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한입] 유럽 천연가스 밸브를 틀어쥔 '가즈프롬'

[기업한입] 유럽 천연가스 밸브를 틀어쥔 '가즈프롬'

러시아는 에너지 자원을 외교 정책적인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그러한 에너지 무기화의 중심에는 가즈프롬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 In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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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BYTE+에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 위기와 러시아를 압박하는 NATO, 미국의 대러 제재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다양한 제재 방안을 마련해왔는데요. 이렇게 서방 국가들의 압박을 받을 때마다 러시아가 꺼내 드는 비장의 카드가 있습니다. 바로 천연가스죠. 그런데 러시아 정부의 천연가스 통제는 가즈프롬이라는 반국영기업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가즈프롬은 러시아의 반국영 천연가스 기업으로,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알렉세이 밀러가 오랜 기간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습니다. [출처: KBS1]

오늘 <기업 한 입>에서는 러시아의 반국영기업, '가즈프롬'에 대해 분석해보려 합니다. 가즈프롬은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기업인데요. 러시아 정부는 가즈프롬 지분의 과반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서방 국가들과의 마찰이 발생할 때, 러시아 정부는 가즈프롬을 통해 천연가스 공급을 통제하면서 그들을 압박하곤 하는데요. 러시아 에너지 무기화의 주역, 가즈프롬에 대해 함께 살펴보시죠.

 

① 월: [DEEP BYTE] 우크라이나-러시아 사태의 원인, 현황, 영향
② 화: [상식한입+] 시대순으로 돌아보는 NATO의 역사
③ 수: [마켓인사이드] 러시아는 미국이 두렵지 않을까? 미국의 제재와 영향
④ 목: [기업한입] 유럽 천연가스 밸브를 틀어쥔 '가즈프롬'


About 가즈프롬

가즈프롬은 'Gazobaia Promyshlenost(가스산업)'의 축약어로 1989년에 '석유가스공업성'이라는 러시아의 국영기업에서 시작했습니다. 가즈프롬은 현재 러시아 정부가 50.23%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반국영, 다국적 에너지 기업인데요. 러시아 정부의 지원 하에 빠르게 성장하여 현재는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사업분야

가즈프롬은 천연가스의 시추와 채굴 뿐 아니라 정제, 유통 등 전반적인 과정을 모두 수행하고 있는데요. 가즈프롬이 생산해내는 천연가스의 양은 러시아 천연가스 생산량의 66%, 세계 천연가스 생산량의 11%에 해당합니다.

가즈프롬은 천연가스 외의 다른 분야에도 넓게 진출해 있는데요. 자회사 가스프롬네프트를 통해 석유를 생산하고 있으며 자회사 가스프롬미디어를 통해서 러시아의 언론도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은행, 보험, 건설, 항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국영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그리고 반국영기업으로

국영기업이었던 가즈프롬은 민영화와 국영화를 차례로 거친 후 현재 반국영기업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1989년 구소련 시기 가즈프롬은 천연가스 사업을 담당하는 국영기업에서 시작했는데요. 이후 1993년 보리스 옐친 정부 시기 국영기업의 사유화 정책의 일환으로 주식회사로 전환되며 민영화되었습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집권 이후 러시아 에너지 산업은 크게 개편되었는데요. 러시아를 강대국으로 회복시키고자 했던 푸틴은 에너지 자원을 외교정책의 일환으로 활용할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에너지 기업을 재국유화하면서 이들에게 독점적인 권리를 부여한 것인데요. 이로써 정부는 에너지 자원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가즈프롬 역시 반국영기업으로 전환되었고, 민간 기업이 아닌 정부 기관의 일부로서 에너지 외교정책의 첨병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가즈프롬은 이러한 정치적 역할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는데요. 러시아 정부가 지배주주인 것은 사실이나 기업으로서 이익 극대화를 지향하며 러시아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입니다.

푸틴 “강한 러시아” 내세워 ‘국영화 드리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가 ‘기업형 국가’(Corporate state)로 바뀌고 있다. 영국 경제일...

러시아 정부의 지원 속에 성장한 가즈프롬

러시아 정부는 외교 정책적 수단으로 사용될 에너지 자원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자 가즈프롬의 인수ᆞ합병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가즈프롬에 다양한 특혜를 제공하였습니다.

