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한 입] 아몬드 없는 허니버터아몬드 광고의 비밀

[브랜드 한 입] 아몬드 없는 허니버터아몬드 광고의 비밀

HBAF가 배우 한소희를 앞세워 광고를 런칭했습니다. 근데 광고에서 HBAF 제품은 보이지 않습니다. HBAF의 브랜딩 전략과 이번 광고 캠페인 분석까지 함께 보러가시죠.

🐪 Eddie
[출처 : HBAF 공식 페이스북]

최근 여러 지면에서 위 사진과 같은, 조금은 독특한 광고를 볼 수 있습니다. 배우 한소희의 얼굴 위에 초록색 페인트로 낙서가 되어있고 그 위에는 “HBAF; H is Silent”라는 슬로건이 적혀 있죠. 이 광고만 봐서는 도저히 무슨 광고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데요. 그나마 힌트로 삼을 만한 요소는 HBAF라는 이름입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 다소 난해합니다.


사실 HBAF라는 이름은 생소할지 몰라도 ‘허니버터아몬드’라는 제품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텐데요. 이 허니버터아몬드를 탄생시킨 주역이 바로 HBAF라는 브랜드입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이한 견과류 가공업체 ‘길림양행’이 있었습니다. 오늘 <브랜드 한 입>에서는 HBAF의 브랜딩 전략에 대해 살펴봅니다. 길림양행이 어떻게 기존의 따분한 견과류 제품을 이렇게 키치한 제품으로 만들었는지, 허니버터아몬드의 메가 히트 이후 이들이 어떤 행보를 취했는지, HBAF가 무슨 의미인지까지 한 번에 살펴봅니다.


허니버터아몬드, 파산 직전 회사를 일약 스타덤으로

길림양행의 전신인 길상사는 1982년에 창립돼 국내에서 최초로 아몬드를 수입 및 유통한 회사입니다. 이후 1988년, 윤태원 회장이 길상사를 인수해 길림양행으로 그 이름을 바꾸었으며 한국 유일의 아몬드 수입회사라는 자격을 누리게 됩니다. 당시에는 국내 아몬드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아몬드 수입에 많은 제약이 존재했는데요. 1990년에 아몬드 수입 규제가 풀리면서 아몬드 유통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됩니다.

아몬드 수입 규제가 풀리면서 롯데제과, CJ, 오리온 등의 식품 대기업들은 해외에서 아몬드를 직접 수입해 가공했는데요. 이에 길림양행은 해외에서 수입해온 아몬드를 가공업체에 판매하던 기존의 B2B* 사업 모델을 지속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수입한 아몬드를 직접 가공하고, 판매하는 방향으로 사업 모델을 바꾸죠.
*B2B란 Business-to-Business의 약자로, 개인 고객이 아닌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아몬드를 수입만 하던 업체가 단번에 제조업체로 변모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윤 대표가 병상에 들게 되며, 아들이었던 윤문현 대표가 젊은 나이에 회사를 이어받게 되죠.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더미였고 단순가공은 그 해결책이 아니었습니다. 이에 윤 대표는 PB 상품* 제작에서 활로를 모색합니다.
*PB(Private-Brand): 주로 유통업체(플랫폼)에서 직접 제작한 자체 브랜드 상품을 의미합니다. GS25 같은 편의점이나 쿠팡 같은 커머스 업체들이 다양한 식품과 공산품을 PB 상품으로 내놓고 있죠.

유통업체가 직접 제작하는 PB 제품의 특성상, 유통 과정이 짧아지기에 판매가 또한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견과류 단순가공 시장은 진입장벽이 낮아 가격 경쟁력이 매출 증대로 직결되지는 않았는데요. 오히려 가격 출혈 경쟁으로 인해 영업 이익 감소를 걱정해야 할 정도였죠. 이에 윤 대표의 길림양행은 ‘가공 완제품을 위한 새로운 레시피 개발’이라는 새로운 사업 목표를 세우게 됩니다.

