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영국의 총리와 재무장관이 발표한 새 경제정책이 세계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렸습니다.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와 쿼지 콰텡 재무장관이 대규모 감세안과 보조금 정책을 발표했는데요. 때아닌 완화정책과 적자성 정책에 영국 정부는 신뢰를 잃었고, 파운드화 가치와 영국 국채 가격 모두 폭락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었을까요?


트러스 & 콰텡: "성장이 필요해!"

공장 시찰에 나선 트러스 영국 총리와 콰텡 재무장관 ⓒ 트러스 총리 트위터

취임한 지 3주밖에 안 된 리즈 트러스 총리가 최측근 콰텡 재무장관과 영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놨습니다. 5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세 정책과 수십조 원 규모의 보조금 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인데요. 정책의 목표는 '경제 성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긴축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대규모 완화 정책에 시장은 아연실색했죠.

  • 감세안에는 △소득세 기본세율 1%P 인하(20%→19%) △고소득자 최고 세율 5%P 인하(45%→40%) △법인세 인상(19%→25%) 계획 철폐 △집 구매 시 인지세 부과 기준 완화 △국민보험료 추가 부담 폐지 등이 포함됐습니다. 약 450억 파운드(70조 원)가 넘는 세금이 줄어들 전망인데요. 향후 6개월간 기업과 가계에 에너지 보조금 600억 파운드(약 96조 원)도 지급하기로 했죠.
  • 때아닌 초대형 경기부양책에 금융시장은 깜짝 놀랐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금리를 올리며 돈줄을 죄고 있는데, 갑자기 세금을 대폭 줄이고 수십조의 보조금을 준다고 했기 때문이죠.
  • 세금이 줄면 정부의 재정적자가 심해집니다. 게다가 금리가 오르는 지금, 보조금 지급을 위해 국채를 발행하면 정부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지죠. 시장에선 영국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고, 영국 국채, 주식, 파운드화 가격이 폭락했습니다.
  • 사실 이런 경기부양책의 조짐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요. 트러스 총리는 당 대표 당선 후 "세금을 줄이고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한 담대한 구상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고, 이전 방송 인터뷰에서도 "세금을 줄여 고소득자들에게 돈을 돌려주는 것이 공정하다"라고 발언했죠.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이 정도 규모의 부양책이 나올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 트러스 총리의 목표는 강력한 리더십을 통한 경제 성장입니다. 영국은 10%에 이르는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가격 상승, 통화가치 급락, 생산성 둔화와 같은 심각한 경제 문제에 봉착했는데요. OECD와 IMF는 내년 영국이 G7 국가 중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가장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리라 전망했죠.
  • 트러스 총리는 과거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가 강한 리더십으로 경제 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획기적인 정책으로 지금의 경제 위기를 타개하고자 합니다. 영국 보수 정치의 상징인 대처 총리는 트러스 총리의 롤모델인데요. 대처 총리는 시장 경제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을 최소화하고자 했습니다.

당 대표 선거에서 신승을 거둔 트러스 총리는 파격적인 경기 부양책으로 침체 위기에 빠진 영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좋지 않았는데요. IMF까지 나서 위험성을 경고했고, 보수당 내에선 트러스 총리에 대한 불신임 여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시장: "너희 왜 그러니...?"

감세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경악 그 자체였습니다. 영국의 파운드화와 국채, 주식 가격이 모조리 폭락했고, 이 충격은 세계 금융시장으로 확산했는데요.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며 달러 가치는 더 높아졌고, 미국 국채 가격 역시 영국 국채와 함께 급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