예컨대 2004년에 가즈프롬은 자사 주식 10.7%로 러시아에서 가장 많은 천연가스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던 석유기업 '로스네프트가즈'를 인수하였습니다. 이어 2005년, 러시아에서 다섯 번째로 큰 민간 석유 기업 '시브네프트'의 지분 72.7%를 130억 달러를 들여 매입했죠. 또한 2006년에 정부는 가즈프롬에 천연가스 수출 독점권을 보장하는 법을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동부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에 대한 독점적 지위신규 매장지 및 신규 탐사지에 대한 독점적 지배권을 부여하는 등 가즈프롬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은 계속되었습니다. 현재까지 가즈프롬은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를 독점적으로 수출하고 있죠.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가즈프롬은 러시아 천연가스 매장량의 약 70%를 확보할 수 있었고 러시아 천연가스의 66%를 생산해내는 국내 최대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가즈프롬의 지배력을 확대하여 천연가스에 대한 통제를 용이하게 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에너지 자원을 외교정책에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종문의 골드 러시아)`제국 속의 제국` 가즈프롬①
러시아 증권시장의 영원한 블루칩인 가즈프롬은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업체로 그 자체가 하나의 제국이며, 러시아의 또 다른 작은 정부다. 오늘날 가즈프롬에 대한 이해 없이 러시아 산업 및 기업이나 증권시장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기업연혁 가즈프롬...

가즈프롬과 에너지 외교

러시아는 최근까지 외교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가즈프롬을 활용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12월 NATO의 세력 확대에 반발하고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승인을 압박하고자 유럽으로의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또한 지난 4일에 가즈프롬은 중국석유공사와의 장기 천연가스 매매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는데요.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해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① 야말-유럽 가스관 중단

지난해 12월 21일 가즈프롬은 러시아에서 벨라루스,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야말-유럽 가스관의 운행을 돌연 중단하였습니다. 가즈프롬의 공급 중단에는 NATO와의 갈등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야말-유럽 가스관 ⓒ가즈프롬

앞서 NATO의 세력 확대에 반발하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군사력을 늘리면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독일과 러시아를 잇는 천연가스 수송관인 노르트스트림2는 9월 완공되어 개시를 앞두고 있었는데요. 미국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의 러시아군 집결과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에너지 의존도 심화를 우려하며 노르트스트림2에 대한 승인을 불허했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이에 반발하여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였는데요. 에너지 자원을 활용하여 서방 국가를 압박함으로써 NATO의 세력 확대를 막는다는 정치적 목적노르트스트림2 가동이라는 경제적 목적을 모두 달성하고자 한 것입니다.

천연가스 수입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는 유럽은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었는데요. 난방 수요가 증가하는 겨울철인데다가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자체적으로 확보한 에너지가 부족해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던 상황이라 그 타격은 더욱 컸습니다.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은 보름 사이 30% 이상 급등했죠. 유럽의 에너지 안보가 러시아에 얼마나 취약한지 실감할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 이후 천연가스 가격 추이 ⓒTrading Economics

한편, 가즈프롬은 천연가스 공급 중단이 정치적 이유 때문이 아닌 상업적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는데요. 유럽 측의 주문 신청이 없었기에 공급을 중단한 것일 뿐, 계약에 따른 공급 의무는 충분히 이행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우려가 현실로”…러시아, 유럽行 가스공급 중단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의 군사 긴장감 고조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 갈등을 빚고 있는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 공급을 돌연 중단했다. 겨울철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천정부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를 무기화하며 대(對) 서방 국가용 압박카드를 꺼내...

② 중국-러시아 에너지 밀착

지난 4일 푸틴은 시진핑 국가 주석과의 정상회담 이후 중국과 새로운 천연가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가즈프롬도 중국석유공사(CNPC)와 25년의 장기 천연가스 매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극동 경로를 통해 천연가스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가즈프롬과 CNPC 사이에 두 번째 천연가스 장기 매매계약이 체결되면서 러시아의 중국에 대한 연간 천연가스 공급량은 100억㎥ 증가한 480억㎥에 달하게 되었습니다.

중국에 공급될 천연가스 생산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키린스코예 가스전 ⓒ가즈프롬

이러한 중국으로의 천연가스 수출은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됩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출은 대부분 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동서 진영 간 긴장이 고조되자 러시아는 유럽에 대한 고객 의존도를 감소시킬 필요성을 인지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이 바로 중국에 대한 천연가스 수출이었는데요. 대유럽 수출 경로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러시아 동아시아 지역의 천연가스를 수출하여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과의 유대를 강화함으로써 유럽이 러시아에 미치는 영향력을 약화시키고자 한 것입니다.