그러던 2014년 연말, 해태제과에서 출시한 허니버터칩이 품귀 현상을 빚는 등 큰 인기를 누리게 됩니다. 이에 편의점 업체인 GS25에서 허니버터 시즈닝을 아몬드에 입히는 방식을 길림양행에 제안하게 되고, 그 결과 대망의 히트상품인 '허니버터아몬드'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허니버터아몬드 & 프렌즈

[출처 : 길림양행 Auction 판매 페이지]

2015년 1월, 허니버터아몬드는 출시 한 달 만에 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석 달째에는 매출이 2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이와 동시에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7배로 늘어났죠. 그만큼 허니버터아몬드는 큰 인기를 누리며 사실상 길림양행을 대표하는 제품으로 자리 잡습니다.

허니버터아몬드가 기존의 견과류 제품과 달랐던 점은 단순히 맛만이 아니었습니다. 길림양행은 제품 패키징에 있어서도 기존의 견과류 제품들이 취해오던 문법을 뒤엎습니다. 기성 아몬드 제품들은 흔히 아몬드 실물이 그대로 보이는 포장재를 쓰거나 제품의 질을 부각하는 형태의 패키징을 활용했습니다. 그러나 길림양행은 허니버터아몬드를 출시하면서 기존의 아몬드 제품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귀여운 캐릭터를 앞세운 패키징을 선보입니다.

추후 길림양행의 허니버터아몬드의 귀여운 패키징이 인기를 끌자 이와 같은 방법이 사실상 시즈닝 아몬드 시장에서 하나의 마케팅 문법으로 자리 잡으며 비슷한 디자인의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었는데요. 길림양행은 카피 제품을 내놓은 경쟁사와의 상표등록 무효화 소송에서 승소하는 등 ‘허니버터아몬드’라는 상표와 포장지 디자인의 오리지널리티를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경쟁업체들이 카피 제품을 내놓는 상황이 올 것에 대비해 길림양행은 미리 여러 개의 제품을 개발해 내놓습니다. 길림양행은 ‘와사비맛아몬드’, ‘흑당밀크티아몬드’, ‘청양마요아몬드’와 같이 다양한 맛의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며 현재는 20개 이상의 맛을 판매 중이죠.

길림양행 측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2019년 12월, 서울 명동에 HBAF(Honey Butter Almond & Friends)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합니다. 이들은 당시 판매 중이었던 모든 시즈닝 아몬드 라인업을 배치해 놓고 7가지 대표상품을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또한, 여러 제품군을 통해 구축한 브랜드 스토리를 알리는 데에도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HBAF 스토어는 월평균 15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큰 성과를 거두며 성공적인 마케팅 효과를 누리게 됩니다.


원 히트 원더를 넘어 하나의 브랜드로, HBAF

많은 제품을 출시하고 꿀벌을 닮은 아몬드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길림양행은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하나의 뚜렷한 브랜드를 구축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탐스팜’이라는 브랜드명이 있긴 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허니버터아몬드’라는 제품명에 더 익숙했습니다. 이에 길림양행은 하나의 히트 상품에 주목하는 ‘Honey Butter Almond & Friends’라는 이름에서 벗어나 ‘Healthy But Awesome Flavors(HBAF)’라는 슬로건과 함께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맛’이라는 철학을 담도록 리브랜딩을 진행했고, 그 결과 HBAF가 하나의 브랜드로 정립됩니다.

2021년 상반기에 HBAF로 리브랜딩 된 이후, 길림양행 측은 배우 전지현을 모델로 기용했습니다. 기존에는 아몬드가 단순한 건강식품 혹은 주전부리라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다면, HBAF는 이를 넘어서는 고급스러운 느낌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이런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배우 전지현을 광고 모델로 기용한 것은 최적의 선택이었죠.

