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흥국생명이 신종자본증권인 영구채의 조기상환에 실패하면서 자금 시장의 경색이 심화했습니다. 레고랜드 사태에 이어 흥국생명 사태까지 겹치며 보험사는 물론 각종 금융사가 채권 발행에 난항을 겪고 있는데요. 11월 24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앞둔 한국은행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DEEP BYTE>는 불난 자금 시장에 기름을 부은 흥국생명 사태를 분석해봤습니다. 신종자본증권(영구채)과 콜옵션(조기상환)의 개념부터, 흥국생명이 왜 콜옵션 행사에 실패했는지, 그리고 이 사태가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다뤘는데요. 점점 심각해지는 채권 시장의 현황, 오늘 <DEEP BYTE>에서 정리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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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흥국생명 사태는 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레고랜드 사태에 관한 아래 글을 먼저 읽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1. 레고랜드 사태 한눈에 보기
2. [상식 한입] 레고랜드 사태와 채권시장 경색
3. 5대 금융지주, 자금시장 경색 해결 위해 나서다
4. [마켓인사이드] 채권을 알면 거시경제가 보인다

흥국생명, 루비콘강을 건넜다?

11월 1일 태광그룹의 계열사인 흥국생명보험이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조기상환을 포기했습니다. 영구채란 사실상 만기가 없는 채권으로, 회계상 자본의 역할을 하는데요. 관례적으로 5년 후 조기상환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최근 자금시장 경색으로 채권을 갚을 돈을 마련하기 어려워지자 조기상환을 포기해버린 것입니다. 이번 사태로 국내 보험사는 물론 기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채권 발행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이란?: 기업은 보통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합니다. 일반적인 채권은 만기가 있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영구채는 만기가 30년인데다, 연장까지 가능해 '만기 없는 채권'에 해당합니다. 이자만 꾸준히 지급하면 남의 돈인데도 '내 돈'처럼 사용할 수 있기에,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식되죠. 이런 성격 덕분에 회계상 자본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해야 하는 보험사들이 자본 확충을 위해 자주 발행해왔습니다.
  • 조기상환 조건(콜옵션)이란?: 그런데 영구채는 대부분 조기상환 조건을 두고 있습니다. 발행 후 5년이 지나면 돈을 빌린 사람이 조기상환을 할 수 있고, 만약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돈을 빌려준 사람에게 더 높은 금리를 지급(스텝업)해야 하죠. 관행적으로 영구채는 조기상환을 하는 것이 불문율인데요. 만약 조기상환을 하지 못한다면 기업 신뢰도에 엄청난 타격을 입습니다. 이번 흥국생명 사태도 조기상환에 실패하면서 벌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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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옵션이란 특정 자산을 미래의 한 시점에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합니다. 기업 입장에서 채권을 조기상환한다는 것은 발행했던 채권을 만기 이전에 '사들이는' 것이기에, 조기상환하는 것을 곧 콜옵션을 행사한다고 표현합니다.
  • 흥국생명이 어쨌길래 그래?: 흥국생명은 2017년 11월 9일 싱가포르 거래소를 통해 5억 달러 규모의 달러 표시 영구채를 발행했습니다. 만기는 30년, 금리는 연 4.475%였고, 발행일부터 5년 뒤 조기상환(콜옵션 행사)을 할 수 있었습니다. 관행대로였다면 상환을 해야 했지만, 흥국생명은 이를 포기하고 더 높은 금리(약 6.7~6.8%)를 지급하며 조기상환을 뒤로 미루기로 한 거죠.
흥국생명 영구채 발행 개요 ⓒ 나이스신용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