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에 없어선 안 될 존재, 방사선사 '쮸댕'님의 이야기
자랑스러운 저의 직업, ‘방사선사’를 알리고 싶었어요
안녕하세요. 방사선사로 일하고 있는 쮸댕입니다 😊
‘방사선사’라고만 말하면 낯설어하실 분들이 계실 텐데요. 방사선사는 X-ray는 물론, CT, MRI 초음파 등 영상 장비를 이용해 환자의 몸을 꼼꼼하게 검사하고 진단을 돕는 의료 전문가예요. 단순히 ‘방사선을 이용해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죠.
간호사나 물리치료사 등등 다른 의료 직종의 이야기는 SNS에 많이 노출됐지만, 방사선사의 이야기는 거의 없더라고요. 방사선사도 이렇게 바쁘게 일하고,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하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쉬웠죠. 방사선사가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에, 앞장서서 방사선사의 일상을 인스타툰으로 녹여내고 있어요.
방사선사를 선택했던 과거의 제가 밉기도 했어요
제가 처음부터 방사선사만을 바라본 건 아니에요. 차츰차츰 입시를 시작할 때쯤 병원에서 근무하던 사촌 언니의 추천으로 의료 직종에 관심이 생겼는데요. 입시 책에서 방사선사를 접하곤, 병원에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무작정 방사선학과에 지원했죠.
하지만 방사선사로의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어요. 문과 출신이었던 제가 처음으로 물리학, 생물학 등의 과목을 접하니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내가 이 학과를 왜 왔을까?” 생각하기도 했고요. 내용이 전혀 이해되지 않으니까 점점 좌절하기 시작했어요.
그렇지만 전 이대로 무너지기 싫더라고요. ‘이대로 지면 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때부터 목표를 갖고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마음먹고 공부하니 마침내 물리학 시험에서 1등에 이름을 올렸어요. 그때, '나도 하면 되는구나'라고 생각했죠.
방사선학과로의 선택을 후회했던 것도 잠시,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저는 과거의 제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로 했어요.
이미 사망한 사람이 응급실에 오면 방사선사는…
권역응급센터가 있는 병원에서 근무하다 보면 생각보다 정말 많은 일을 겪어요. 특히 구급차를 타고 오다가 사망한 DOA(Dead On Arrival) 환자를 처음 봤을 때를 잊을 수가 없는데요. 생명을 위한 처치는 할 수 없더라도 방사선사는 경건하게 환자를 위한 마지막을 준비해요. 외상은 없는지, 사망 원인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격리실에 들어가 포를 젖히고, 이동형 엑스레이 장비로 이곳저곳을 촬영하죠.
처음엔 너무 두려웠지만,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제 무뎌진 것 같기도 하네요. 하지만, 아직까지 절대 잊지 않고 하는 게 있어요. 사망한 환자를 대할 때 최선을 다해 부드럽게 대하는 거예요. 만질 때도 여느 살아 있는 환자와 다를 것 없이 대하고, 엑스레이를 다 찍고 나서는 손과 다리도 정갈하게 모아드려요. 고인의 마지막 순간을 맺어드리게 돼 유감이지만, 그 마지막 순간을 최선을 다해 보내드리고 싶거든요.
방사선사를 꿈꾸는 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방사선사를 꿈꾸는 분들도 여럿 계실 텐데요. 이제 막 방사선사에 대한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면 무조건 전략적으로 준비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선 대학교 때는 성적 관리가 제일 중요해요. 1~2학년 때까지 학점을 잘 관리하다가 3학년이 되면 실습을 마친 뒤 9월부터 국시를 공부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실습과 국시를 함께 공부하려고 하다 보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칠 수도 있으니까요.
3~4학년부터는 본격적인 취업 준비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저는 대학병원으로의 취직을 희망했지만, 학점이 좋지는 않았어요. 현실적으로 저보다 학점이 뛰어난 분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경쟁에서 밀릴 게 뻔했죠. 대신 저는 남아 있는 기회를 찾았어요. 보통 채용 시즌이 지난 6월 이후에 취업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남은 공고를 물색했죠. 거의 모든 대학병원의 채용 공고를 하루도 빠짐없이 확인했던 것 같아요. 저의 전략이 통했던 건지, 남은 기회를 찾던 저는 마침내 원하던 병원에 취직할 수 있었어요!
방사선사를 꿈꾸신다면 방사선사 대표 커뮤니티인 ‘해방사’(네이버 카페)를 꾸준히 보실 텐데요. 물론 대부분의 공고가 해방사에 올라오지만, 해방사에만 너무 의존하진 않는 것을 추천드려요. 모든 채용 정보가 등록된 건 아니기 때문에, 각 병원 공식 홈페이지를 직접 확인하며 놓친 공고는 없는지 확인해야 해요. 그렇게 꾸준히 공고를 보다 보면 해방사 카페에도 없는 공고를 발견할 때가 있는데요. 그게 저에겐 소중한 기회였던 것 같아요. 다른 지원자들이 모르고 지나가기 때문에 경쟁률이 낮을 가능성이 높거든요. 이렇게 대학병원으로 취업하기 위해 현실적인 전략을 세운 게 소소한 비결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본인만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취업을 준비하면 좋겠어요. 그럼 가늘고 길게 방사선사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거예요.
방사선사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게 제 목표예요
저는 방사선사라는 소중한 직업을 가늘고 길게 가져가는 게 목표예요. 물론 마음 한쪽에 넣어둔 사직서를 들춰 볼 때도 종종 있지만, 결국 꺼내지 않는 걸 보면 저는 이미 이 직업에 푹 빠져버린 것 같거든요ㅎㅎ
또, 지금처럼 방사선사를 알리는 인스타툰을 연재할 계획이에요. 많은 분이 ‘내 치료를 도와주시는 이분이 방사선사구나’하고 바로 아실 수 있도록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