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BYTE] 위기가 끝나자 찾아오는 경기 침체

[DEEP BYTE] 위기가 끝나자 찾아오는 경기 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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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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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예상하는 경기 침체

코로나19의 종식이 다가오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많은 경제 지표들, 그리고 주요 인사들의 발언은 사실상 경기 침체의 도래를 가리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이미 경기침체를 대비해 비용삭감에 들어갔고, 경제 전문가들은 계속해서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칼바람이 부는 미국 기업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향후 경기에 대해 '매우 나쁜 예감(super bad feeling)'이 든다며 테슬라와 그 자회사의 인원 10%를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메모의 제목은 "전 세계에서 모든 고용을 멈춰라(pause all hiring worldwide)"였는데요. 머스크는 세계 전역에서 신규 채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죠. 현재 테슬라에는 약 10만명이 고용되어 있는데, 10%가 줄어들면 약 1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 전망이 안 좋아지면서 인건비를 줄이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사실 이는 테슬라만의 일은 아닙니다. 빅테크 기업들은 물론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까지 줄줄이 구조조정과 비용 삭감을 예고했는데요. 미국의 차량 공유 업체인 우버와 리프트는 모두 최근 신규 채용을 줄이고, 각종 비용을 삭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최대의 이커머스 업체인 아마존 역시 경기 침체 조짐이 보이면서 창고 공간이 남아돌자, 유휴 창고를 정리하고 비용을 줄여나가겠다고 했죠. 메타(페이스북) 역시 임원과 관리자급에 대한 신규 고용을 중단하기로 했고, 미국의 주식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는 인원을 9%가량 감원하기로 했습니다.

강력한 허리케인이 찾아온다

미국에서 가장 큰 은행인 JP모건의 CEO 제이미 다이먼 역시 앞으로 경제에 "허리케인"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강력한 긴축에 나서면서 심각한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골드만삭스 역시 미국의 경기가 향후 1년 이내 후퇴할 확률을 5%에서 27%로 높여 잡았죠.

과거 미국의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 역사상 물가 상승률이 4% 이상이고 실업률이 5% 미만일 때, 2년 이내에 경기 침체가 오지 않았던 적이 없다"고 언급했는데요. 역사적으로 물가와 고용이 동시에 늘어나 경기가 과열 국면에 접어들면, 이후 필연적으로 경기 침체가 찾아왔다는 것이죠. 현재 미국의 물가 상승률(4월 기준)은 8.3%, 실업률(5월 기준)은 3.6%로, 서머스 교수가 이야기한 경기 과열의 기준에 정확하게 부합합니다.

경기 침체의 징조는 실제 경제 지표에서도 드러나고 있는데요. 최근 미국에서는 신용등급이 가장 낮은(CCC 등급) 회사들의 회사채 가격이 급락하고 있습니다. 회사채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해당 회사의 전망을 안 좋게 보고 채권을 팔아치우고 있다는 뜻인데요.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자, 높은 수익률을 바라고 신용도가 낮은 회사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발을 빼고 있는 것이죠.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채권의 금리가 상승하기에, 상황이 위태로운 기업들이 돈을 빌리기 더욱 어려워집니다.

되돌릴 수 없는 시계

경기순환시계(Business Cycle Clock)는 현재 한 나라의 경제가 어떤 국면에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보통 경제는 회복→상승→둔화→하강의 국면을 거치면서 꾸준히 성장하는데요. 단기적으로는 약 4년을 주기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합니다.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3월을 기준으로 경기는 급격히 수축했다가 3분기부터 빠르게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2분기 약 31%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던 미국 경제는 3분기 33%의 기록적인 성장률을 보여줬습니다.

빠르게 회복한 후 다시 수축하고 있는 미국 경제 [출처: 워싱턴 포스트]

이후 6분기간 플러스 성장을 보이던 미국은 올해 1분기 경제 성장률 -1.4%를 기록하며 경기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경기 회복이 시작된 지 약 2년 만에 경기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인데요. 이제는 회복과 상승 국면을 거쳐 둔화와 하강 국면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서 있는 셈이죠. 아래 OECD 국가들과 우리나라의 경기순환시계를 살펴보면 많은 나라가 상승 국면에서 하강 국면으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실제로 여러 경제 지표들이 경기 둔화를 가리키고 있죠.

