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BYTE] 에너지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DEEP BYTE] 에너지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오늘 DEEP BYTE에서는 글로벌 에너지 믹스의 80%를 차지하는 석유와 천연가스, 그리고 석탄을 중심으로 어떤 위기가 발생하고 있는지, 또, 그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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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은 미국 내 원유 재고 증가의 영향으로 21일 다소 내렸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높은 에너지 가격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에너지 위기를 촉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의 경우 재생에너지 생산이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한 데다, 천연가스 재고까지 부족해지면서 '힘든 겨울'을 보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죠.

재작년 3월 코로나 팬데믹 시작 이후 20달러 선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WTI기준)는 어느새 배럴당 85달러 선까지 올랐고, 2020년 단위당 1.5달러 수준이었던 천연가스(미국 선물시장 기준) 가격은 4달러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가계부터 제조업계까지 곳곳으로 충격이 전이되고 있는데요. 특히 에너지 시장은 국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에, 한 곳에서 발생한 에너지 위기가 다른 나라로까지 확산하기 쉬운 구조입니다.

이번 주 BYTE+에서는 먼저 각 에너지원별로 왜 위기가 나타나고 있는지를 살펴본 뒤(월: DEEP BYTE), 세계 에너지 시장의 구조를 분석하고(화: 마켓 인사이드), 유가지수의 종류(수: 상식 한 입+)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에너지 기업인 한국전력을 분석(목: 기업 한 입)해보려 합니다.

① 월: 에너지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② 화: 세계 에너지 시장 구조 완전분석
③ 수: 국제유가에 대한 거의 모든 것
④ 목: 꾸준히 주가가 반토막 난 한국전력공사


에너지 믹스(Energy Mix)

에너지 믹스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쉽게 말하면 '에너지 포트폴리오'와 같은 개념인데요. 한 종류의 에너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에너지를 일정 비율로 섞어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령, 우리나라의 에너지 믹스는 석유가 43%, 천연가스가 16%, 석탄이 27%, 원자력 및 재생에너지가 나머지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어떤 종류의 에너지를 어떤 비중으로 활용하느냐가 곧 한 나라의 에너지 믹스인 셈이죠.

글로벌 에너지 믹스는 어떨까요? 전 세계 에너지 중 30%는 석유로, 22%는 천연가스로, 28%는 석탄으로 충당됩니다. 나머지 20% 정도가 원자력과 수소, 바이오매스와 같은 신재생에너지이죠. 최근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각국이 탈(脫)탄소를 선언하고 나섰지만, 여전히 글로벌 에너지 소비량의 80%는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요새 특히 문제가 되는 것도 3대 화석연료인 석유천연가스, 석탄인데요. 역설적이게도 많은 국가들이 친환경적인 에너지 믹스를 추구함에 따라 전통적인 화석연료의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습니다.  

오늘은 글로벌 에너지 믹스의 80%를 차지하는 석유와 천연가스, 그리고 석탄을 중심으로 어떤 위기가 발생하고 있는지, 또, 그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보려 합니다.


1.석유

최근 원유 가격의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재작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던 원유 가격은 올해 들어 더 큰 상승폭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1월 말 현재 원유 가격(WTI 기준)은 85달러 선을 넘어섰는데, 이는 2014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입니다. 원유 가격이 왜 이렇게 높아졌는지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코로나19가 창궐한 시점으로 먼저 돌아가봐야 합니다.

2020년 4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2020년 4월, 원유 가격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원유 수요 감소가 예상되자, 중동의 산유국과 러시아의 모임인 OPEC+는 원유 감산을 논의하기 시작했는데요. 하지만 러시아가 감산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OPEC+* 국가들의 감산 협의가 불발됐습니다. 그러자 중동의 대표적인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대규모 증산에 나서며 러시아를 압박했고, 러시아 역시 증산에 나서며 '원유 치킨게임'이 시작됐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주요 국가들의 주가지수까지 일제히 폭락하면서 원유 수요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은 더 커졌죠.

*OPEC+: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산유국과 러시아가 포함된 국제 석유기구로, 정기적으로 모여 적정 생산량과 가격 수준을 결정합니다.

