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BYTE] 임박한 테이퍼링, 시작부터 완벽하게 이해하기

[DEEP BYTE] 임박한 테이퍼링, 시작부터 완벽하게 이해하기

이제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연준의 테이퍼링, 완벽하게 이해시켜 드리겠습니다!

🐶  J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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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11월부터 테이퍼링에 나서겠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테이퍼링이란 ‘가늘게 하다’라는 뜻으로,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실시했던 자산매입을 점점 줄여가는 것을 뜻하는데요.

테이퍼링이 시작된다는 것은 곧 중앙은행이 코로나 대응을 위해 시중에 풀었던 돈을 회수한다는 것을 의미하죠. 최근 들어 경기회복이 가시화되고 있고, 그에 따라 물가도 빠르게 상승하면서 연준이 본격적으로 ‘출구전략’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연준의 대응을 짚어보면서 테이퍼링이란 무엇인지,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무엇이 달라질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코로나19 초기 위기에 빠진 기업들

테이퍼링을 완벽히 이해하려면 코로나가 막 확산하기 시작한 작년 3월로 돌아가 봐야 합니다. 작년 1월 코로나가 창궐하고 2~3월 급격히 확산하면서 세계 경제가 크게 움츠러들었습니다. 사람들의 이동과 소비가 제한되면서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하기 시작했죠. 미국과 중국의 성장률도 크게 꺾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도 폭락했습니다. 지금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선 원유가 당시에는 2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었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은 현금이 바닥나기 시작했습니다. 소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의 매출이 급감했는데요. 일례로 세계 여행시장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여행기업들은 당장의 임금도 주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렇게 경제 전반의 위기감이 커지고 매출이 급감하면서 기업들은 어디에선가 돈을 빌려와야 했죠. 당장 임금도 줘야 하고, 빌린 돈에 대한 이자도 지급해야 하고, 밀린 거래대금도 결제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치솟는 채권 금리

기업들은 돈이 부족해지니 어디선가 돈을 빌려와야 했습니다. 그런데 너도 나도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은행이나 투자자들이 돈을 잘 빌려주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는 전 세계적으로 워낙 금리가 낮다 보니 기업들은 이곳저곳에서 많은 돈을 빌려 사업을 확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모든 기업이 한꺼번에 어려워지자, 돈을 빌릴 곳이 부족해졌고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어렵게 말하면 ‘채권금리가 상승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것’이죠.

기업들은 다양한 창구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그 중 대표적인 방법이 채권을 발행하는 것입니다. 기업들은 몇 년 후 원금과 함께 얼마간의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하고(=채권을 발행하고), 금융기관이나 다른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빌립니다. 그런데 코로나 직후 너도나도 돈이 필요해지면서, 기업들이 돈을 빌릴 때(=채권을 발행할 때) 지급해야 하는 이자율(=채권금리)도 크게 올라갔죠. 빌릴 사람은 많은데, 빌려줄 사람은 적었기 때문입니다.

3월 팬데믹 선언 급등한 미국의 AA등급 회사채-국채 스프레드 [출처: FRED] 

기업이 시중에서 돈을 빌리는 이자율과 국채 금리 간의 차이를 ‘스프레드’라고 하는데요. 안전자산인 국채 이자율이 1%이고, 기업이 돈을 빌리는 회사채 이자율이 1.5%라면 회사채 스프레드는 0.5%가 됩니다. 회사채 스프레드가 커진다는 것은 기업이 돈을 빌리기 위해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한다는 뜻인데요. 작년 2월 0.2%였던 미국의 회사채(AA등급) 스프레드는 3월 팬데믹 선언 이후 2%까지 치솟았습니다. 거의 10배 가까이 커진 것이죠.

되살아났던 2008년의 공포

2008년 금융위기로 파산한 리만브라더스

기업들은 돈을 구하기 어려워졌고, 기업들이 돈을 갚지 못해 연쇄적으로 부도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이 당시 기업들의 주가도 크게 떨어졌죠. 나스닥 지수와 코스피 지수 모두 30%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경제 전반에 충격이 발생해 기업들이 금융기관에서 돈을 차입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을 '신용경색'이라고 하는데요. 우리 몸으로 치자면 혈액(현금)이 돌지 않는 것과 유사한 것이죠.

신용경색이 찾아오면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질 수 있는데다, 일단 한 번 기업들이 부도나기 시작하면 손을 쓰기가 어려워집니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은행업계가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죠. 코로나19로 기업들의 주가가 바닥을 치고, 기업들은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결국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준이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슈퍼히어로’처럼 말이죠.

돈을 풀어 기업들을 살려준 연준

연준은 어떻게 위기에 빠진 기업들을 살릴 수 있었을까요? 일단 기업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었습니다. 중앙은행인 연준이 할 수 있는 것은 기업의 혈액과도 같은 돈을 급하게 수혈해주는 것이죠. 보통 위기가 오면 은행은 돈을 갚을 능력이 의심되는 기업에는 돈을 빌려주지 않습니다.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크니까요. 그래서 연준은 중앙은행만이 할 수 있는 여러 수단들을 동원해서 기업들에게 돈을 뿌려주기 시작했습니다. ‘긴급수혈’의 시작이죠.

