지만, 난방 수요가 급등하는 겨울철을 앞둔 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불안한 상황입니다.

중국 역시 이런 탈탄소 흐름에 동참하고 있는데요. 세계 주요국들이 탈탄소 정책에 나서는 가운데, 국제 관계에서 미국과 양강을 이루고 있는 중국이 여기에 빠질 수 없었겠죠. 중국은 탈탄소 정책을 통해 중국의 선진성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고자 했고, 석탄 발전을 줄여 내년 겨울로 예정된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맑은 하늘'을 세계인들에게 보여주고자 했죠. 하지만 중국은 전체 전력 생산의 57%를 석탄 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데다, 중국 정부가 호주와의 외교 갈등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호주산 석탄의 수입을 잠정적으로 금지하면서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결국 중국은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석탄을 흡수해 에너지 수요를 충당했고, 이로 인해 인도의 석탄 공급이 부족해지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중국 곳곳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유럽에서는 천연가스가, 중국에서는 석탄이 부족한 가운데 미국에서도 석유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8월 미국을 덮쳤던 허리케인 아이다 때문입니다. 아이다가 미국 석유생산의 17%를 차지하는 멕시코만의 석유생산시설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생산시설의 80%가 마비되었는데요. 피해가 아직 완전히 복구되지 못하면서 미국 내 원유공급이 줄었고, 원유가격은 지속적으로 올라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중동 산유국과 러시아의 모임인 OPEC+에 증산 속도를 늘려달라고 요구했지만, OPEC+는 기존의 증산 속도를 유지하면서 석유 가격 상승을 견인했죠.

결국 코로나19로 인한 수급불균형, 각국의 탈탄소 정책, 그리고 자연재해로 인한 생산시설의 폐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에너지 대란이 발생한 것인데요. 이런 에너지 공급부족은 기업의 생산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에너지 가격 상승분은 제품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물가가 상승하는 결과가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4.노동력

반도체와 물류, 에너지 못지않게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노동력 부족 사태입니다. 미국에서는 소매업과 서비스업에서 저숙련 노동자 공급 부족 사태가, 영국에서도 저임금 노동자 부족 사태가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요. 이런 노동자 부족 사태는 모두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된 만큼 해소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먼저 미국의 경우 고령층 노동자들의 조기 은퇴코로나19로 인한 양육 부담 증가가 노동력 부족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대면 근무에 대한 거부감이 늘어나고, 증시의 급등으로 중장년층 노동자들의 퇴직금과 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조기 은퇴가 늘어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의 전방위적 확산으로 학교와 보육시설들이 폐쇄되면서 부모의 양육 부담이 크게 늘어났죠. 늘어난 양육 부담에 젊은 노동자들은 일자리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고, 고령층의 은퇴는 빨라지면서 노동 공급이 부족해진 것입니다. 백신 접종 확대로 식당과 마트 등 서비스업과 소매업의 회복이 가시화됨에 따라 노동력 수요가 커진 것도 노동력 병목현상을 이끌었습니다.

영국의 경우 지정학적인 요인이 노동력 부족을 유발했습니다. 영국과 유럽은 노동시장을 공유해왔고, 유럽의 이주노동자들이 영국에서 저임금 노동을 도맡아 왔습니다. 하지만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의 영향으로 유럽 대륙의 노동자들이 영국을 떠나면서 노동공급이 급격히 수축했습니다. 최근 영국에서 발생했던 '주유 대란'도 이 때문이었는데요. 영국의 유조차 기사들은 대부분 유럽 대륙 출신이었는데, 비자문제로 영국에서 일하는 게 어려워지면서 영국을 탈출한 것이죠. 현재 영국에서는 트럭 운전기사가 10만명 가까이 부족해지면서 소매점에서는 생필품이, 주유소에서는 기름이 동나는 현상이 잦아졌죠.

