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tee 여러분은 우리나라 대표 수출 품목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반도체 산업 침체와 중국의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수출 시장에 찬바람이 불던 와중, 불쑥 존재감을 자랑한 품목이 있습니다. 바로 라면인데요. 국내 라면 업계는 역대 최고 실적을 내며 수출의 선봉장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오늘 <산업 한입>에서는 한국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른 라면 시장에 대해 살펴봅니다.
라면 맛에 빠지다
1조 208억 원. 올해(1~10월) 우리나라가 라면을 수출해 벌어들인 금액입니다. 지난 2015년부터 연달아 최대치를 경신해 온 라면 수출액은 올해 사상 최초로 1조 원을 넘어섰는데요. 해외 시장에서 한국 라면이 큰 인기를 끌면서 라면 업계의 웃음꽃이 활짝 폈습니다.
😮 이런 적 처음이야: 국내 라면 시장의 몸집이 커졌습니다. 올 3분기에는 삼양식품, 농심, 오뚜기 등 이른바 ‘라면 빅3’ 기업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는데요. 특히 해외사업 부문이 강세를 보이며 호실적을 견인했습니다. ‘불닭볶음면’으로 알려진 삼양식품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5% 늘어난 3,352억 원으로 역대 분기 매출 중 가장 높았습니다. 이중 해외 사업 매출이 2,398억 원으로, 사상 최초로 2천억 원을 넘었죠. ‘신라면’을 만드는 농심의 영업이익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03.9% 늘었는데, 해외법인의 영업이익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꾸준한 성장세로 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이 기대되죠. 올 1~3분기 기준 오뚜기의 수출액도 작년과 비교해 22.7% 증가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 어느 정도냐면: 최근 K-식품의 인기 속에서 라면의 활약은 단연 돋보입니다. 지난 9월 둘째 주 기준 라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3.5% 증가한 수준으로, 김밥 같은 쌀 가공식품(16.2%)보다 높았는데요. 지난 11월 11일 중국 광군제를 맞아 삼양식품이 준비한 중국 한정 ‘양념치킨불닭볶음면’이 조기 완판되기도 했죠. 필리핀 대형 마트에서 한국 라면은 현지 라면에 비해 2배 정도 비싸게 팔리지만, 이미 10종 이상의 다양한 제품이 진열돼 있습니다.
🍜 아는 맛이 무서운 법: 국내 시장에서도 라면 업계는 쾌재를 부릅니다. 올 3분기 삼양식품의 국내 매출은 23.9% 늘어났는데요. 다양한 맛의 신제품 출시와 고물가가 겹쳐 라면이 한 끼 식사로 주목받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처럼 국내 라면시장 규모는 2016년부터 계속 늘어 작년 2조 6,469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2018년부터 국민 1인당 라면 소비량은 잡곡 소비량을 넘어섰고, 이제 라면은 ‘밥심’에 버금가는 주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봐도 무방하죠. 국내 컵라면 시장 규모도 커져 갑니다. 작년 국내 컵라면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1% 증가해 9,100억 원을 넘겼습니다.
비결은 바로 이것
이렇게 라면 업계가 전반적인 호실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합니다. K-콘텐츠 인기의 파급 효과부터 현지화 전략, 가격 인상 효과까지 짚어볼 수 있습니다.
🏅 K-콘텐츠의 위상: 전 세계 140곳이 넘는 나라에서 라면을 찾는 건 유튜브 먹방 영상이나 한국 콘텐츠의 영향이 큽니다. 영화 '기생충'에 나온 짜파구리가 유명해지고, SNS를 중심으로 라면 먹방이 꾸준히 인기를 끌면서 라면 수요는 크게 늘었는데요. 한류 문화의 확산으로 한국 음식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습니다. 특히 한국의 매운맛 불닭볶음면을 깨끗하게 비우는 ‘불닭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한국 라면은 단순한 먹거리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됐는데요. 방탄소년단(BTS)이 라면을 먹는 영상이 화제가 되며 챌린지는 더욱 빠르게 퍼져 나갔습니다.
🍳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했어: 라면 기업의 현지화 전략도 먹혀들었습니다. 최근 라면 제조 기업은 현지인의 입맛에 맞춰 다양한 맛의 라면을 생산·유통하는데요. 오뚜기는 필리핀 시장의 특성을 파악하고 진라면 순한 맛이나 보들보들 치즈라면과 같은 순한 맛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웠습니다. 현지에서 출시할 닭고기 국물의 진라면 치킨맛을 개발하기도 했죠. 한편, 농심은 신라면을 중심으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해 왔는데요. 수출용으로 비건라면인 순라면을 개발했습니다. 최근 한국 음식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중동과 아프리카 수출을 위해 할랄 라면이 만들어지거나, 짜장 볶음면과 생면 라면까지 나왔죠.
📈 가격인상 효과: 라면 업계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엔 라면 가격이 오른 덕도 있습니다. 라면 업계는 팬데믹으로 물류비가 오르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밀 가격이 치솟자, 라면 가격을 수 차례 올려 왔는데요. 최근 밀가루나 팜유 같은 라면의 주원료 원가가 낮아지면서 업계 수익이 극대화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실제로 국제 밀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가 컸던 작년 5월과 비교해 50.3% 낮아졌고, 팜유 가격도 41.8% 떨어졌습니다. 원가가 안정화됨에 따라 영업이익이 크게 는 것입니다.
