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제도, 어쩌다 생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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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제도, 어쩌다 생겼을까?

웬만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내 집 마련. 하지만 나날이 치솟는 집값에 좌절감만 높아집니다. 그나마 현실적인 방법이 바로 주택 청약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합니다. 내 돈 내고 집을 사는데, 통장을 만들고 강제로 저축까지 해야 한다니 말이죠. 거기다가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10, 20년이나 기다려야 할 지경인데요. 그렇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질지도 모릅니다. 오늘 <부동산 한입>에서는 청약 제도가 만들어진 과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주택청약, 그게 뭔데?

📰 집 살 사람 뽑는다: 주택 청약이란 쉽게 말해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를 분양받을 사람을 뽑는 제도입니다. 신축 아파트 분양을 받으려면 청약 통장을 만들고 일정 기간 이상 꾸준히 저축해야 하죠. 청약에 당첨되면 새로 지은 깔끔한 아파트를 비교적 저렴하게 살 수 있어 인기가 높습니다. 또 입주 전까지 중도금과 잔금을 3년 동안 나눠서 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 청약은 언제 시작됐을까?: 청약 제도의 역사는 1960년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엔 정부가 공급하는 저렴한 공영주택을 저소득층, 무주택자 등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제공하는 간단한 방식이었죠. 그런데 1970년 들어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서울과 수도권에 인구가 몰리면서, 주택 수가 턱없이 부족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선착순이나 추첨으로 신규 주택을 공급하다 보니 주택 공급의 공정성이 저해되고 혼란이 커진다는 비판이 일었는데요

🙅 부동산 투기 막는다: 이에 1977년부터 본격적인 청약제도가 도입됐습니다. 투기가 아니라 실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을 선별하고 이들에게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였죠. 이때 처음으로 청약통장이 생겼는데요. 무주택 세대주만 가입할 수 있었고, 1 50만 원씩 6번을 내면 1순위 자격을 부여했습니다. 당시 나라 살림이 여의치 못하던 당시, 청약 제도는 부족한 주택 건설 자금을 보충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건설사가 아파트 준공 이전 청약 당첨자들에게 받은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건설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 청약 제도와 분양가상한제: 청약 제도를 논하자면 분양가 상한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1977, 정부는 부동산 가격의 급등을 막기 위해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 가격을 제한하는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했는데요. 당시 중동 건설 붐으로 많은 노동자가 중동으로 파견됐고, 이를 통해 많은 자본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아파트가격 급등이 사회문제로 이슈화됐기 때문이죠. 그런데 분양가 상한제로 시세보다 분양가가 낮아지면, 청약 시장이 과열되고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란 우려가 커졌는데요. 이에 정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 청약 제도였습니다.

✂️ 불임수술까지 받았다고?: 재밌는 사실은 당시 불임수술을 받은 사람에게 분양우선권이 주어졌다는 건데요. 인구가 하도 빠르게 늘어나다 보니 청약제도를 통해 출생률을 낮추려던 거죠. 이에 반포 아파트 등 좋은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정관 시술을 받는 진풍경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이후 민영주택으로 확대된 주택청약제도는 갈수록 정교해졌습니다. 소형 공공주택에 대해 소득제한이 생기는가 하면 재당첨 기회 제한, 분양권 전매 제한 등 제도가 도입됐습니다.

💯 청약 가점제는 뭐야?: 그러던, 2007년 청약제도는 청약 가점제도입으로 새로운 분기점을 맞습니다. 이전까지 추첨제를 기반으로 운영되온 청약 제도를 두고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죠. 청약가점제란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 기간 등에 따라 점수를 매기고점수순으로 청약 당첨자를 뽑는 제도로, 당시 공공택지나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분양되는 민간주택 중 75%가 가점제를 통해 분양됐습니다.

🤔 주택 청약 제도, 한국에만 있을까?: 청약 제도가 제한된 주택 공급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만큼, 국토가 넓은 미국 같은 나라엔 주택 청약 제도가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반면, 한국과 같이 국토가 좁은 나라에는 비슷한 제도가 존재하는데요.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싱가포르입니다. 싱가포르는 서울 면적의 1.2배 정도로 매우 좁은 도시국가입니다. 정부가 일찌감치 토지를 국유화하고 공공주택(HDB, Housing Development Board)을 대거 공급하면서 주거 문제를 모범적으로 해결했죠. 저소득층 무주택자라면 훨씬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데요. 또 주택 가격의 10%만 현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대출을 통해 천천히 갚을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평생 두 번만 HDB를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어 주거지를 옮기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 청약, 누가 당첨될까?: 이렇게만 보면 부양 가구가 많고 무주택 기간이 긴 40~50대의 청약 당첨 확률이 높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가점제가 적용되는 일반공급에는 해당하지만, 신혼부부나 청년, 다자녀가구, 노부모부양가구 등을 대상으로하는 특별공급에는 해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쳐 노부모봉양가구와 다자녀 가구, 신혼부부, 청년 등을 위한 특별공급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분양 물량의 대부분이 특정 조건을 충족시키는 사람을 대상으로만 공급됩니다.

