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화장품 기업들, 그리고 중국

우울한 화장품 기업들, 그리고 중국

최근 우리나라 화장품 기업의 주가가 급락했는데요. 중국 시장을 잘 공략해오던 화장품 기업의 전략에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겹친 상황 때문입니다. 무슨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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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이는 두 거인

우리나라 대표 화장품 기업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주가가 10일 장 시작과 함께 급락했습니다. LG생활건강은 전 거래일 대비 13.41% 내린 95만 6,000원에, 아모레퍼시픽은 5.3% 내린 15만 2,00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요. 이는 두 회사 모두 작년 4분기 실적이 매우 저조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두 회사의 매출 상당수는 화장품 사업에서 나오는데, 이중 40%를 차지하는 면세점 매출이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① 대중국 유통 채널의 구조적 리스크

K-뷰티 시장 자체에 제동이 걸린 것은 아닙니다. 화장품 수출액 규모는 21년 11월 기준으로 20년 역대 최대 수출액을 돌파하며 코로나에도 꺾이지 않는 상승세를 이어 나갔습니다. 하지만 K-뷰티의 가장 큰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 시장 점유율이 대외 변수와 구조적 맹점에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번 4분기 화장품 기업들의 어닝 쇼크* 또한 예상치 못한 중국 시장 부진이 원인으로 꼽히죠.

*어닝 쇼크: 기업에서 발표한 영업 실적이 시장이 기대했던 것보다 낮은 상황


지금까지 LG생활건강은 대중국 면세점 매출의 대부분을 따이공*이라는 보따리상에 의존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방역 정책으로 인해 해외여행이 제한되고 오프라인 점포 영향력이 약화하자, 따이공을 통한 면세품 판매 채널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는데요. 따이공에 의존할 경우, 100원어치 물건을 팔면 보따리상들에게 30원 정도의 수수료를 줘야 합니다. 이로 인해 면세업계의 연간 영업이익률은 0.6%를 넘지 못했습니다.

*따이공: 국내 면세점에서 물건을 구입해 중국에 파는 보따리상

그런데 중국 정부가 최근 면세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며 문제가 악화되었습니다. ‘홍색 정풍운동’*이라는 슬로건 아래에 따이공이나 왕홍** 등으로 불리는 중국 면세업자들에 대한 과세를 단행했고, 이들은 관련 비용을 만만한 국내 화장품 업체들에 전가한 것이죠.

*홍색 정풍운동: 중국 정부가 자신들의 정치 이념에 반하는 연예인들을 퇴출하거나 규제하는 캠페인

**왕홍: 온라인 인플루언서를 뜻하는 왕루어홍런(网络红人)의 줄임말

결과적으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중국 면세업자 의존도에 따른 추가 비용을 부담하며 중국 현지 업체들과 단가 경쟁에 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중국 정부는 규제를 통해 장기적으로 유통 채널의 중심을 면세업계에서 중국 현지로 옮겨오겠다는 의도입니다.


② 성장세 둔화와 제품 리스크

유통 채널의 문제점 외에도 국내 화장품 업체들은 중국 시장의 성장세 둔화와 제품 수요 감소라는 문제에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지난 3분기 이후 중국 경기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고, 화장품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도 침체 중인데요. 특히, 중국의 MZ세대를 중심으로 자국 제품을 선호하는 애국 소비 경향이 두드러져 중국 내에서 한국 제품의 수요도 예전 같지 않다고 합니다. 지난해 중국 기초화장품 시장 점유율 상위 10개 브랜드 가운데 국내 브랜드는 한 곳도 없었습니다.


사드 보복 조치와 해외 여행 감소에 이어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까지 여러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마진율 경쟁력은 단기간에 개선되기 힘들어 보입니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두 대장주를 비롯하여 국내 화장품 관련주가의 급락이 이를 방증하는 셈이죠. 업계에서는 코로나 악재가 사라지고 글로벌 여행이 재개되기를 학수고대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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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을 계기로 중국 시장 악재를 상쇄할 만한 R&D 노력이 시급해 보입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 외 시장 개척의 필요성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데요.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브랜드를 중심으로 오는 23년까지 대동남아 매출을 5,000억원 수준까지 끌어올린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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