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BYTE] 왜 신흥국은 미국과 '함께' 긴축할까?

[DEEP BYTE] 왜 신흥국은 미국과 '함께' 긴축할까?

최근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가 강력한 긴축 기조를 시사하면서 신흥국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보통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긴축에 들어서면 신흥국의 성장이 더뎌지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  J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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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FED(연방준비제도)가 강력한 긴축 기조를 시사하면서 신흥국의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긴축이란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시중에 풀었던 돈을 거둬들이면서 과열된 시장을 가라앉히고,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정책 기조를 뜻합니다.

FED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예상보다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하고 금리 인상을 시사해왔는데요. 오늘 DEEP BYTE에서는 미국이 지금 이렇게 강력한 긴축정책을 시사한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미국의 긴축이 신흥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뤄보려 합니다.


빨라진 긴축 시계

특히 지난 12월에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당초 올해 6월까지 마무리 하려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3월에 조기 종료하겠다는 강력한 긴축 정책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팬데믹 이후 FED는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하며 매달 시중에 1,200억달러(약 140조)에 달하는 돈을 풀어왔는데, 이를 매달 300억달러(약 35조)씩 줄여 3월 이후에는 자산매입 규모를 0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죠. 게다가 올해 약 두세 차례의 금리 인상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FOMC 결과는!?
40년 만에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미국. 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는 이번 FOMC를 통해 긴축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는데요. 과연, 이번 FOMC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12월 FOMC 결과 발표 당시 투자자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긍정적이었습니다. 당시 주식 시장의 투자자들은 연준의 긴축 기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불안해했고, 이에 주가도 크게 출렁였는데요. 나름 강력한 긴축 정책이 발표됐지만, 충분히 예상되던 바이기도 했고, 오히려 긴축 정책의 발표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뉴욕 증시도 큰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1월 5일, 12월 FOMC의 회의록이 공개되면서 FED의 긴축 기조가 투자자들의 예상보다 더 강력하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FOMC에는 FED 이사 7명과 각 지역의 연방준비은행 총재 5명이 참여하는데, 이들의 구체적인 입장이 담긴 FOMC 회의록은 회의 종료 이후 2~3주 후에 공개됩니다. 이렇게 공개된 12월 회의록에 담긴 내용들이 생각보다 '매파적'*이었는데요. FOMC 위원들은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며, 심지어 '양적긴축(Quantitative Tightening)'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죠

  • 보통 돈을 많이 풀어 경기를 부양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비둘기파', 돈을 푸는 양을 엄격히 조절해 물가를 잡고자 하는 사람들을 '매파'라고 일컫습니다.
연준이 뽑을 칼, 흔들리는 시장
미국 연준이 2022년에 공격적인 긴축 정책을 펼칠 전망입니다. 미국이 추진할 긴축 정책과 그 배경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양적긴축(Quantitative Tightening)이란 경기가 어려울 때 실시되는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와 정반대로, 자산매입뿐만 아니라 FED가 보유한 자산 자체를 줄이는 긴축 정책입니다. 보통 경기 부양을 위해 양적완화를 실시하게 되면 FED가 국채 혹은 MBS(모기지담보증권)를 사들여 장기금리를 낮추는데요.

이렇게 되면 FED의 금융 장부에는 시중에서 사들인 채권 등의 자산이 점점 쌓이게 됩니다. 양적긴축이란 이렇게 사들였던 자산들을 다시 시중에 팔아 시중에 풀린 돈을 더 많이 빨아들이겠다는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자산매입 규모만 축소할 줄 알았는데, FED가 가지고 있는 자산까지 팔아 시중의 돈을 회수한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없겠죠.

시중에 풀린 돈이 줄어들면 대출이 어려워지고 금리가 높아집니다. 그러면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주식을 팔아 대출금을 갚을 테고, 더 높은 수익률을 바라고 주식을 샀던 사람들도 주식에서 돈을 빼 은행에 예치하게 되겠죠. 결국 주가도 하락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런 우려에 FOMC 회의록 공개 이후 뉴욕 증시는 연일 하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 FED는 왜 이렇게 강력한 긴축 기조를 들고나온 것일까요? 일차적으로는 빠르게 오르는 물가를 통제하고자 함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을 유지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실제 인플레이션만큼이나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기대 인플레이션'인데요. 긴축을 통해 수요를 줄여나가며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고, 기대 인플레이션까지 억눌러 미국 경제 성장의 정체를 막겠다는 것입니다.

