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SNS 모두 거부하는 브랜드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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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SNS 모두 거부하는 브랜드의 사연

좋은 향기는 저절로 발걸음을 잡아끌곤 하죠. ‘러쉬(Lush)’ 매장 앞을 지나갈 때도 마찬가지인데요. 영국의 뷰티 브랜드 러쉬는 적극적인 호객을 하지 않습니다. 다만 은은한 향기로 고객들을 끌어당길 뿐이죠.

러쉬의 마케팅 전략도 마찬가지입니다. 러쉬는 특별히 마케팅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더 강력한 효과를 내죠. 러쉬는 설립 20여 년 만에 연 매출 10억 파운드를 기록하는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작년 러쉬코리아도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213.6% 증가하는 등 빠르게 성장 중인데요.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러쉬코리아가 진행해 온 캠페인을 살펴보며, 러쉬의 ‘無' 마케팅 전략을 파헤쳐보겠습니다.


동물・환경・사람을 생각하는 브랜드

러쉬는 1995년 영국의 해안가 도시 풀(Poole)에서 시작됐습니다. 창립 멤버들이 내세운 브랜드 가치는 동물·환경·사람의 조화 였는데요. 친환경 브랜드 러쉬는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 러쉬의 전신은 마크 콘스탄틴과 엘리자베스 위어가 만든 ‘콘스탄틴 앤 위어'입니다. 천연 성분으로 염색약과 로션을 만들어 ‘더바디샵’에 공급하는 업체였는데요. 본사와의 견해 차이로 ‘콘스탄틴 앤 위어’를 더바디샵에 매각했습니다.
  • 이후 로웨나 버드, 헬렌 암브로센 등이 합류해 6명의 공동창립자가 러쉬를 세웠습니다. 당시 창업 멤버들의 비전은 “환경을 구성하는 ‘동물·환경·사람’, 세 가지 요소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자”였습니다.
  • 비전에 맞게 러쉬는 유기농 과일과 채소, 식물, 꽃 등을 이용한 천연 화장품을 선보여왔는데요. 설립 10년 만에 50여 개국에 진출했고 20여 년 만에 1,000여 개의 글로벌 매장을 거느린 브랜드로 거듭났죠.
  • 한국은 러쉬의 네 번째 해외 진출국입니다. 2002년 12월 24일, 서울 명동에 러쉬 1호점이 열렸죠.

러쉬의 ‘無' 마케팅 전략

러쉬는 보통의 기업과는 다른 마케팅 전략을 추구합니다. 제품 할인과 광고, 스타 모델 기용보다 브랜드의 신념을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데요. 러쉬의 진정성 있는 제품과 행보가 마케팅 그 자체죠.

  • 러쉬의 마케팅은 ‘제품’뿐입니다. 러쉬의 모든 제품은 영국비건협회에서 인증받은 100% 베지테리언인데요. 2019년에는 달걀을 사용하지 않는 ‘에그 프리(Egg Free)’까지 선언했죠. 러쉬의 최종 목표는 동물성 성분을 아예 배제하는 ‘비건’이라고 합니다. ‘동물·환경·사람의 조화'라는 브랜드 철학을 제품으로 보여주죠.
  • 러쉬의 행보 역시 확고한 브랜드 철학에 따라 결정됩니다. 브랜드 신념에 배치되는 일은 가차 없이 중단하는데요. 작년 11월, ‘탈 SNS’를 선언했습니다. 러쉬는 SNS의 역기능이 브랜드 철학과 배치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SNS의 폐해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기업을 비판했는데요. 고객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 확인될 때까지 활동을 중단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러쉬 소셜 미디어 중단 이미지 ⓒ 러쉬코리아
  • 러쉬의 공익 캠페인은 브랜드 비전을 가장 적극적으로 알리는 움직임입니다. 각종 캠페인으로 러쉬의 가치관을 전파하고 직접 실천하는데요. 단순히 캠페인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연계해 자연스럽게 러쉬의 제품을 접할 수 있도록 하죠.

 

러쉬의 가치를 알리는 캠페인

20년 전 러쉬가 한국에 들어온 이후, 국내에서도 다양한 러쉬의 캠페인이 펼쳐졌습니다. 러쉬글로벌에서 진행하는 캠페인에 더하여 한국에서만 열리는 로컬 캠페인도 꾸준히 추진해왔는데요. 러쉬가 국내에서 진행한 대표적인 캠페인을 모아봤습니다.