자, 이제는 HBAF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감이 오시나요? [흐바프], [에이치바프]? 사실 HBAF라는 브랜드명은 발음하기가 상당히 난해한 단어입니다. 이에 리브랜딩 작업을 진행한 제일기획 측은 [바프]라고 부르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 과정에서 ‘H는 묵음이야’라는 킬링 카피가 등장했습니다. 발음하기 어려운 H는 묵음이니 빼고, '바프'로 부르자고 한 것이 하나의 캐치프레이즈가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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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베프, 바프HBAFH는 묵음이야공식판매처 | HBAF스토어http://www.hbafstore.com

HBAF가 제일기획과 함께 배우 전지현을 앞세워 광고를 제작할 당시 사용했던 카피는 "나의 베프, 바프. H는 묵음이야"입니다. 해당 캠페인의 주요 키워드는 ‘일상’과 ‘특별함’이었는데요. 일상 속 활동적인 순간에도, 여가 생활 속 여유로운 순간에도 HBAF의 제품이 잘 어울린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2021년 2월에 처음 공개되었던 해당 광고는 3주 만에 유튜브 등 온라인상에서 누적 조회수 3백만 건을 넘기며 큰 인기를 얻습니다. 특히 "H는 묵음이야"라는 카피가 널리 회자되며, 그동안 HBAF라는 브랜드를 알고 있던 소비자들에게는 궁금증을 해결해주었고, 처음 접한 소비자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결국 HBAF는 리브랜딩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 브랜드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Unlimited HB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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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limited HBAF HBAF, H is Silent바프, H는 묵음이야공식판매처 | HBAF스토어http://www.hbafstore.com

그리고 전지현과 함께한 광고가 게시된 지 1년만인 올해 2월, HBAF는 '대세 배우' 한소희와 계약을 맺고 새로운 광고를 런칭합니다. 광고에서 배우 한소희는 자신의 사진이 프린트된 포스터 위에 페인트로 낙서를 하며 웃음을 짓습니다. 그리고 ‘Unlimited HBAF, H는 묵음이야’라는 카피를 전합니다. 특이한 점은 광고 어디에도 HBAF의 제품이나 아몬드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 배우 한소희와 HBAF가 함께 제작한 두 번째 광고에서는 허니버터아몬드 제품이 등장하긴 합니다. 다만, 30초짜리 광고가 끝나기 전 약 3초 정도 허니버터아몬드를 먹는 모습이 잠깐 노출될 뿐입니다.

이를 통해 해당 광고의 목적이 HBAF의 제품 홍보가 아니라 HBAF라는 브랜드 이미지 홍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브랜드 광고에서 길림양행 측은 대체로 영하고 힙한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데요. 이를 통해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HBAF의 브랜드 정신을 전달하고자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광고를 기획한 제일기획 관계자는 “HBAF의 브랜드 정신을 직관적이며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견과·제과류 제품 광고의 전형성에서 벗어나고자 기획했다”라고 전했습니다.


허니버터아몬드 지우기에 나선 HBAF

HBAF에서 H가 묵음인 것처럼, 이번 광고에서도 HBAF의 제품은 거의 생략되다시피 했습니다. 기존에 ‘건강’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웠던 견과류 시장에서 ‘맛’과 ‘디자인’을 앞세워 ‘허니버터아몬드’라는 파격적인 성과를 냈던 것처럼, HBAF가 이번에는 제품을 전면에 노출하지 않음으로써 또 한 번 견과류 시장의 광고 문법을 깬 것입니다.

오히려 HBAF는 브랜드가 지닌 철학이나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더 힘쓰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면 ‘허니버터아몬드’라는 메가 히트 상품의 이미지를 조금씩 지워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HBAF는 시즈닝 아몬드를 비롯해 먼투썬과 같은 가공 견과류 제품까지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출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제품들이 허니버터아몬드의 그림자에 묻혀버리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단일 제품 대신 HBAF라는 브랜드를 더욱 앞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통해 추후 새로운 제품 라인업을 출시할 경우에도, 지속적으로 그에 걸맞은 이미지 변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죠. 과연 HBAF는 '아몬드 없는' 허니버터아몬드 광고를 통해 '아몬드 기업'이라는 정체성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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