  • 공급망 리스크는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는데요. 부품이나 원자재 공급은 제한적이고, 제품 수요는 커지면서 물가를 밀어 올린 것입니다. 다만, 부품이나 원자재 생산을 늘리기 쉽지 않으니,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여 수요를 줄임으로써 수요-공급 균형을 맞춘다는 것이 FED의 계획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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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인플레이션(기대 인플레)이란 시장 참여자들이 앞으로 물가 상승률을 어떻게 전망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기대 인플레가 높게 유지될 경우 생필품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임금 인상분은 생산 비용이나 가격으로 전가됩니다. 기업들은 사람들의 기대 인플레가 높으니, 비교적 편하게 물건 가격을 올릴 수 있죠. 또, 기대 인플레가 높으면 사람들은 미래의 소비를 현재로 이전시키게 됩니다. 앞으로 물건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기에, 지금 미리 필요한 물건을 사두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기대만으로도 실제 물가가 상승하게 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 결국 FED는 지금이라도 제대로 인플레이션을 잡고, 미국의 꾸준한 성장을 유지하려 하는 것이죠.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신흥국이 고통받는다?

이렇게 미국이 강력한 긴축 정책을 펼치면 신흥국들은 경제 성장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신흥국이란 남미나 중동, 동남아시아, 동유럽 등 한창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국가들을 이르는데요. 특히 2013년 5월은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들에게 악몽 같은 시기였습니다. 당시 벤 버냉키 FED 의장은 2008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풀었던 돈을 다시 회수하는 긴축정책을 시사했고, 신흥국에서는 외국 자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신흥국의 통화가치, 주식 및 채권 가격이 일제히 폭락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흔히 이를 가리켜 긴축발작(Taper Tantrum)이라고 하죠.

2013년 5월 긴축 예고에 급등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출처:Investing.com]

자본이 부족해 경제 성장의 많은 부분을 선진국 자본에 의존하고 있는 신흥국으로서는 미국의 긴축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데요. 왜 미국이 긴축 정책을 취하면 신흥국에서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는 것일까요? 핵심은 '금리'에 있습니다. 신흥국 시장은 선진국 시장에 비해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선진국보다 금리(수익률)가 높은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긴축으로 미국의 금리가 갑자기 올라버린다면, 굳이 리스크가 큰 신흥국 시장에 돈을 넣어둘 필요가 없겠죠.

국채를 기준으로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신흥국 국채는 미국 국채보다 금리가 높아야 투자자들이 투자할 유인이 생기니, 미국의 국채금리가 0.5%이고, 신흥국A의 국채 금리는 5%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러면 미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미국 국채를 팔아서 신흥국 A의 국채를 산다면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겠죠. 쉽게 생각하면, 금리가 낮은 미국 은행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A국의 국채 혹은 A국의 기업채권에 투자하면 큰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2008 금융위기 이후 수년간 이어졌던 미국의 제로금리

2008 금융위기 이후 미국 FED는 위기 극복을 위해 금리를 0% 수준으로 낮추고, 시중에 막대한 돈을 푸는 등 완화적인 통화정책(양적완화)을 오랜 기간 유지했습니다. 미국의 많은 투자자들은 자국 금리가 너무 낮으니, 더 높은 수익률을 위해 미국에서 돈을 빌려 신흥국에 투자했죠. 하지만 FED가 이런 정책 기조를 언제까지나 유지할 수는 없기에, 2013년 5월 양적완화를 축소할 것을 시사합니다.

벤 버냉키 의장의 긴축 발언에 일제히 급락세를 보인 신흥국 통화가치 [출처: Schroders]

FED의 갑작스러운 긴축 예고에 미국 국채 금리가 크게 올랐고, 깜짝 놀란 투자자들은 신흥국에서 자금을 빼 모조리 달러로 바꿔 미국으로 탈출하게 됩니다. 결국 신흥국에는 달러가 부족해지며 자국 통화가치가 급락했고, 주식이나 채권 가격도 크게 떨어지고 말았죠. 신흥국들은 미국의 양적완화로 미국과 세계에서 큰 자본이 유입되어 한창 성장하고 있었는데, FED 의장의 한 마디에 이 자본이 싹 빠져나가면서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 것입니다.

특히 미국의 금리 상승은 신흥국에게는 딜레마인데요. 자국의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국 금리가 오를 때마다 자국의 금리도 올려야 합니다. 그래야 자본의 유출을 막고, 이전과 같은 수준의 자본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금리를 올리면 자연스럽게 시중에 풀린 돈이 줄어들기 때문에 성장이 정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듯 신흥국들은 '슈퍼 파워' 미국의 금융정책 기조를 따라가야만 하기 때문에, 자국의 경제 사이클에 맞는 통화정책을 구사하기 어려운 것이죠. 또,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성장도 느려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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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작년 미국의 긴축이 예상되자, 많은 신흥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발 빠르게 인상했습니다. 러시아는 작년 3월 이후 무려 7차례 기준금리를 올려 벌써 기준금리가 8.5%에 달하는데요. 멕시코는 작년 5차례 금리를 인상해 5.5%까지 기준금리를 올렸고, 브라질도 7차례의 금리 인상으로 9.25%까지 기준금리를 올렸습니다. 칠레, 페루, 폴란드, 헝가리,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등 신흥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싱가포르, 영국 등 주요국들 역시 줄줄이 기준금리 인상 소식을 전했죠. IMF 역시 미국의 긴축 기조에 발맞춰 신흥국들의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경고했습니다.