2020년 4월 마이너스를 기록한 국제 유가

결국 당시 원유 선물(Futures)시장에서 5월 인도분의 가격이 -37달러를 기록하고 말았는데요. 석유 생산량은 넘쳐나는데 코로나19로 여행 및 항공 수요가 급감하면서 선물 시장에서 엄청난 매물이 쏟아져 나온 것입니다. 현물 자산(원유)을 미리 거래하는 선물 거래의 특성상, 만기가 되면 실제로 현물을 인도받아야 하는데요. 5월에 원유를 실제로 인도받아봐야 사줄 사람도 없고, 전 세계적으로 저장공간도 포화상태이니 받아봐야 막대한 손해만 입겠죠. 그래서 원유 선물 투자자들은 선물 만기일을 하루 앞두고 엄청난 물량의 원유 선물을 시장에 던졌고, 원유 가격은 일시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마이너스 유가는 코로나19의 충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죠.

  • 물론 마이너스 유가는 선물시장에서 5월 매물이 6월이나 7월 인도분으로 옮겨갔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발생한 현상입니다. 그래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원유 가격은 금세 20달러 수준으로 돌아왔죠.

2020년 5월~2021년 7월

하지만 예상외로 원유 가격은 빠르게 반등했습니다. 세계 각국이 발 빠르게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경제가 빠르게 회복했고,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봉쇄조치를 완화하면서 원유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OPEC+도 역대급 감산 계획에 합의하면서 원유 가격은 40달러 선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됐죠.

2020년 5월부터 2021년 7월까지 꾸준히 오름세를 기록한 국제유가. 2020년 11월 백신 개발 성공 소식이 들려오고, 이후 백신이 임시사용승인을 받으며 유가가 급등하기 시작함.

2020년 11월 중순 이후, 글로벌 제약사들이 백신 개발에 성공하고, 백신에 대한 임시사용승인이 떨어지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갔는데요. 이 당시 경제회복도 빠르게 이뤄지면서, 국제 유가도 한동안 고공행진을 이어가게 됩니다.

2021년 8월~2022년 1월

8월말 델타 변이 우려로 급락한 국제 유가. 하지만 금새 반등에 성공하고 고공행진을 이어감.

하지만 2021년 8월 델타 변이의 확산세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는 다시 한번 폭락을 경험합니다. 70달러 중반을 호가하던 원유 가격은 60달러 초반까지 밀렸죠. 그러나 델타 변이의 공포가 다소 가라앉자 유가는 금세 다시 급등세를 타게 됩니다.

작년 하반기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 이전의 경제 규모(GDP 기준)를 거의 회복했고, 따라서 원유 수요 역시 매우 높게 유지됐습니다. 게다가 북반구의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원유 수요는 점점 커지기 시작했는데요. 수요는 계속 증가했지만 2020년 4월 '역대급 감산'을 결정한 OPEC+가 가격 유지를 위해 공급을 충분히 늘리지 않으면서 유가는 계속해서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결국 작년 11월 유가 상승으로 인해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고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까지 하락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OPEC에 증산을 강력히 요구했죠.

바이든 대통령이 전략비축유 방출을 선언하자 11월 급락했던 국제 유가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OPEC이 바이든 대통령의 증산 요구를 거부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전략비축유 방출을 시사했고, 국제 유가는 일시적으로 60달러대까지 떨어지며 안정을 찾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비축유 방출이 충분치 않다는 여론이 컸고, 실제로 방출이 시작되면 OPEC+가 생산량을 조절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면서 유가는 다시 급등하게 되죠.  

최근

최근에는 불안한 국제 정세가 유가를 더 밀어 올리고 있습니다. 지난주 중동에서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세계 7대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국제공항과 석유 생산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했는데요. 이에 사우디아라비아도 반격 공습에 나서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라크와 터키를 잇는 송유관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유가 상승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를 되돌아보면 경제 회복이 이뤄지며 원유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역대급 감산'을 단행했던 OPEC이 가격 유지를 위해 공급량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유가가 급등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중동과 유럽 지역의 정세까지 불안해지며 유가 상승 폭이 커지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국제유가가 곧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세계 각국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국제 유가는 지난 19일 고점을 기록한 뒤 20일 미국 원유 재고 증가 소식에 약간 하락했는데요. 과연, 국제 유가는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2. 천연가스

작년 말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면서 유럽에서는 '에너지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졌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단위(MMbtu)당 1.6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던 천연가스 가격(미국 선물시장 기준)이 무려 5.8달러대까지 급등했기 때문인데요. 최근 다시 3.7달러대로 내려오긴 했지만, 평균적으로 수년간 천연가스 가격이 2달러대 중반이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매우 높은 가격입니다. 작년 말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스페인에서는 1년 만에 전기세가 5배 가까이 오르기도 했는데요. 유럽이 에너지 위기에 빠졌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① 천연가스 공급 부족

2020년 5월 이후 세계 각국의 경제 회복이 빨라지면서 천연가스 수요가 크게 늘었습니다. 특히 원래대로라면 유럽으로 갔어야 할 천연가스 물량이 아시아로 많이 유입됐는데요. 작년과 재작년 여름, 유럽과 마찬가지로 아시아에서도 비정상적으로 더운 날씨가 지속되면서 아시아권의 천연가스 수요가 급등했습니다. 중국과 우리나라, 일본과 대만 등이 천연가스 재고를 꾸준히 늘려왔고, 이에 유럽으로 갈 천연가스의 양이 부족해진 것이죠.