①  금리인하

작년 3월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한 미국 연준(FED)

먼저 연준은 기준금리를 크게 낮춰 시중에 돈이 더 잘 돌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준금리모든 시중 이자율의 기준이 되는 금리로, 각국 중앙은행이 정기 위원회를 통해 결정하는데요. 개인이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의 이자율과 기업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릴 때의 이자율 모두 기준금리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기업들이 돈을 빌리는 이자율도 어느 정도 내려가기 때문에 기업들은 좀 더 쉽게 돈을 빌릴 수 있게 되죠. 미국 연준은 2019년 말부터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금리를 계속 내려 돈을 풀어왔는데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3월 연준은 수 차례 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하면서 1.75%에 달하는 기준금리가 0~0.25%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② 자산매입 프로그램

돈을 풀어 국채와 공채를 사들인 미국 연준(FED)

이와 함께 연준은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자산매입이란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국채나 공기업의 장기채권을 매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앙은행이 결과적으로 원하는 것은 투자자들이 단기 회사채를 사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투자자들이 당장 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것이죠. 하지만 코로나19로 투자자들은 위험한 회사채 매입을 기피했고, 단기 회사채 금리가 크게 올랐습니다. 그래서 중앙은행은 이 금리를 떨어뜨리게 위해 장기국채와 모기지 증권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죠.

채권은 가격이 올라가면 그 이자율이 내리는 성격을 갖고 있는데요. 연준이 장기국채를 사들이면 시중에 장기국채 공급이 줄어들고, 가격이 올라가게 됩니다. 장기국채의 가격이 오르면 장기국채 금리가 내려가는데요. 금리가 내린다는 말은 곧 국채에 투자했을 때 수익률이 줄어든다는 말이랑 같습니다. 돈을 빌려줘도 이자를 조금밖에 못 받는 것이죠.

그러면 투자자들은 수익이 안 나는 장기국채 대신, 조금 위험하더라도 수익률이 더 높은(=금리가 더 높은) 회사채를 사들이기 시작합니다. 회사채를 사들인다는 것은 곧 회사에 돈을 빌려준다는 것이기에, 기업들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연준은 3월 23일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하며 작년 3~4월에만 무려 3000조원에 달하는 채권을 사들였는데요. 심지어 연준은 아예 회사채를 직접 사주기도 했습니다. 회사에게 돈을 찍어서 직접 대출을 해준 것이죠.

'테이퍼링 각'을 재는 연준

연준은 이후에도 매달 1200억달러(국채 800억+모기지증권 400억), 우리 돈으로 130조원이 넘는 자금으로 채권을 매입하면서 시중에 돈을 공급했습니다. 이 덕에 기업들의 ‘혈액’과도 같은 돈이 돌면서 기업들의 숨통이 트였고, 경제도 빠르게 회복될 수 있었죠. 얼마 안 돼 주가도, GDP도 코로나 이전 상태를 회복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자산매입을 통한 경기부양이 계속될 수 없다는 것이죠.

금리인하와 자산매입 모두 시중에 돈이 더 많이 돌게 하는 정책입니다. 극심한 위기 때는 모두들 돈이 부족하니, 돈을 찍어서 나눠줘도 경제 전반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혈액이 부족할 때는 혈액을 많이 공급해줘야겠죠. 하지만 회복기에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경제가 회복되면서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하는데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있다면 물가가 크게 오릅니다. 혈액공급이 정상화됐는데도 계속 수혈을 하면 혈관이 부풀어 오르겠죠.

실제로 최근 경제가 정상화되면서 세계적으로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습니다. 물가가 지나치게 오르면 소비가 위축될 수 있는데요. 물건 가격은 빨리 오르지만, 임금은 쉽게 오르지 않기 때문에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다시 경제가 수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준은 자산매입 규모를 조금씩 줄여가면서(테이퍼링) 인플레이션을 막아야만 하죠.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너무 일찍 줄이면 회복이 덜 된 경제에 쇼크가 올 수도 있고, 너무 늦게 줄이면 인플레이션을 잡기 어려워집니다. 이렇게 경기부양책을 차츰 줄여가는 것을 ‘출구전략’이라고 하는데, 출구전략의 타이밍을 잘 잡는 것이 연준의 최대 임무 중 하나입니다.

“이제 진짜 줄인다!”

그동안 연준은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시기를 저울질해왔습니다. 파월 연준 의장이 조금씩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시장의 반응을 확인했죠. 그리고 최근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이르면 11월에 테이퍼링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그리고 11월 혹은 12월부터 본격적인 테이퍼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죠.

물론 자산매입을 일시에 중단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씩 그 규모를 줄여가면서 시장의 반응을 보겠죠. 과거 2013년 밴 버냉키 연준 의장이 자산매입 속도를 줄일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가 증시가 큰 혼란에 빠진 적이 있었는데요. 이런 사태를 피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그 규모를 줄여갈 것으로 보입니다. 연준은 내년 7월까지는 테이퍼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입니다.

보통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시중에 풀리는 자금이 조금씩 줄어들기 때문에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이 내리고, 물가도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그 동안 연준이 테이퍼링에 대해 꾸준히 예고해온 만큼 증시의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더 문제인데요. 파월 연준 의장이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연준은 자산매입 속도와 금리인상 시기를 어떻게 조절할지 고민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곧 시작되는 테이퍼링. 과연 연준은 점진적인 테이퍼링으로 매끄러운 출구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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