미국의 긴축 = 전 세계의 긴축

앞서 이야기했듯 미국의 긴축은 사실상 전 세계의 긴축을 불러오게 됩니다. 달러가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고 있기에, 세계 여러 국가들은 좋든 싫든 달러 표시 부채를 상당량 갖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부채가 원화로 표시되어 있다면 우리나라는 얼마든지 돈을 찍어 갚으면 되지만(물론 이 경우 국제적인 신용도가 크게 낮아지겠죠), 달러화로 표시되어 있다면 달러화를 사서 갚아야 하기에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죠.

만약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데 우리나라가 금리를 올리지 않고 버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많은 일들이 벌어지겠지만, 일단 부채 부담이 커집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먼저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 차이가 줄어들게 되면서 미국의 투자자들은 한국 국채를 팔고 미국 국채를 사들입니다. 미국이 한국보다 더 안정적인 데다가, 투자 수익률도 크게 다르지 않다면 당연히 강대국인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겠죠. 이렇게 외국인이 한국 자산을 팔고 외국으로 나가면, 원화 자산을 달러화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외환시장에서 원화의 양은 늘고 달러화의 양은 줄어들게 됩니다.

결국 원화에 비해 달러화가 귀해지기 때문에 원화 가치는 낮아지고, 달러화 가치는 높아지는데요. 이는 곧 환율의 상승을 의미합니다. 1달러당 1,000원 하던 달러가 1,200원까지도 올라갈 수 있죠. 이렇게 되면 같은 양의 달러화 표시 부채라도 실질적으로 갚아야 하는 양은 더 커집니다. 부채가 500달러고 환율이 1,000원이면 50만원으로 갚을 수 있지만, 환율이 1,200원이 되면 60만원으로 갚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미국이 긴축 정책을 펼 때, 미국을 따라 긴축 정책을 펴지 않는다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하지만 모든 나라가 미국을 따라 긴축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미국과 반대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치는 곳도 있는데요. 중국과 터키가 대표적입니다. 중국과 터키 역시 지난 2013년 5월 미국의 긴축 예고에 큰 타격을 받은 국가인데요. 중국은 지난 12월 말 미국의 긴축 예고에도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은행의 지급준비율과 대출우대금리(LPR)를 인하했습니다.

지급준비율이란 은행이 전체 예금액 중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돈의 비율을 뜻하는데요. 지급준비금은 은행이 예금자에게 돈을 지급하기 위해 보관하고 있어야 하는 자금으로, 지급준비율을 인하할 경우 은행이 대출을 통해 시중에 융통할 수 있는 돈이 더 늘어나게 됩니다. 대출우대금리는 중국이 2019년 기존의 기준금리를 대체하기 위해 도입한 금리 체계로, 사실상 다른 나라의 기준금리와 같은 역할을 하죠. 중국은 12월 지급준비율은 0.5%, 1년 만기 LPR은 0.05% 낮추면서 시중에 돈이 더 풀리게끔 했죠.

중국이 다른 나라와 달리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나서는 것은 기존의 긴축적인 재정·통화정책이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켰고,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당국은 작년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사회 양극화 심화를 막기 위해 금융자산과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긴축 정책에 나선 바 있는데요. 강력한 긴축 정책으로 거대 부동산 개발 회사들이 부도를 맞게 되면서 긴축 정책을 기피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게다가 최근 중국의 GDP 성장세가 더뎌지면서,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죠.

터키 역시 미국의 긴축 기조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낮춰 성장을 유도하고 있는데요. 터키의 경우 에르도안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자국의 금리를 내리면서 터키 리라화 가치는 급속도로 하락했는데요. 에르도안 대통령이 리라화 예금자산을 보호할 것을 천명하면서 리라화 가치는 일부 회복되긴 했지만, 여전히 자본 유출 러시가 이어지면서 리라화 가치는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터키 리라화 폭락 사태 총정리
최근 들어 터키의 화폐 리라화의 가치가 폭락하며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연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어떻게 리라화 환율을 방어할까요?

이렇듯 세계 여러 국가들은 미국의 긴축 기조에 맞춰 함께 긴축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과 터키는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는데요. 특히 달러가 급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는 터키가 미국의 본격적인 긴축에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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