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중앙은행이 치솟는 물가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를 14%에서 13%로 1%P 인하했습니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는 다른 나라와 정반대의 행보인데요. 튀르키예는 작년 말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때도 여러 달에 걸쳐 금리를 19%에서 14%로 내리는 등 파격적인 정책으로 주목받았죠. 과연 튀르키예는 왜 금리를 내리는 것일까요? <DEEP BYTE>에서 그 이유를 파헤쳐 봤습니다.


치솟는 물가, 내리는 금리?

지금 튀르키예(구 터키)는 약 25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습니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무려 79.6%를 기록하면서 2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도 터키 중앙은행(CBRT: Central Bank of the Republic of Türkiye)은 오히려 금리를 1%P 인하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습니다.

작년 초에 비해 3배 가까이 폭락한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 © XE
  • 튀르키예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자국 화폐 리라화 가치의 폭락 때문입니다. 리라화 가치는 2013년 발생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걷고 있는데요. 미국과의 외교적 마찰로 인한 경제 제재, 정치적 불안정, 만성적인 무역적자 등으로 인해 10년간 화폐 가치가 10배 가까이 하락했습니다.
  • 2018년 미국인 목사 구금 사건과 미국의 경제 제재로 폭락했던 리라화 가치는 한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다, 작년 말 다시 반토막 나고 말았는데요.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 국면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중앙은행에 지속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하면서 리라화 가치가 폭락한 것입니다.
  • 튀르키예 역시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중에 돈을 많이 풀어 경기 부양에 나섰습니다. 2019년 말 12%이던 기준금리는 2020년 5월 8.25%까지 내려는데요.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3분기 6.7% 성장하며 회복한 터키 경제는 2021년 무려 11% 성장했죠.
  • 그런데 2020년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며 리라화 가치가 계속 하락했는데요. 물가 상승률이 12%에 이르고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가 약 25% 폭락하자,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상해 물가를 잡고 리라화 가치를 유지하려 했습니다. 중앙은행은 2020년 9월부터 2021년 3월까지 8.25%였던 금리를 19%까지 올렸죠.
  •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에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20년 가까이 이어진 권위주의 통치와 사회 불안으로 지지율이 낮아진 그는 2023년 차기 대선을 앞두고 있는데요. 금리가 오르면 물가를 잡을 수는 있어도, 경제가 위축되며 성장률이 낮아지고, 민심 역시 떠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 그래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금리를 인하하도록 중앙은행을 압박했는데요. 금리 인하에 반대하던 중앙은행 총재를 세 명이나 내쫓고, 자기 뜻을 따르는 총재를 앉혀 결국 2020년 말부터 금리 인하에 들어갔습니다. 작년 말에는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이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는데, 반대로 금리를 더 내린 것이죠.
  • 19%까지 올랐던 튀르키예의 기준금리는 2021년 말 14%까지 내렸는데요.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올해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금리를 동결하다가, 얼마 전 1%P의 '깜짝' 금리인하를 단행했습니다. 당연히 리라화 가치는 또다시 급락했죠. 내년 선거를 앞두고 에르도안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란 분석입니다.
10년간 10배 가까이 폭락한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 © XE
2020년 말 인상된 뒤 다시 내려간 튀르키예 기준금리 © Trading Economics
18일 '깜짝' 금리 인하 소식에 급락한 리라화 가치 © XE

튀르키예는 빠르게 금리를 올리는 미국과 정반대로 금리를 내리고 있는데요. 에르도안 대통령은 리라화 가치 폭락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속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체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토록 저금리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