2분기 OECD 국가들의 경기순환시계 [출처: Fidelity]
2020년 10월 회복 국면에서 2022년 3월 둔화 국면으로 접어든 한국 경제 [출처: KOSIS]

이런 흐름이라면 2023년과 2024년까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경제는 침체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도이체방크는 물론 벤 버냉키 전 미국 연준의장 역시 2년 내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죠. 경기 침체란 경제 활동이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이에 따라 고용, 소비, 생산 등 여러 경제 지표들이 악화되는 현상을 의미하는데요. 경기 침체는 회복 이후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현상이긴 하지만, 최근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맞물리면서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공급 충격으로 인한 물가 상승과 이를 잡기 위한 긴축 정책이 도화선이 되었죠.


경기 침체의 도화선: 물가와 긴축

계속 오르는 물가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강력한 경기 부양책으로 빠른 회복을 이뤄냈습니다. 팬데믹 선언 직후 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0%대로 내리고, 현금을 찍어 살포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가계와 기업들을 구제해줬는데요. 특히 개인들은 정부에서 재난 지원금을 지급받고, 은행에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게 되면서 소비 여력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여행과 외식 등 각종 외출 활동이 제한되면서 이런 소비의 대부분은 컴퓨터나 TV 같은 전자제품이나 가구 등에 집중됐죠.

이렇게 사람들의 호주머니가 두둑해지면서 소비 욕구는 매우 높아졌지만, 정작 공급은 수요에 한참 못 미쳤습니다. 이미 많은 제조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악화를 예상하고 생산량을 줄여버렸고, 물류 기업들도 불황이 올 것이라는 판단에 컨테이너선 발주에 소극적이었죠. 뿐만 아니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아시아에 위치한 제조 공장들과 남미, 중국 등에 위치한 각종 원자재 광산들이 문을 닫았습니다. 강력한 경기 부양책으로 수요는 폭발하고 있는데, 정작 공급은 제한되는 '공급망 리스크'가 본격화된 것입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도시 봉쇄같이 세계 공급망에 타격을 주는 이슈들이 연이어 발생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유가와 식량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고,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내세우며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의 봉쇄에 나서면서 전자제품과 자동차 제조 기업들이 공장 문을 닫았죠. 수요는 여전히 큰데 공급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물가도 계속해서 올랐습니다. 어느새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8%대,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률은 5%대를 넘어섰죠.

공급충격과 함께 다소 늦은 미국의 출구전략도 물가 상승에 일조했습니다. 미국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중앙은행) 의장과 재닛 옐런 재무 장관은 작년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현상"이라면서 고용 시장이 완전하게 회복될 때까지 경기 부양책을 지속하겠다고 했었는데요.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점점 더 심각해졌고, 파월 의장과 옐런 장관 모두 본인들의 판단 실책을 인정하고 말았습니다. 연준은 한발 늦게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는 긴축 정책에 나섰는데요. 연준이 조기에 물가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면서, 미국은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DEEP BYTE] 미국의 조금 늦은 ”출구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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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진 미국의 긴축

물가 상승이 계속되면서 미국 연준도 강력한 긴축정책에 나서고 있습니다. 시중에 풀었던 돈을 회수하면서 물가를 억제하려 하는 것인데요. 연준은 지난 5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한 데 이어, 오는 6월과 7월에도 빅스텝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 전 발표된 미국의 5월 실업률이 3.6%로 양호하게 나타나면서, 9월에도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죠. 실업률이 3%대라는 것은 사실상 일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완전고용 상태에 도달한 것으로, 실물 경제의 회복세가 매우 탄탄하다는 뜻인데요. 이에 따라 연준 역시 큰 부담 없이 금리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연준 부의장, 9월 금리인상 중단론 일축…추가 빅스텝 여지도
연준 부의장, 9월 금리인상 중단론 일축…추가 빅스텝 여지도, 경제

