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게임 인사이터 한기웅입니다. 오늘은 문화와 연관된 게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게임은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 어떤 문화권에 있는지에 따라 디자인의 방향이 달라지는데요. 오늘은 게임 속의 '나'를 바라보는 동서양의 관점에 대한 차이와 최근의 트렌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자유로운 선택’의 서구권 vs ‘계획에 따른 행동’의 일본

1980년대 비디오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서구권 게임사와 동양을 대표하는 일본 게임사들이 경쟁하기 시작했습니다. 1980-90년대 일본 게이머들은 서구권 게임을 일명 '쿠소게'*라며 플레이를 기피했습니다. 당시에는 인터넷도 없었고 게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커뮤니티 또한 없었기 때문에, 어렵사리 구한 서양의 게임들은 일본 게이머들에게 하나같이 어렵고 이상한, 재미없는 게임으로 인식됐습니다. 서구권과 아시아는 게임 개발에 있어서 별다른 교류없이 독자적으로 게임을 개발했기 때문에, 게이머들에 대한 이해도도 달랐고, 게임 내용 또한 다를 수밖에 없었죠.

*쿠소게 : 하찮고 재미없는 게임이라는 의미로 일본어표현 ‘くそゲー’의 독음



서구권의 게임들은 게임 속 ‘나’를 토대로 세상을 인식해나가는 식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인구밀도가 낮고, 풍광 좋은 자연 경치를 벗 삼아 살았던 북미와 유럽의 개발자들은 자연 속에서 영감을 얻고, 어린 시절의 모험과 탐험을 주제로 자기 주도적이며 존재론적인 접근을 통해 게임을 디자인했죠. 게임 내 세계에서 ‘나’를 둘러싼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히트한 서구권 역할수행게임 '위쳐3'를 봐도 개인적인 테마 ‘사랑’을 토대로 미지의 장소를 탐험하는 게임 속 주인공의 모습들이 보여집니다.


이에 비해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일본의 게임 디자인은 사뭇 달랐습니다. '관계'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문화적 분위기에 따라 게임의 디자인 방향성도 '나'와 '동료', '적'을 중심으로 관계 속 자신의 위치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고, 목표가 뚜렷한 게임들이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게임 크리에이터 중 록맨의 아버지 이나후네 케이지 씨는 인터뷰에서 이런 일본 게임 유저들의 특성을 정리해서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 명확한 계획과 가이드가 있고 집중할 포인트가 있는 게임을 원한다.
  • 계획에 없는 변화나 전개를 보면 불안하다.
  • 자신의 공격순서, 전투 정보, 적의 정보 등 목표에 관련된 정보가 중요하다.

이렇게 일본의 게이머 자신과 동료의 관계를 고려하는 성향을 갖고 있으며, 목표가 명확한  게임을 선호하죠.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RPG 게임 '파이널 판타지'나 '테일즈 시리즈'는 이런 일본의 특성이 반영되어 있는 게임입니다. 이렇게 게임디 렉터가 의도한 대로 따라가도록 한 게임 디자인을 선형 디자인이라고 부르는데요. 시장에서는 JRPG로 불리고 있죠. 여전히 서구권 게임 매체들과 평론가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리는 편입니다.


MZ세대에서 교차하는 세계관

일본과 서구권 비디오게임 디자인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마치 K-POP처럼 하나의 서브컬쳐로 받아들여졌지만, 주류 게임으로 자리 잡긴 어려웠습니다. 특히 <서든어택>과 같은 FPS*게임은 '관계'를 중시하는 일본의 문화와 게이머들의 취향에 맞지 않았죠. 반대로 서구권에서는 'GTA' 같이 자 기주도적 게임을 선호하는 게이머들이 많았기 때문에, 일본의 선형적인 게임 진행방식이나 작위적인 에니메이션 스타일의 게임을 선호하지 않았습니다.*FPS(First Person Shooting): 일인칭 슈팅 게임으로, 서든어택 같은 게임을 이르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