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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과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미국 시카고대 교수, 필립 딥비그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교수가 선정됐습니다. 은행과 금융위기에 관해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인데요. 경제 위기론이 대두되는 지금,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연준을 이끌었던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의 수상에 이목이 쏠립니다.
😲 노벨상의 이례적 행보
이번 노벨 위원회의 결정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데요. 은행의 역할과 금융위기의 대응책을 제시한 학자들에게 시상했다는 점에서 현 경제 상황과의 연관성이 제기됩니다.
- 이번 수상은 두 가지 측면에서 평소와 다릅니다. 첫째는 순수 학자가 아닌 연준 의장 출신의 실무자가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점, 둘째는 실물 경제를 다룬 학자들에 시상했다는 점인데요. 지금까지 노벨 위원회는 빈곤, 기후 변화 등 비경제 분야를 경제학과 접목한 연구를 선호해왔죠.
- 이례적인 결정의 배경에는 지금의 경제 상황이 놓여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금리 상승, 대형은행의 위험 신호는 2008년 금융위기를 연상케 하는데요.
- 이번 수상자들의 연구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은행과 금융위기의 역학관계를 밝혀냈는데요. 은행의 재정 건전성 유지의 중요성을 파악해 정부가 규제 및 제도를 수립하는 근간이 됐죠.
🏦 은행・금융위기 조명한 수상자들
세 수상자는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은행의 역할을 연구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은행의 붕괴를 막는 것이 왜 중요한지 밝혀냈죠.
- 버냉키 전 의장은 1930년대 대공황에 관한 연구를 통해 ‘뱅크런(대규모 자금 인출)’이 대공황을 초래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은행이 무너지면 저축을 투자로 전환하는 사회의 능력이 약해지는데요 . 심각한 수준의 대공황이 오래 이어진 것은 은행 붕괴의 여파 때문이었죠.
- 다이아몬드 교수와 딥비그 교수는 뱅크런이 발생하는 원인을 규명하고 은행의 붕괴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을 제시했습니다.
- 은행이 파산할 것이라는 시장의 소문은 예금주의 연이은 인출, 즉 뱅크런을 초래해 은행의 붕괴로 이어지는데요. 두 교수는 은행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예금보험을 보장하고 은행의 최종 대출자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죠.
🚒 경제위기 ‘소방수’ 벤 버냉키
대학 교수로 재직하던 버냉키 전 의장은 2006년부터 8년 동안 연준 의장직을 수행했습니다.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글로벌 경제위기를 진화한 ‘소방수'라 평가받는데요.
- 2008년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금융시장이 벼랑 끝에 몰리자, 당시 연준 의장이던 버냉키는 기준 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끌어내렸습니다.
- 이후 더 이상 내릴 금리가 없는 상황에서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했는데요. 양적완화는 국채를 대량 매입해 시장에 돈을 푸는 것을 말합니다. 버냉키는 약 3조 달러가 넘는 자금을 시장에 뿌려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죠.
- 미국 재무부와 협력해 주요 은행을 지원하기도 했는데요. 버냉키 전 의장의 정책은 투자자들의 공포를 진정시키고 대형 은행을 강화해 금융시장을 위기에서 건져냈다는 호평을 받습니다. 이때 버냉키가 은행의 안정성을 중시한 것은 은행이 무너지면 안된다는 자신의 연구에서 기반했죠.
💬 현 상황에 대한 버냉키의 평가는?
버냉키 전 의장은 지난 5월에 이어 노벨상 수상 이후 연준의 정책과 경제 상황을 진단했습니다. 현 상황에 대해 비판과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과거 인플레이션과 금융위기 사태와는 거리를 두었는데요.
- 지난 5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을 미룬 것은 실수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중반부터 시작된 인플레이션의 압력에 재빨리 대처하지 않은 연준을 비판한 것인데요.
- 최근의 인플레이션 현상이 1970년대 인플레이션과 유사하다는 주장에는 선을 그었습니다. 당시에 얻은 교훈이 있기에 과거와 같은 상황은 되풀이되지 않으리라는 거죠.
- 노벨 경제학상 수상 이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는 지금보다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전쟁과 강달러 현상이 이유죠.
- 하지만, 지금의 위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다른 모습이라 주장했습니다. 금융 시스템 내부의 문제로 야기된 과거 위기와 달리, 코로나19라는 외부 요인이 문제였기 때문인데요. 현재는 대형 은행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의 수상자들은 금융위기에서 정부가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지 밝혀내 금융 정책의 기반을 마련했는데요. 버냉키는 현 상황이 이전의 금융위기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다만 노벨 위원회가 이례적인 행보를 보일 만큼 지금의 경제 상황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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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벤 버냉키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의장직을 수행했는데요. 지금 연준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궁금하다면 BYTE+와 함께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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