🤩 PB라면 열풍도 거세다: ‘가성비’로 알려진 자체브랜드(PB) 라면 상품의 인기도 짚어봐야 합닙다. 최근에는 제조사와 유통사가 공동으로 기획하고 개발해 NPB 라면을 선보이기도 하는데요. 삼양식품의 제조와 홈플러스의 유통으로 시장에 나온 이춘삼 짜장라면은 1봉당 500원 안팎이라는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출시 9일 만에 초도물량이 완판됐습니다. 더본코리아와 CU의 협업으로 탄생한 ‘빽라면’과, 오뚜기와 세븐일레븐의 협업으로 출시된 ‘세븐셀렉트 대파열라면’ 역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죠.
💡 PB와 NPB: PB 상품은 Private Brand 상품의 줄임말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자체 브랜드를 의미합니다. 이마트의 '노브랜드', 코스트코의 '커클랜드', 쿠팡의 '곰곰'이 대표적이죠. 특정 점포에서만 판매되기 때문에, 전국 어느 매장에서나 구매할 수 있는 제조업체의 브랜드 제품(NB; National Brand)과는 다릅니다. 유통이나 마케팅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절약돼 NB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하죠. NPB 제품은 PB와 NB가 합쳐진 말로,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가 공동으로 제품을 기획·개발해서 특정 점포에서만 독점 판매되는 걸 말합니다.
남은 걱정이 하나 있다면
🫨 기업이 조마조마한 이유: 하지만, 높은 실적에도 라면 업계는 마냥 웃기 힘듭니다. 눈에 띄게 급성장한 상황에서 제품 가격을 내리라는 압박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지난 7월, 라면 업계는 정부 요청에 라면 가격을 소폭 낮추기도 했습니다. 농심이 신라면의 출고가를 4.5% 인하해 1,000원이던 신라면 가격은 950원으로 내려갔는데요. 오뚜기도 참깨라면과 스낵면, 진짬뽕 등 제품 15개 가격을 평균 5%가량 인하했습니다. 얼마 전에도 정부는 삼양식품과 농심 측에 라면 가격 안정화에 협조해달라고 또다시 요청했습니다. 다만 업계는 주원료의 원가가 하락해도 설탕이나 전분 등 다른 원료의 가격이 올랐고, 인건비 같은 생산비용도 올랐기 때문에 당장 가격을 인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죠.
👀 GOOD NEWS IS BAD NEWS: 호실적에도 라면주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라면은 대표적인 경기방어주에다 경기 불황일수록 더 잘 팔리는 불황형 제품인데, 점점 경기가 좋아질 기미가 보이기 때문인데요. 미국 수출이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2% 정도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동안 라면주는 미국 수출의 강세를 핵심 근거로 상승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 미국 프리미엄이 소폭 흔들리자 주가가 바로 반응한 겁니다. 라면 시장이 정점을 찍고 하락 조짐이 나타나는 피크아웃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 아직 확신은 일러: 물론, 주가 상승세의 가능성도 여전합니다. 아직 업계의 성장성이 견조하고, 미국을 비롯한 수출 경쟁력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분석인데요. 당장 내년 상반기 농심은 미국 공장을 확장하고 라틴아메리카 지역까지 공략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향후 수익성 확보에 대한 기대와 우수한 실적표를 바탕으로 최근 공매도 금지 조치까지 시행되면서 라면주의 주가는 상승세 탄력을 받기도 했죠.
주요 플레이어
🆙 삼양식품: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과 최근 K-라면 인기를 선도하는 불닭볶음면으로 유명한 기업입니다. 올 3분기 영업이익이 434억 원으로 집계되며 작년 대비 124.7% 증가했습니다. 작년 기준 삼양식품의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은 농심과 오뚜기를 모두 앞질렀습니다. 일본,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 등에 둔 현지 법인과 마케팅 강화 효과로 전 지역에서 고르게 수출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삼양식품은 현재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불닭볶음면에 힘입어 4분기에도 성장 기조를 이어 나갈 전망입니다.
🥇 농심: 1980년대부터 국내 라면업계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기업입니다. 세계 라면 생산 기업 중에서는 5위 규모인데요. 신라면과 짜파게티 등 라면뿐 아니라 새우깡, 양파링 등 과자류 매출에서도 1위를 기록합니다. 농심은 작년, 1965년 창립 이후 최초로 매출 3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1971년 국내 식품 회사 중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했고, 2005년 미국 제1공장을 설립하고 작년에는 제2공장을 가동했죠. 2025년에는 제3공장 착공 계획을 밝히는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 AI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공장을 갖추면서 외신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오뚜기: 진라면과 열라면 등 라면을 비롯한 소스류와 레토르트 식품, 냉동식품 등을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작년 기준 국내 라면 시장점유율은 약 24%로 농심에 이어 2위입니다. 오뚜기 역시 작년에 처음으로 매출 3조 원을 넘어섰는데요. 매출의 10.3%가 해외 매출액이며, 베트남이 주요 시장 거점입니다. 오뚜기 함영준 회장은 직접 라면 사업 확장 의지를 밝히며, 제품의 다양화 노력을 통해 매출 성장을 이끌어가겠단 계획을 천명했습니다. 최근 미국 법인 산하에 ‘오뚜기 푸드 아메리카’ 생산 법인을 설립했고, 미국 현지 생산 공장 건립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 3줄 요약
- 최근 라면 업계의 실적이 고공 행진합니다.
- 특히 해외에서 K-라면이 인기를 끄는데요.
- 가격 인하 압박이라는 부메랑은 걱정되는 지점입니다.
작년에 수출된 라면 약 26만 톤은 120g 봉지 라면 1개 기준으로 무려 21억 개에 해당합니다. 면발 길이로 치면 지구를 2,670바퀴 돌 수 있는 정도라고 하죠. 편의점 한 칸이 전부 다른 맛으로 채워져 있을 정도로 끝이 없는 라면의 진화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다양한 라면이 나올지, 기대해도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