  • 실제로 올해 1~5, 수도권 청약 당첨자 1 5,790명 중 30대 이하가 9,339명으로 60% 가까이 차지했습니다. 공공분양의 85%, 민간분양의 50~60%에 해당할 정도로 특별공급 물량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죠. 거기에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된 것도 30대 이하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하는데요. 현재 비규제 지역에선 민영주택 입주자 모집 때 85㎡ 이하는 60%, 85㎡ 초과는 100% 추첨제로 당첨자를 뽑고 있습니다. 그만큼 가점제 물량이 줄어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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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수도권 청약 시장

🔥 서울로 몰리는 청약: 최근 들어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수도권 청약시장도 뜨거워지는 추세입니다. 올해 상반기 서울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105.8 1로 지난 2021년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코로나19 이후 집값이 어마어마하게 올랐던 2021년 상반기(124.7 1)와 하반기(227.9 1)를 제외하면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죠.

💸 로또 청약은 뭐야?: 그 중심에 수도권 로또 청약이 있었습니다. 로또 청약이란 입지가 뛰어난 데다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높은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는 일부 청약 물량을 의미하는데요. 지난 7 29일엔 로또 청약으로 꼽히는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 양천구 신정동 '호반써밋 목동', 경기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의 청약이 동시에 진행됐습니다. 당시 접속자가 백만 명 넘게 몰리면서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래미안 원펜타스의 경우 당첨되면 20억 원가량의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사람이 엄청나게 몰렸던 거죠.

🔎 무순위 줍줍 때문?: 7 29일 청약자가 이렇게나 몰린 데에는 무순위 청약으로 진행된 탓도 있었습니다. 무순위 청약이란 미분양, 기존 당첨자 계약 포기, 부정행위 등으로 남는 주택을 별도로 분양하는 제도인데요. 청약통장이 없어도 도전할 수 있고, 당첨자를 무작위로 뽑기 때문에 누구나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합니다. 그만큼 문턱이 낮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몰리기도 하죠.

📈 하반기에도 뜨거울 예정: 올 하반기엔 전국 222개 단지 19 3,829가구의 아파트 분양이 예정돼 있습니다. 작년보다 3.9% 늘어났고, 이 중 56%(10 8,675가구)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데요. 특히 강남 3구 재건축 단지들이 분양에 나서면서 그동안 공급이 뜸했던 강남권에서만 1 5천여 가구가 공급될 예정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 12배나 늘어난 수준이죠. 특히 강남 3구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만큼 시세 차익을 노려볼 수 있어 경쟁률이 치열할 전망입니다.

  • 재건축 구역 중 대장주로 통하는 서초구 ‘디에이치방배’가 오는 26일부터 분양을 시작합니다. 서초구에서 찾아보기 힘든 3천 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인 데다가 5~ 10억 원가량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어 인기가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분양 물량은 1,244가구로 오는 27일 시작됩니다.
  • 9월엔 강남 지역에서도 주거 선호도가 가장 높다고 알려진 청담동의 ‘청담르엘’이 분양시장에 나옵니다. 분양가가 평당 8천만 원에 육박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일반분양 물량은 178가구로 청약 가점이 70점 중후반은 되어야 당첨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있죠.
  • 송파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양단지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도 10월에 일반분양 물량 589가구로 청약에 나섭니다. 평당 분양가는 5,400여 만 원으로 전용면적 84㎡의 가격이 18억 원 수준인데요. 인근 잠실 대단지 내 동일 평형 아파트가 25억 원 정도에 거래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7억 원 안팎의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이죠.

🤔 그렇다고 무턱대고 청약 넣으면 큰 코 다친다는데...

[부동산 한입] 당첨되면 끝? 아파트 청약 시 주의할 점


💡 3줄 요약

  • 1970년대, 부동산 투기를 막고 주택 건설 자금 마련을 돕기 위해 도입된 주택 청약 제도.
  • 소득 제한과 재당첨 기회 제한, 청약 가점제, 각종 특별공급 제도가 도입되는 등 시간이 흐르며 정교해졌는데요.
  • 수도권 집값 상승기를 맞아 분양 시장에도 활력이 돌면서 주택 청약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지금까지 청약제도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다소 복잡하고 어려운 청약이지만, 내 집 마련을 쉽게 하려면 또 청약만 한 게 없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내 집 마련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Byte도 알짜 청약 정보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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