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총선에서 그야말로 대이변이 일어났습니다. 마린 르펜이 이끄는 극우 세력이 과반을 차지하리란 예측을 뒤엎고, 좌파 연합이 1위를 차지한 건데요. 유럽의회 선거에서 르펜과 극우 정당 국민연합(RN, Rassemblement National)이 불러온 '극우 돌풍'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일단락되는 모양새입니다. 이에 르펜의 대선 가도에도 제동이 걸리고 말았죠.
의회를 해산하며 이번 총선의 판을 깔았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조기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여당 중도파 연합 '앙상블'은 2위에 그치며 반쪽의 성공이란 평가를 받습니다. 총선 후엔 예전과 달리 말을 아끼면서 레임덕을 앞둔 프랑스 대통령의 초라한 말로가 언뜻언뜻 비치는 듯했죠. 1위를 점한 좌파 연합은 마크롱에게 총리직을 요구하며 그를 몰아붙였습니다.
하지만 총선 3일 뒤인 10일, 마크롱은 난국을 타개할 묘수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먼저 "이번 선거에선 누구도 승리하지 못했다"라며 좌파 연합의 총리직 요구를 매몰차게 거절해 버렸는데요. 그리곤 극좌와 극우 세력을 뺀, 이른바 '공화국 세력'을 중심으로 한 연정 구성을 촉구했습니다. 좌파 진영과 극우 진영이 서로를 견제하려 각기 결집한 틈에, 중도세력을 중심으로 새판을 짜겠다는 건데요.
오늘 <국제 한입>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이번 프랑스 총선의 결과와 배경, 그리고 기민한 움직임으로 정치생명 최대의 위기를 헤쳐 나가고 있는 마크롱을 좀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