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인 비전공자 '토끼 대리'님의 유럽 유학 도전기
'나다움'을 그려내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나답게 먹고 사는 법을 그려내는 프리랜서 토끼대리입니다 🐰
30대에 들어서서야 디자이너로서의 첫 커리어를 시작한 저는 현재 인스타툰으로 나답게 일하는 팁을 공유하고 있어요. 부끄러운 얘기일 수 있지만, 사실 저는 20대 중반까지도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없었어요.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창작을 업으로 삼기엔 왠지 두려웠거든요. 지금까지 절 돌아보지 않고 남의 기준에만 맞춰 살다 보니, 어디라도 들어가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고, 유일하게 합격했던 중소기업 인사기획팀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많은 걸 배운 회사 생활이었지만, 가장 크게 느낀 건 ‘더 늦기 전에 원하는 일에 도전해 봐야겠다’는 마음가짐이었어요. 단순히 디자이너로 취업하는 걸 넘어서 저의 창작물로 저만의 체계를 만들어 가고 싶었죠. 그래서 취업을 목표로 하는 전형적인 교육기관을 뒤로하고, 창작자로서의 독립을 배울 수 있는 대안학교로 첫걸음을 내디뎠어요.
먼저 파주 타이포그라피 학교(PaTI)에서 디자인 공부를 시작했어요. PaTI의 입학설명회를 듣곤 홀딱 반했거든요. PaTI의 수업은 디자인 수업을 넘어 인문학, 글쓰기 그리고 다양한 워크숍으로 구성됐어요. 중구난방 해 보일 수 있지만, 학교가 추구하는 자유로운 가치가 저에게는 확신을 안겨줬죠. 그렇게 입학을 결정하고, 유연한 사고를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저 자신을 가두던 틀로부터 절 꺼내기 시작한 것 같아요. 서로의 작업과 생각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눈 덕분에 아이디어나 생각을 더욱 뾰족하고 날카롭게 다듬는 법을 훈련할 수 있었어요!
비전공자인 제가 어떻게 유학을 갔냐면요
PaTI의 학생으로 있던 와중, 프랑스 교환학생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어요. 프랑스 캉브레에 있는 ESAC에서 말이죠. 유럽 예술 대학에서의 경험은 대안학교와는 또 다른 충격이었는데요. 아무래도 유럽이라는 환경은 예술,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에게 너무나 매력적인 조건이잖아요. 베니스 비엔날레 같은 국제 미술전을 체험 학습처럼 갈 수도 있고, 다른 국가의 유명한 예술 학교를 여행하듯 방문할 수도 있으니까요.
유럽 학생들의 확고한 가치관도 제게 충격을 안겼어요. 본인의 작업에 확신이 있는 학생들의 태도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어느새 매료돼 버렸어요. 그 길로 전 대안학교를 중퇴하고 유럽 유학을 준비했죠 🛩
사실 유학 자체가 비전공자인 저에겐 너무 어려운 과정이었어요. 대부분의 입학 조건엔 예대 학사 졸업이 포함돼 있었거든요. 이런 조건의 벽을 넘어 보고자, 제가 가고 싶은 학교에 직접 메일로 지원 가능 여부를 물어봤어요. 학교에서는 "지원자의 작업과 생각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기본 조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면접 기회까지 박탈하진 않는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죠. 저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 거예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포트폴리오에 저만의 시각과 개성을 드러내고자 노력했어요. 오히려 비전공자임을 강점으로 내세웠던 것 같아요. 그게 저의 성공 전략 아닐까요? 😊
속도보다는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만의 체계를 만들기 위해 떠났던 유학 직후, 마음 같아선 바로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디자인 경력이 전무한 제게 일을 맡기는 사람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스타트업에 들어가 1년 정도 디자이너로 일하게 됐어요. UI 디자인부터 판촉물, 웹 디자인까지 배울 수 있었지만, 점차 유학 전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됐죠. 나만의 창작물로 나만의 체계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말이에요. 그렇게 다시 프리랜서를 결심하고, 퇴사를 결정했어요.
사실 주변에선 유학을 다녀오고 프리랜서가 된 절 보며 대범하다고 말씀해 주세요. 하지만 저 역시 30대에 유학을 가고, 프리랜서가 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어요. 그렇게 흔들릴 때마다 “나답게 일하자”는 생각을 하며 버텼던 것 같아요.
흔들리지 않고 나답게 일하기 위해 실행한 저만의 방법이 있는데요. 인생 그래프를 그려보며 제가 해 온 중요한 결정과 그 결정에 대한 피드백을 객관적으로 작성한 거예요.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쌓고 삶에 적응시키다 보면 속도는 느릴지라도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서서히 성장하게 되기 마련이니까요. 이렇게 메타인지를 높였죠. 스스로를 주변과 비교하며 흔들릴 때, 절 객관적으로 되돌아본 시간이 큰 도움이 됐어요.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위해 꾸준히 나아가요
저에게 있어서 자기 계발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을 살기 위한 노력이에요. 그래서 대단한 무언가를 한다기보단 매일매일 조그마한 노력을 하면서 발전해 나가고 있어요.
첫 번째는 아침 루틴을 정하는 거예요. 남들을 따라가기보단 저만의 루틴을 만들어서 하루하루를 최상의 컨디션으로 끌고 가고자 노력해요. 따뜻한 물 마시기, 스트레칭, 감사 일기 쓰기 이런 간단한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하죠.
두 번째는 프랑스어 공부예요. 프랑스에서 교환학생으로 있는 동안 불어에 큰 매력을 느꼈는데요. 마음 한 편엔 늘 불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막상 배우려니 쉽지 않더라고요. 그때 게임하듯이 재미있게 외국어를 배울 수 있는 ‘듀오링고’를 시작했어요. 퀘스트도 있고, 연달아 공부할 수 있는 미션을 주니까 빠르게 불어와 가까워질 수 있었죠.
마지막 세 번째로는 데일리바이트를 꾸준히 읽는 거예요. 경제 문외한이었던 전 결혼과 동시에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데요. 하지만 관심도와는 달리 경제에 무지하다보니, 부동산이 굴러가는 흐름을 알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부동산을 비롯한 경제를 쉽게 배워보고자 데일리바이트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꾸준히 읽으면서 경제, 비즈니스 이슈를 가볍게 소화해내고 있어요. 경제 공부를 부담스럽지 않게 시작하고 싶은 분들께 데일리바이트를 추천해요! 😊
자연스럽게, 그리고 나답게 살아가고 싶어요
앞으로는 조금 더 여유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어요. 물론 돈이나 시간적 여유도 중요하지만, 심적으로 여유 있는 삶 말이에요.
또, 저답게 ‘자연스럽게’ 살고 싶어요. 자연스러움이란, 꾸밈이나 억지 없이 본래 그대로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상태를 말하는데요. 한때는 저를 잘 숨기는 게 일을 잘하는 거라고 착각했어요. 하지만 그렇게 일하다가는 절대로 오래 일할 수 없다는 걸 두 번의 퇴사 끝에 깨달았죠. 일할 때도 나다워야 열정을 쏟고, 성과도 낼 수 있거든요. 전 그렇게 자연스럽게 삶에 녹아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