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준금리 올린다

🇯🇵 일본은 전 세계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급격히 올리던 와중에도 묵묵히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해 왔습니다. 오랜 경기 침체에 빠져 있던 터라 오히려 물가가 오르길 간절히 기원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지난 19일, 드디어 일본 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서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무슨 일이야?

📈 일본, 드디어 금리 올린다: 그동안 초완화적인 금융정책🔍을 고수해 왔던 일본은행이 드디어 금리를 올립니다.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단기 정책금리(기준금리)를 기존 -0.1%에서 0~0.1%로 인상하기로 했는데요. 금리를 올리는 것은 17년 만이며,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난 것은 8년 만입니다.

⏹️ 수익률곡선관리도 그만: 장기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시행하던 수익률곡선관리(YCC)🔍 정책도 폐기했습니다. 일본은행은 단기금리를 마이너스까지 내리는 동시에 YCC 정책을 통해 장기금리까지 0% 수준으로 낮게 묶어뒀습니다. 지난 7월, 장기 금리 변동 폭을 ±1.0%로 완화한 데 이어 이번엔 아예 YCC 정책을 없애 버린 거죠. 장기금리가 올라도 일본은행이 나서서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 ETF 매입도 그만할게: 일본은행은 2010년 12월부터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해 주가를 부양해 왔는데, 이 조치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그간 일본은행은 도쿄증권 주가지수(TOPIX)가 오전 거래에서 2% 이상 떨어지면 ETF를 매입해 주가지수를 끌어올려 왔습니다.

일본은행이 변한 이유는?

💸 초완화정책, 할 일 다했다: 지난 19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이 역할을 다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아베 전 총리 집권 이후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시행해 온 초완화적인 금융정책을 종료하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 가즈오 총재는 초완화정책 종료의 근거로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이 강해졌다"라는 점을 들었습니다. 임금-물가 선순환은 임금과 물가가 동시에 오르면서 물가 하락과 경기 침체의 악순환을 종식하는 현상인데요. 일본은 1990년대 버블경제 붕괴 이후 수십 년간 물가상승률이 1%대 아래에 머무르는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졌습니다. 물가가 계속 내려가니 사람들은 '나중에 사는 게 이득'이란 생각에 소비를 줄였고, 기업의 실적도 덩달아 악화했는데요. 자연스레 임금 상승률도 수십 년간 0%대에 머물렀습니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시중에 돈을 많이 풀어 경기 활성화와 물가 상승, 나아가 임금 인상을 유도했고 이 구상이 드디어 실현된 것입니다.

🛒 물가와 임금이 오른다: 작년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3.1%에 달해 198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30년 동안 꿈쩍도 하지 않던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코로나19 이후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건데요. 이에 발맞춰 일본 기업들도 줄줄이 임금 인상에 나섰습니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인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는 올봄 임금협상에서 임금 인상률이 5.28%로 집계됐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3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입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 당분간은 완화 정책 지속: 초완화정책은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지만, 완화정책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가즈오 총재는 정책 변화에 따른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당분간 완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죠.

💴 엔화 가치 오를 듯: 일본은행이 마이너스금리를 폐지하면서 엔화 가치도 점차 오를 전망입니다. 다만, 금리 인상 결정 직후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149.3엔에서 150.44엔까지 급등하면서 엔화 가치가 오히려 하락했는데요. 일본의 초완화정책 폐지가 충분히 예상되던 일이었고, 여전히 미국과의 금리 크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 아직은 조심스럽게: 금리 인상의 첫발은 내디뎠지만, 아직 본격적인 금리 인상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과거 2000년과 2006년 금리 인상을 시도했을 때마다 경기가 악화하는 '흑역사'가 있기 때문인데요. 일본은행은 물가와 임금의 선순환이 지속되는지 지켜보고 조심스럽게 금리를 올려 나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