″중러 에너지 밀착…러, 미 제재한 극동에서 중 가스 공급”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러시아 국영 가즈프롬이 미국의 제재로 외국 기업들이 생산에 참여할 수 없는 극동 가스전에서 가스를 채굴해 중국...

숫자로 보는 가즈프롬

가즈프롬의 실적
가즈프롬의 지난 5년간 실적

가즈프롬의 매출은 천연가스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데요.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세계 각국에서 이동을 제한하자 천연가스 수요가 감소한 것인데요.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면서 2020년 상반기 가즈프롬의 천연가스 수출 가격은 전기 대비 40% 하락했습니다. 이러한 영향으로 가즈프롬의 2020년 영업이익은 크게 하락했습니다.

한편, 지난해 3분기에 가즈프롬은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기록했는데요. 이 역시 천연가스 가격의 급등과 관련 있습니다. 노르트스트림2의 승인이 불허되고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의 긴장감이 고조됨에 따라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았고, 이것이 높은 순이익으로 연결된 것인데요. 러시아와 서방 국가의 긴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가즈프롬의 4분기 실적 역시 높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유럽 가스 가격 최고치 근접…러 가스프롬은 사상 최대 실적
[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 = 우크라이나 국경지역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다시 사상 최고치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주가 및 시가총액
최근 5년간 가즈프롬의 주가 추이

가즈프롬의 주가는 5년간 2배 이상 성장하였습니다. 지난 10월 중순 가즈프롬의 주가는 최고치를 기록하였는데요. 이는 천연가스의 가격 상승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가즈프롬은 노르트스트림2 승인 불허에 대한 보복으로 10월부터 유럽에 천연가스를 추가적으로 공급하기로 한 계획을 철회했는데요. 이러한 조치는 천연가스 가격을 크게 상승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가즈프롬의 높은 실적이 예상되며 가즈프롬의 주가 역시 상승했죠. 가즈프롬의 시가총액은 약 120조원으로 러시아 내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투자노트] ‘가스 보복’에 웃는 러시아 증시… 개미의 대처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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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슈 : 택소노미에 포함된 원전

지난 4일 EU는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규정을 발의했습니다.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한 것인데요. 최근 러시아와의 갈등으로 인해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실감한 것이 이러한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린 택소노미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녹색' 경제 활동으로 인정되는 목록을 담은 분류 체계입니다.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사업과 활동을 규정해 놓고, 이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고자 하는 것이죠.

유럽연합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요. 이를 달성하기 위해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이상하게도 유럽에 바람이 충분히 불지 않아 풍력발전이 원활하지 못했고, 유럽은 에너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러시아가 야말-유럽 가스관 운행을 중단하면서 천연가스마저 부족해지자 유럽은 심각한 에너지 위기에 처했는데요. 신재생에너지를 고수하는 것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음을 실감한 유럽은 원자력 발전을 택소노미에 포함함으로써 러시아의 영향력을 줄이려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뉴스AS] ‘EU 택소노미’ 초안에 원전 어떻게 들어갔나
원전·석탄 비율 높은 프랑스·동유럽 논리 먹혀 자국산업 보호, 에너지 대란, 관성적 선택 겹쳐

SWOT 분석

SWOT 분석은 기업의 강점, 약점, 기회와 위협을 분석하는 기법입니다. 강점과 약점은 기업 내부적인 환경을, 기회와 위협은 외부적인 환경을 분석합니다.
  • Strength(내부적 강점) : 가즈프롬은 러시아 천연가스 매장량의 70%,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16%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15만km가 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효율적인 수송체계를 갖추고 있죠. 천연가스 외에 석유, 은행, 보험, 건설, 항공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는 것 역시 가즈프롬의 내부적 강점입니다.
  • Weakness(내부적 약점) : 유럽에 대한 높은 고객 의존도는 가즈프롬의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가즈프롬은 극동 지역의 천연가스를 중국에 수출함으로써 이를 극복하려 합니다.
  • Opportunity(대외적 강점) :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도기적 단계에서 천연가스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가즈프롬에 대외적 강점으로 작용합니다.
  • Threat(대외적 약점) : 천연가스 가격의 높은 변동성은 가즈프롬의 대외적 약점입니다. 또한, 노르트스트림2 사태와 같은 미국의 제재는 가즈프롬이 사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 장애물로 작용합니다.

지금까지 가즈프롬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 사이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가즈프롬이 어떠한 역할을 수행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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