뿐만 아니라, 유럽 천연가스의 1/3 이상을 공급하는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량을 의도적으로 줄이고 있다는 의심을 받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러시아는 12월 말 벨라루스에서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가는 가스관의 가스공급을 중단했는데,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곧 운영이 시작될 새로운 가스관 '노드 스트림2'의 가동 승인을 압박하기 위해 일부러 가스공급을 줄이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러시아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요.

② 탈탄소 정책과 이상한 날씨

유럽은 강력한 탈탄소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유럽 국가들이 다른 화석 연료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은 천연가스나 재생에너지원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석탄을 사용할 경우 늘어나는 탄소 배출량만큼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천연가스 재고가 부족해도 쉽게 석탄 발전을 늘리기가 어렵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는 중국이 전 세계의 석탄을 쓸어 담으면서 석탄 가격도 크게 올랐죠.

특히 올해는 예년과 달리 바람이 유달리 적게 불어 풍력 발전 의존도가 높은 영국이나 네덜란드의 전기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는데요. 천연가스 재고가 부족한 데다, 재생에너지 발전까지 어려워지면서 전기세가 폭등하고, 공장 운영에 문제가 생기는 등 '에너지 위기'가 현실화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주요 천연가스 생산국 중 하나인 미국에서도 폭설과 한파가 지속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죠.

美 천연가스 가격 16% 가까이 급등...5달러대 재돌파
미국 천연가스 가격이 중서부 한파 우려 확산과 함께 두자릿수 급등세를 보이면서 2개월여만에 다시 5달러대를 넘어섰다. 가뜩이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천연가스 가격은 한동안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이날 북미지역 천연가스 주요 지표인 헨리허브 가스가격은 전장대비 15.78% 급등한 MMbtu(100만 영국 열량단위)당 5.5

③ 러시아-우크라이나 리스크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천연가스 가격도 크게 올랐는데요. 우크라이나에는 러시아에서 유럽 국가들로 천연가스를 보내는 가스관이 있는데, 양측의 군사적 긴장이 심화하면서 천연가스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전운이 감도는 우크라이나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 10만명에 달하는 군대를 보냈는데요. 과연, 러시아는 정말 우크라이나를 침공할까요?

사실상 유럽은 천연가스 공급의 상당 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어, 에너지 위기가 심화하면 할수록 유럽 내에서 러시아의 입지는 강화될 수밖에 없는데요. 유럽 내에서는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무기화'하려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과연 유럽이 이번 겨울을 어떻게 버텨낼지 한번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3. 석탄

최근 급등하는 석탄 가격

작년 말 중국은 석탄 부족으로 인해 극심한 전력난에 시달렸습니다. 중국은 전기 생산의 60%가량을 석탄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호주와의 정치적 관계가 악화되면서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했습니다. 그러자 석탄이 부족해져 전기 생산에 큰 타격을 입게 됐는데요. 작년 말에는 천연가스와 석유 가격 모두 크게 올라 대체 에너지원을 찾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중국 정부가 나서 석탄 공급을 늘리고 전력 공급을 통제하면서 중국의 전력난도, 석탄 가격도 진정세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 들어 석탄 가격이 다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는 중국이 올림픽을 앞두고 석탄 재고를 늘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당국은 전통 명절인 춘절과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 인근 발전소에 30일 치 이상의 석탄을 확보하라고 요구했다고 하죠. 게다가 주요 석탄 생산국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가 자국 내 석탄 공급 안정을 위해 1월 석탄 수출을 금지한 것, 중국 내 주요 석탄 산지인 내몽골 지역에 폭설이 내린 것 또한 석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늘 DEEP BYTE에서는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을 중심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의 원인과 실태를 알아봤는데요. 코로나19로 인한 수급 불균형에 세계 여러 나라의 탈탄소 움직임,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에너지 가격은 연일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커질수록 에너지 위기도 점점 심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과연, 코로나19 종식 이후 에너지 시장은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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