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100조를 쏟는 인텔

유럽에 100조를 쏟는 인텔

인텔이 유럽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을 위한 10년 투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과연 유럽은 새로운 반도체 생산 기지가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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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Unsplash

미국 기업이 왜 유럽에?

인텔이 15일 향후 10년 간 유럽에서의 반도체 개발과 생산을 위해 약 10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인텔은 세계 최대의 종합 반도체 회사(IDM*)로서, CPU와 컴퓨터 관련 다양한 제품군을 생산하는데요. 작년 미국에 약 25조원을 투자하여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이후 내놓은 첫 대규모 투자 계획입니다. 인텔은 왜 갑자기 유럽에 큰 금액을 투자하겠다고 나선 것일까요?

*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 반도체의 개발부터 설계 생산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하는 업체를 의미합니다.

인텔의 셈법

우선 인텔의 상황부터 알고 가야겠죠. 과거 인텔은 거의 대부분의 노트북과 컴퓨터에 들어가는 CPU(중앙처리장치)를 생산할 정도로 경쟁력 있는 반도체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기기의 발전으로 인해 IT기업들의 반도체 수요가 다양해짐에 따라 반도체 시장의 지형이 변화하기 시작했는데요. 반도체 기술이 고도화되고, 점점 생산 과정도 복잡해지면서 반도체 업계에서도 분업화가 활발해졌습니다.

인텔을 비롯한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분업화의 흐름 속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설계 부문에 집중했습니다. 생산은 자연스럽게 일본과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맡게 되었죠. 하지만 갈수록 IT기업들이 요구하는 반도체의 수준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반도체 생산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생산 기업들의 중요성이 급격히 커지기 시작했는데요. 현재는 나노 공정으로 반도체를 생산하는 첨단 파운드리(위탁생산) 업계 시장 규모만 100조원을 넘어섰죠.

삼성전자나 대만의 TSMC가 생산 분야의 최강자로 등극하고, 최근 애플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자사 제품에 최적화된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면서 인텔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데요. 인텔은 이번 대규모 투자를 통해 삼성전자와 TSMC 두 아시아 기업에 편중된 반도체 생산 시장의 구조를 뒤집는다는 전략입니다. 독일에 반도체 공장을, 프랑스에 R&D 센터를 짓고, 이탈리아, 아일랜드에도 투자를 단행해 유럽을 새로운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만든다는 것이죠.

유럽(EU)의 셈법

유럽의 경우 최근 코로나19와 연이은 공급 대란으로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몸소 실감한 바 있습니다. 현재 유럽이 전 세계 반도체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가 채 안되는데요. 삼성전자와 TSMC 두 기업이 7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부족 현상이 발생하자, 유럽 국가들은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유럽연합(EU)은 지난달 EU 반도체칩법을 제정하여 반도체에 60조원가량을 투자하기로 했죠.

그러나 유럽에는 경쟁력 있는 반도체 생산 업체가 부족한데요. 인텔은 이 빈틈을 파고들었습니다. 인텔은 이번 투자를 통해 유럽에 제2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형성하여, 명실상부 종합반도체 회사로서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계획인데요. 이를 위해 독일 마그데부르크 지역에 23조원을 들여 2개의 파운드리 공장을, 프랑스에는 파운드리 디자인센터를, 이탈리아에는 포장 및 조립시설을 건설합니다.

유럽 국가들 입장에선 인텔의 생산시설을 유치해 아시아 중심의 반도체 생산 구조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생산을 늘릴 수 있으니 좋은 일인데요. EU는 2030년까지 유럽 내 반도체 생산량이 전 세계 생산량의 20%를 차지하도록 한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인텔의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계획 달성에도 초록불이 켜진 것이죠.

미국의 셈법

미국의 경우 인텔과 AMD, 엔비디아 등 굴지의 반도체 회사들을 거느리고 있는 반도체 강국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설계 등의 고부가 가치 분야에 치중해 생산 능력 향상에 많은 투자를 하지 않았죠. 결국 미국 기업들 역시 한국과 대만 기업들에 대부분의 반도체 생산을 위탁하고 있는 실정인데요. 한국과 대만 모두 인접 국가인 중국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만큼, 미국도 자체 반도체 생산 기반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은 TSMC와 삼성전자가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는데요. 이번 인텔의 EU 투자 역시 미국 정부의 중국 견제 기조와 잘 맞아 떨어진다는 평가입니다. 인텔이 EU에 새로운 반도체 생산 거점을 만든다면, 미국 역시 동아시아에 대한 반도체 의존도를 다소 낮출 수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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