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광명의 한 가구 매장이 개장된 지 3일 만에 4만 8,000여 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주변 교통은 마비되고 매장 안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는데요. 스웨덴의 가구 기업 이케아(IKEA)의 한국 첫 매장이었죠. 지금 이케아는 국내에서 전체 3위, 10~20대 소비자 사이에서는 1위로 선호되는 가구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케아의 인기는 계속해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기준 전 세계 62개국에서 460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데요. 스웨덴의 한 가구 기업이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친 비결은 무엇일까요? 단지 가구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는 브랜드 비전에 답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의 더 좋은 생활
이케아의 성공 요인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저렴한 가격에 세련된 디자인의 가구를 판매한다는 점입니다. 1943년 이케아가 작은 잡화점으로 시작할 때부터 이어져 온 브랜드 철학에 기반한 것인데요. 이케아를 움직이는 원동력과도 같은 철학입니다.
-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는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던 가구를 더 많은 사람이 누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가구를 판매하는 것에서 나아가, 많은 사람을 위한 더 좋은 생활을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사업을 발전시켰죠.
- 창업자의 비전은 ‘데모크래틱 디자인’이라 불리는 이케아의 철학으로 거듭났습니다. 디자인·기능·품질·지속가능성·낮은 가격의 다섯 가지 요소가 모두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철학인데요. 이케아에서 생산되는 모든 제품의 기준입니다.
- 데모크래틱 디자인의 핵심은 결국 낮은 가격입니다. 모든 사람이 제품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브랜드 비전 때문이죠. 제품 개발의 첫 번째 단계도 목표 가격대를 설정하는 것이라 하는데요.
- 제품을 직접 조립하는 이케아의 플랫팩 방식도 가격을 낮추기 위해 탄생했습니다. 플랫팩 방식을 통해 제작 공정을 단순화하고 포장과 운송 과정에서 비용을 아낄 수 있죠.
일상을 생각하는 매장
이케아 매장은 브랜드 철학이 담겨있는 공간입니다. 다양한 컨셉으로 꾸며진 쇼룸은 구매욕을 자극하는데요. 화려하게 꾸미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의 실생활을 반영한다는 점이 돋보이죠. 편안한 쇼핑이 될 수 있도록 여러 서비스도 제공합니다.
- 소비자들의 생활상을 담은 구체적인 컨셉의 쇼룸을 선보입니다. 점포를 열기 5~6개월 전부터 근처 100여 개의 가정을 직접 방문하는데요.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맞벌이 부부의 아기방’, ‘새 학기를 맞이하는 학생의 방’, ‘게임을 좋아하는 20대 자취생의 방’과 같은 컨셉이 탄생하죠.
- 쇼룸을 이루는 모든 가구와 소품은 이케아 제품입니다. 작은 인테리어 소품까지 이케아에서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인데요. 소비자로서도 서로 어울리는 가구와 소품들을 한 번에 살 수 있어 편리합니다.
- 이케아 매장은 동선이 정해져 있어서 모든 섹션을 지나야 합니다. 매장을 둘러보고 나오면 3~4시간이 훌쩍 지나가는데요. 오랜 시간 쇼핑하는 고객을 위해 아이들을 돌봐주는 놀이 공간을 제공합니다. 호주 이케아에서는 여성들을 기다리는 남성 고객을 위한 공간도 마련했었는데요.
- 쇼핑과 식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매장의 레스토랑에서는 미트볼과 같은 식사를, 비스트로에서는 핫도그와 같은 간단한 음식을 판매하는데요. 긴 쇼핑에 허기를 느끼는 고객들을 사로잡죠.
일상을 지속하기 위한 노력
이케아는 지속가능성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웁니다. 2030년까지 ‘사람과 지구에 친화적인 전략’을 통해 자원 순환에 앞장서는 기업으로 거듭날 계획인데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친환경 정책을 실천해왔습니다.
- 고객이 사용한 가구를 사들여 다시 판매하는 바이백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바이백 서비스로 들어온 중고 가구는 온오프라인의 자원순환 허브에서 판매하는데요. 작년 11월에는 블랙이 아닌 ‘그린’ 프라이데이 행사로 바이백 서비스 이용을 독려하기도 했습니다.
- 국내의 모든 이케아 매장 옥상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있습니다. 2030년까지 매장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전부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계획이죠.
- 식물성 식품의 비중도 늘려가는 중입니다. 이케아 레스토랑의 대표 메뉴 미트볼은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플랜트볼로 재탄생했는데요. 덴마크 이케아에서는 생태 다양성을 위해 곤충용 미트볼인 ‘스웨디시 시드볼’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일상을 이야기하는 마케팅
위에서 소개한 이케아의 가치관은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케아는 기발한 마케팅으로 주목받아왔는데요. 브랜드 철학을 서사로 담아내 소비자의 공감을 끌어내는 데 뛰어나죠.
- 스웨덴이라는 국가의 이미지를 마케팅에 활용합니다. 이케아의 로고와 매장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는데요. 유명한 스웨덴의 동화 <말괄량이 삐삐>도 마찬가지죠. 작품을 언급하고 관련 이벤트를 진행함으로써 동화의 서사를 브랜드 이미지로 옮겨옵니다.
- 램프를 소재로 한 영상 광고도 화제였습니다. 광고는 버려진 램프의 시점에서 서정적으로 전개되는데요. 그런데 “램프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합니다. 새것이 더 좋죠.”라는 대사로 분위기가 반전됩니다. 새 가구를 구매하라는 뻔한 메시지를 신선하게 전달했죠.
- 리얼리티 쇼 <90년대에 갇히다>는 이케아가 없었던 1990년대 스페인의 가정집에서 참가자들이 일주일 동안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불편한 가구로 고군분투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을 통해 일상에 스며든 이케아의 영향력을 보여주죠.
- 소비자들이 이케아를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프랑스 파리 지하철에는 소파를 설치해 사람들이 직접 앉아볼 수 있었죠. 한국에서는 ‘이케아와 하루 살기’ 캠페인을 진행했는데요. 참가자들은 1박2일 동안 이케아 룸에서 홈퍼니싱 세미나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케아는 작년 5월 도시 엑스포 ‘H22’에서 침대로만 이루어진 디스코볼 모양의 집과 마켓·농장·카페·일터를 합친 대형 천막집을 미래형 집으로 제시했습니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연구한 결과를 엿볼 수 있었는데요.
신개념 집과 함께 이케아가 제시한 키워드는 ‘함께하기’입니다. 팬데믹을 거치며 ‘함께하기’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하죠. 가구를 통해 전 세계인의 일상에 영향을 미쳐 온 이케아가 ‘함께하기’의 가치도 전달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