연준은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과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줄이는 양적긴축(QT, Quantitative Tightening)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연준은 그동안 국채와 각종 민간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자금을 공급해왔는데요. 가령, 연준이 국채를 사주면 중앙정부는 연준에게 받은 돈으로 각종 경기 부양책을 펼 수 있었죠. 또, 연준이 시중은행이나 모기지업체의 채권을 사주면, 이들은 연준에게 채권을 판 돈으로 더 많은 대출을 해줄 수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연준이 돈을 찍어 시중에 공급해준 것이죠. 현재 연준이 가지고 있는 자산 규모는 2020년 초의 두 배 수준인 1경 1천조원에 달합니다.

연준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을 넘어, 이렇게 사들인 자산을 다시 팔아 시중에 풀린 돈을 흡수하려 하고 있습니다. 사들인 채권의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거나, 시중에 싸게 되파는 방식으로 자산을 매각하는 것인데요. 연준이 자산을 매각하면 시중에 있던 자금(매각대금)이 연준에게 되돌아와 결과적으로는 시중에 풀린 돈이 줄어들게 됩니다. 연준은 6월부터 8월까지 매달 최대 475억달러씩 매입한 국채와 모기지증권을 줄이고, 9월부터 12월까지 최대 950억달러씩의 자산을 더 줄여 올해 안에 총 5,225억달러(약 640조원)의 자금을 회수할 예정이죠.

연준이 물가 억제를 위해 강력한 긴축 정책을 펼치면 경기 둔화는 따라올 수밖에 없습니다. 파월 의장은 "고용에 큰 타격을 주지 않고 인플레를 잡을 기회가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사실상 실업률은 어느 정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인데요. 긴축 정책으로 금리가 올라가고, 시중에 풀리는 돈이 줄어들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소비를 줄이게 됩니다. 소비가 줄면 기업들은 생산을 줄이게 되고, 그러면 당연히 고용이 감소할 수밖에 없겠죠. 물론 향후 긴축 정책이 얼마나 더 강력해질지는 물가 상승률이 어떻게 나타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약간의 실업률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 침체, 강도는 어느 정도일까?

그렇다면 긴축 과정에서 미국 경제는 어느 정도의 타격을 받을까요? 일각에서는 과거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불렸던 폴 볼커 연준 의장의 사례를 들며, 이번에도 큰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데요. 과거 1980년대 폴 볼커 연준 의장은 오일 쇼크로 인해 발생한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속도로 올렸습니다. 한 번에 기준금리를 4%P 올리는가 하면,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12%에서 22%까지 10%P 끌어올리기도 했죠. 이런 강력한 긴축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은 잡았지만, 당시 수많은 기업들이 파산하고 실업률이 10%를 넘어서는 등 미국 경제는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당시와는 다를 것이라는 예측이 많습니다.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초반에는 원유 공급 충격으로 물가 상승률이 15%에 달할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심각했습니다. 지금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약 8% 정도이니, 현재보다 인플레이션이 2배 가까이 심했던 것이죠. 또, 현재 미국 물가 상승률은 4월 8.5%에서 5월 8.3%로 소폭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물가 상승폭이 크긴 하지만 폴 볼커 의장 재임 때보다는 훨씬 양호한 상황인 것이죠.

다만, 경제 성장률 감소와 실업률 증가는 불가피할 전망인데요. JP모건은 올해 하반기 미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3%에서 2.4%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내년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는 2.1%에서 1.5%로, 하반기는 1.4%에서 1%로 내려 잡았죠. 성장률 감소에 따라 내년 하반기 실업률은 당초 예상치였던 3.2%보다 다소 높은 3.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0.3% 차이라도 미국 전체 인구를 놓고 보면 약 100만명의 실업자가 추가로 발생하게 되는 셈인데요. 일각에서는 이러한 경기 둔화가 2024년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회복과 유동성의 시기를 지나 둔화와 긴축의 시대로 가는 세계 경제, 과연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경기 침체기를 잘 극복해나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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