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BYTE] 긴축에 유럽이 분열될 수도 있다고?

[DEEP BYTE] 긴축에 유럽이 분열될 수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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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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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정책으로 유럽이 분열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스 등 국가 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들의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독일과 이들 국가 간의 국채 금리 차이가 확대됐기 때문인데요. 다행히 유럽 중앙은행은 유럽 회원국 간의 기준금리 격차 확대를 막겠다고 선언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이번 사태가 유로존 분열의 조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과연, 유럽에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유럽의 긴축이 시작된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급격하게 오르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습니다. 미국은 작년 말부터 물가 상승률이 7~8%에 육박하자, 올해 3월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는데요. 이어 5월에는 0.5%P, 6월에는 28년 만에 0.75%P를 올렸죠.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중에 풀린 돈의 양이 줄어들어 경기가 가라앉고, 물가가 내려가는 효과가 있습니다. 미국은 금리 인상과 함께 연방준비제도가 사들인 민간 자산을 매각해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겠다고 선언했는데요. 이렇게 금리를 올려 물가를 낮추는 정책을 긴축 정책이라고 하죠.

빨라지는 글로벌 긴축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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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과 긴축 정책은 비단 미국 만의 일은 아닙니다. 매우 오랜 기간 동안 돈을 푸는 완화적인 정책을 지속해왔던 유럽 연합도 드디어 긴축 정책에 돌입하는데요. 유럽 중앙은행(ECB)는 얼마 전 열린 6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7월에는 기준금리를 0.25%P 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무려 11년 만에 금리를 올리는 것인데요. 이와 함께 자산매입 프로그램(APP; Asset Purchase Program)을 통해 진행되던 채권 매입도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의 채권을 매입한 대가로 돈을 지급하면, 시중에 풀린 돈이 많아 경기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는데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이 역시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이죠.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율과 세부 항목별 인플레이션. 에너지 가격 상승률이 40%에 달해, 인플레이션 기여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출처: eurostat]

현재 유럽에서도 인플레이션은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5월 유로존 국가들의 소비자물가 지수 상승률은 8.1%를 기록해 시장의 예측치였던 7.7%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독일은 8.1%, 프랑스는 5.8%, 이탈리아는 6.3%에 달하는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는데요. 천연가스 수입을 거의 대부분 러시아에 의존해왔던 발트 3국의 인플레이션율은 거의 20%에 달했습니다. 에스토니아가 20.1%, 리투아니아가 18.5%, 그리고 라트비아가 16.4%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죠.

유로존 국가들의 인플레이션이 심해지자 유럽 중앙은행도 본격적인 긴축 정책에 나서기 시작한 것인데요. 6년 가까이 제로금리를 유지해오던 유럽이 금리 인상을 발표하면서 세계의 이목이 유럽으로 쏠렸습니다. 유럽은 2008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침체된 경기를 살리고자 2014년 6월,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예치할 때 지급하는 금리를 -0.5%로 인하했습니다.

마이너스 금리일 때는 돈을 맡겨두면 이자를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관료를 내야 하는데요. 이럴 경우 시중은행들은 중앙은행에 돈을 맡겨두기보다, 저렴한 금리로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것을 택하겠죠. 또, 유럽의 기준금리는 2016년부터 꾸준히 제로(0) 수준으로 유지됐는데요. 유럽 중앙은행은 이를 통해 유럽 국가들의 경기 활성화를 꾀했습니다. 이런 초완화적인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기 활성화 효과는 크지 않았는데요. 장기간 이어진 초저금리 정책으로 부채가 확대되고,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와 인원 감축이 지속되는 등의 부작용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2020년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위기의 발생으로 어쩔 수 없이 유럽 중앙은행은 완화정책을 지속해야만 했죠. 유럽 중앙은행은 2020년 3월 기존에 실시하고 있던 자산매입 프로그램(APP)에 더해 팬데믹긴급매입 프로그램(PEPP; Pandemic Emergency Purchase Program)을 통해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습니다. 그리고 약 2년 후인 올해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잦아들자, 유럽 중앙은행은 올해 3월 PEPP를 통한 자산 매입을 중단하고, 7월부터 기존의 APP를 통한 자산 매입까지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이죠.

훌쩍 뛴 국채 금리, 진화에 나선 ECB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유럽 중앙은행이 7월부터 긴축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힌 이후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스 등 부채 규모가 큰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 금리가 급등하기 시작한 것인데요. 특히 올해 초 1.2% 수준이었던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약 4%대까지 상승했습니다. 스페인의 10년물 금리는 3.1%, 그리스는 4.7%에 달했는데요. 유럽 중앙은행이 본격적인 긴축 정책에 나서면서 금리를 올릴 경우, 많은 빚을 진 국가들이 지게 될 부채 부담이 더 커지게 됩니다. 이로 인해 재정 상태가 더 악화될 경우, 이들 국가들이 발행하는 채권의 위험성이 커져 채권 금리도 오르게 되죠.

