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백인이긴 하지만, 북동부에 사는 미국의 주류 지배 계급인 와스프(WASP*)는 아니다. 나는 스코틀랜드계 아일랜드인의 핏줄을 타고난 데다,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수백만 백인 노동 계층의 자손이다. 우리에게 가난은 가풍이나 다름없다. 우리 조상들은 대개 남부의 노예 경제 시대에 날품팔이부터 시작해 소작농과 광부를 거쳐 최근에는 기계공과 육체노동자로 살았다. 미국인들은 이런 부류의 사람을 힐빌리, 레드넥, 화이트 트래시라고 부르지만, 나는 이들을 이웃, 친구, 가족이라고 부른다.
*와스프(WASP, White Anglo-Saxon Protestant): 백인 앵글로색슨 개신교도의 줄임말로 미국 사회의 주류 집단을 지칭
- 힐빌리의 노래, J. D. 밴스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러닝메이트로 지명된 39살의 상원의원 제임스 데이비드 밴스(J.D. Vance). 밴스는 미국 북부의 쇠락한 제조업 지대인 러스트벨트의 가난한 백인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하고, 어머니는 마약 중독에 시달려 할머니의 손에 자랐는데요. 고등학교를 마치고 해병대에서 복무한 뒤, 예일대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가 됐고, 실리콘밸리에서 벤처투자자로 거물급 기업인들과 인맥을 쌓았습니다. 그야말로 자수성가한, 아메리칸드림의 표본인 셈이죠.
그런 그가 2016년 낸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에는 미국 사회의 비주류가 된, 북부 러스트벨트 지역의 몰락한 백인 노동 계급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산업의 중심이 남부로 옮겨가며 서서히 삶의 기반을 잃게 되고, 주류 백인 계층에게도 버림받은 이들의 비참한 심정이 녹아 있는데요. 오늘 <국제 한입>에선 밴스의 부통령 후보 지명을 계기로 미국 러스트벨트의 변천사와 정치적 영향력을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