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역사적인 엔저를 겪고 있습니다. 달러/엔 환율이 150엔까지 치솟으면서 '일본이 무너지고 있다'라는 평가까지 나오는데요. 일본 정부는 환율 방어를 위해 수십조 원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하지만,미국(3~3.25%)과 일본(-0.10%)의 금리 차이가 워낙 커 엔화 약세를 막기는 역부족입니다.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는 금리 인상에 선을 그었는데요.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않고 금융 완화를 계속하겠다"라고 까지 말했죠. 환율 상승으로 물가가 치솟으며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지만, 기시다 총리는 오히려 "일본은행 총재의 임기를 단축할 생각이 없다"라며 구로다 총재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습니다.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데도 일본은행이 꿋꿋이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환율 상승으로 인한 물가 급등으로 내각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데도 기시다 총리가 구로다 총재의 초완화정책을 옹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 <DEEP BYTE>에서는 금리를 올리지 않는 일본의 속내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일본의 엔화 약세의 원인, 계속되는 아베노믹스

아베노믹스의 개요 ⓒ 일본 정부

올해 초만 해도 110엔 정도였던 달러/엔 환율은 미국의 빠른 금리 인상에 어느새 150엔까지 치솟았습니다. 일본 당국은 수십조 원을 쏟아 엔화 약세를 방어하고 있지만, 금리 인상에는 선을 긋고 있죠. 이는 아베노믹스의 주역 중 하나였던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입김이 강력하게 반영된 것입니다.

  • 📈 3%가 넘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8~9%에 달하는 물가 상승률을 낮추기 위해 금리를 세 번 연속 0.75%P씩 인상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행은 여전히 경기부양을 위해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죠. 특히 아베 전 일본 총리가 '아베노믹스' 추진을 위해 임명한 슈퍼 비둘기파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와 일본은행 정책위원들이 금리 인상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 💸 아베노믹스, 돈을 찍어 경제를 살려!: 아베노믹스는 아베 전 일본 총리가 내놓은 경제 정책으로, 중앙은행이 시중에 막대한 돈을 풀어 일본 경제의 활력을 살리는 정책입니다. 특히 '디플레이션 탈출'이 제1 목표였는데요. 일본은 1991년 버블경제 붕괴 이후 수십 년간 물가가 안 오르는 디플레이션에 시달려왔습니다. 물가하락(디플레이션)→소비감소→기업실적 악화→임금&고용 감소→소비감소→물가하락(더 심한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이 이어졌죠. 아베 전 총리는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 투자와 소비 증가→기업실적 개선→임금&고용 증가→소비 증가라는 선순환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 🔁 아베 사후에도 지속되는 레거시: 아베 전 총리는 2020년 지병을 이유로 사퇴한 뒤 올해 7월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유산, 아베노믹스는 지금도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데요. 일본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정책위원들이 대부분 아베 전 총리가 임명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2013년부터 일본은행을 이끌어 온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돈을 찍겠다"라던 아베 총리의 의지를 가장 충실하게 잇는 인물이죠.

일본은행, 아베가 내려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