한때 2.5%P에 달했던 이탈리아와 독일 10년물 국채의 금리차

유로존 국가들 중 재정이 건전한 독일과 그렇지 못한 이탈리아 간의 국채 금리 스프레드(차이)는 2.4%P 수준까지 벌어졌는데요. 이는 2020년 5월 이후 최대치이죠. 독일의 10년물 금리가 1.6~1.7% 수준인데, 이탈리아의 10년물 금리가 4%를 넘어서면서 그 차이가 확대된 것입니다. 독일-이탈리아의 국채 금리 스프레드는 유럽 경제의 대표적인 위험(스트레스) 지표로 꼽힙니다. 두 국가 간 금리차가 커질수록 유럽 경제의 위험성도 커지기 때문인데요. GDP 대비 150%에 달하는 국가 부채를 갖고 있는 이탈리아가 재정 위기에 빠질 경우, 국채를 사들인 이탈리아의 민간 은행은 물론 유럽 각국 정부와 금융기관들이 줄줄이 디폴트 위기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남부 유럽 국가들의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2012년 유로존 재정위기가 다시 한번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는데요. 2010년 그리스는 재정 상태 악화로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됐고, 이 충격이 부채 비율이 높았던 유럽의 PIIGS(포루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로 전이되면서 유로존 재정위기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유럽과 IMF는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대신, 강력한 구조조정과 긴축정책을 요구했는데요. 이에 그리스가 유로존 탈퇴를 시사하기도 하는 등 유럽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유럽 중앙은행은 혹여나 과거와 같은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했는데요.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긴급회의 이후 "회원국 간 채권금리 차이 확대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채권금리 차이가 계속 커질 경우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위기 대응 시스템을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유럽 중앙은행은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 금리 급등을 막기 위해, 팬데믹긴급매입 프로그램으로 매입한 채권 중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에 대해 유연하게 재투자할 것이라고 했죠. 이렇게 유럽 중앙은행이 금리차 확대를 억제할 강력한 의지를 보이자, 4%를 넘어섰던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도 다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6월 16일 한때 4%를 넘어섰다가, 긴급총회 이후 안정세를 찾은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 [출처: WSJ]

PEPP로 매입한 채권에 유연하게 재투자할 수 있다는 것은 쉽게 말해 부채 비율이 높은 일부 국가들의 채권을 다시 매입해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유럽 중앙은행은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가 터지자 여러 국가의 국채는 물론, 기업들의 단기 채권까지 매입해왔는데요. 이렇게 중앙은행이 국가와 금융기관, 기업들의 채권을 매입해주면 채권 금리가 전반적으로 낮아져 돈이 필요한 기업들이 자금을 조금 더 쉽게 구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채권 매입은 올해 3월부터 중단됐는데, 만약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가 더 오른다면 유럽 중앙은행이 돈을 더 풀어 채권을 더 사줄 수 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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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유럽 중앙은행은 긴축 정책을 통해 그동안 시중에 풀었던 돈을 회수하려 하지만, 이런 긴축 과정에서 재정 위기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일부 국가에 대해서는 돈을 더 풀어 구제해줄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입니다.

유럽이 분열될 수도 있다?

이번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 급등 사태는 유럽 중앙은행이 적극적인 진화에 나서면서 일단락됐지만,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유럽 국가들의 재정 불안이 맞물리며 유로존이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특히, 유럽 주요 국가들 역시 전쟁에 대해 미묘하게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어, 전쟁이 더 장기화될 경우 유럽 국가 간의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죠. 실제로 유럽의 주요국들은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수입 제재 조치를 두고 의견이 갈리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게다가 얼마 전 유럽에서 실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35%가 종전을, 20%가 러시아에 대한 응징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하죠.

이렇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물가가 크게 오르고, 그에 따라 유럽의 긴축정책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면서 향후 남유럽 국가들의 부채 문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나 산업에서 관광업의 비중이 큰 남유럽 국가들은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컸는데요. 이로 인해 국가 부채도 큰 폭으로 늘어나 향후 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담도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이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당장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닙니다. 이번 총회 이후 독일의 크리스틴 린더 재무장관은 국채 금리 차이에 대해 그리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는데요. 코로나19 이후 유럽 국가들은 피해를 본 국가를 지원하기 위한 1,000조원 상당의 경제 회복 기금을 조성했고, 2012년 재정위기 당시보다 유럽 은행들의 재정 건전성이 많이 개선되었다는 것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과연 유럽 국가들이 긴축 과정에서의 충격을 잘 견뎌낼 수 있을지 한 번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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