미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노동력 부족 현상이 서서히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위드코로나 정책의 시행으로 식당과 카페 등의 영업시간 제한이 완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이 아르바이트 구인에 나서기 시작했는데요. 온라인 구직 공고는 40% 넘게 늘었는데 정작 아르바이트 지원자는 10% 가까이 감소하면서 '알바 구인난'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구직활동지원금 등 취업관련 제도가 개선되고, 청년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청년들이 근무환경이 좋지 않은 일자리를 기피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청년 인구 감소에 따라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죠.

탄력적인 공급망 운용의 중요성

공급망 리스크가 전 세계를 휩쓰는 가운데서도 몇몇 기업들은 이를 잘 극복해내면서 높은 실적을 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미국의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좋은 예시인데요. 테슬라는 공급망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면서 반도체 공급난을 극복하고, 지난 3분기 역대 최대 차량 인도량과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호실적에 주가도 '마의 벽'으로 여겨졌던 1,000달러를 뛰어넘었죠. 미국의 대표적인 완성차 업체인 포드와 GM이 공급망 리스크로 크게 부진했던 것과는 정반대입니다. 테슬라는 병목현상의 원인이었던 반도체를 자체적인 소프트웨어 파워로 극복해냈죠.

차량에 탑재되는 수백~수천개의 반도체 중 최근 가장 부족사태가 심각했던 것은 MCU(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라는 반도체인데요. MCU는 특정한 기능만을 수행하는 컴퓨터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PC에 탑재되는 CPU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반도체이지만, 가전제품이나 차량에 탑재되는 MCU는 특정한 기능만을 수행하도록 프로그래밍된 반도체이죠. 테슬라는 원래 MCU를 납품받던 업체의 공급이 줄어들자, 이를 타 업체의 MCU로 대체한 뒤 이에 맞게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변경하는 식으로 공급난에 대처했습니다. 공급처를 다변화해 공급망을 탄력적으로 운영함으로써 병목현상을 해소한 것이죠.

공급망 리스크, 영향과 전망

앞서 살펴보았던 공급망 리스크는 세계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기 침체를 뜻하는 Stagnation과 물가 상승을 뜻하는 Inflation이 결합한 합성어로, 물가가 오르면서 경기는 침체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보통은 제품 수요가 늘면서 물가가 상승하고 경기가 활성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공급 측면에서 큰 충격이 발생할 경우 물가는 오르면서 경기가 침체하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하죠.

공급망 리스크로 부품과 물류, 에너지와 노동력의 가격이 모두 오르게 되면 제품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들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기 때문이죠. 이런 식으로 물가가 상승하면 기업의 실적이 악화되고, 상품의 생산과 판매가 차질을 빚으면서 경제도 침체되게 됩니다. 물론 아직 1970년대 미국의 상황처럼 장기적인 침체 국면으로 접어든 것은 아니지만, 공급망 리스크가 심화함에 따라 세계 각국의 GDP 성장률도 둔화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공급망 리스크는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요? 일단 에너지 같은 경우,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확대한다고 밝히며 상황이 조금 진정되는 모습인데요. 하지만 석유의 경우 OPEC+가 추가 증산을 거부하면서 부족 사태가 쉽게 해결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도체의 경우 최근 파운드리 업체들이 공격적인 설비투자에 나서면서 어느 정도 공급난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말과 내년 초를 기점으로 반도체 대란도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이죠.

하지만 물류와 노동력은 여전히 앞이 캄캄한 상황입니다. 컨테이너선 발주가 늘고 있긴 하지만 항만의 적체 현상으로 물류 대란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워보입니다. 노동력 역시 떠난 노동자들이 어느 정도 돌아오며 회복되고 있지만, 조기 은퇴와 출산율 저하 등의 구조적 요인 때문에 장기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죠. 결국 이런 상황 속에서 기업들의 생산-운영 관리(operation management)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병목현상을 찾아내 빠르게 해결하는 기업들만이 '부족경제' 시대의 승자가 되겠죠. 과연 세계 경제는 코로나19가 남긴 수많은 리스크들을 잘 극복하고 정상 상태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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