  • ‘고 네이키드(Go Naked)’일회용 쓰레기로부터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캠페인입니다. 2016년부터 매년 진행하고 있는 러쉬의 대표적인 환경 캠페인이죠. 2020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디지털 행진으로 대체됐는데요. 캠페인 기간에 무려 5,309개의 아바타가 러쉬코리아 홈페이지에서 생성됐습니다. 이후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서울을 배경으로 아바타들이 행진하는 영상을 라이브로 송출했죠.
‘고 네이키드 2020’ 디지털 행진 영상
  • 동물대체시험법 제정안 서명 캠페인도 진행 중입니다. 국내에서는 2015년 화장품에 대한 동물 실험을 제한하는 개정안이 통과됐는데요. 러쉬는 화장품 이외의 분야에서도 동물실험이 사라질 수 있도록 서명 캠페인을 전개합니다. 2만 명을 목표로 시작한 캠페인에 지난 7월 기준 1만 5천여 명이 동참했다고 하죠.
  • 러쉬는 인권 문제에도 주목합니다. 2011년 탈북 청소년의 숨은 재능을 발굴하는 ‘두드림' 캠페인진행했는데요. ‘스멜 오브 프리덤' 제품의 판매 수익금을 캠페인에 전액 기부했습니다. 2014년에는 인권 캠페인 '화(花)를 내다’를 통해 위안부 문제에 나섰는데요. 위안부 피해 역사를 보존하고 알리는 ‘부산 민족과 여성 역사관'이 폐관 위기에 처하자 캠페인을 진행했죠. 덕분에 역사관은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화(花)를 내다’ 캠페인 영상
  • 20주년을 맞은 러쉬코리아는 캠페인을 넘어 전시회를 직접 개최합니다. 전국 20개 매장에서 제1회 <러쉬 아트 페어>가 열리는데요. 동물·자연·사람을 주제로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합니다. 러쉬 매장의 내부를 갤러리로 연출해 윈도우를 통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데요. 리테일 브랜드에게 윈도우 공간은 고객 유입에 가장 중요한 공간입니다. 그 공간을 제품이 아닌 작품으로 채웠는데요. 러쉬가 이번 아트 페어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죠.
장 윈도우를 통해 감상할 수 있는 <러쉬 아트 페어>의 모습 ⓒ 러쉬코리아

 

러쉬의 든든한 브랜드 팬덤

러쉬의 확고한 신념과 캠페인은 전 세계적으로 탄탄한 팬덤을 형성했습니다. 러쉬코리아는 브랜드 팬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요. 브랜드 팬클럽 ‘젤러쉬'를 모집하고 굿즈 ‘덕찌’를 런칭해 ‘팬심’을 더욱 자극합니다.

  • 2017년부터 시작된 브랜드 팬클럽 ‘젤러쉬’는 ‘질투(jealousy)’가 날 정도로 가장 ‘러쉬(Lush)’스러운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의미입니다. 젤러쉬는 브랜드 가치와 철학을 주변 커뮤니티에 공유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요. 러쉬는 젤러쉬에게 유기 동물 산책 봉사, 비건 클래스, 플로깅 등 다양한 활동과 외부 강연을 제공합니다. 브랜드 메시지가 담긴 러쉬 제품도 체험해볼 수 있죠. 경험을 함께 나눔으로써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입니다.
  • 젤러쉬의 활약상은 ‘고 네이키드 2020’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젤러쉬 4기 100명 모두가 캠페인에 동참했는데요. 자발적으로 캠페인을 공유하고 메시지를 전하며 브랜드 팬덤의 파급력을 보여줬죠.
  • 멤버십 뱃지 프로그램 ‘덕찌’도 있습니다. 러쉬의 제품을 구매하거나 캠페인에 참여하며 뱃지를 모으는 공식 홈페이지 서비스인데요. 예를 들어 <러쉬 아트 페어>를 관람하고 댓글을 작성하면 ‘러쉬아트페어 투어해찌’를 받을 수 있죠. 덕찌를 많이 모은 회원에게는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데요. 브랜드 체험에 즐거움을 더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멤버십 뱃지 프로그램 덕찌 ⓒ 러쉬코리아

러쉬는 말보다 행동으로 브랜드의 철학을 전달합니다. 다채로운 활동을 펼쳐 온 러쉬의 진심은 한국에서 통하고 있는데요. 한국의 독보적인 ‘블랙팟' 수거량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러쉬에서는 100% 분해되는 용기인 블랙팟을 5개 모아 오면 특정 제품을 증정합니다. 그리하여 유럽 전체에서 연간 20만여 개가 수거되는데요. 한국은 국내에서만 연간 26~28만 개수거된다고 합니다. 러쉬의 메시지가 한국에서 공감받고 있는 것이죠.

강력한 지지와 팬덤을 갖춘 브랜드로서, 러쉬의 가능성은 활짝 열려있는 듯합니다. 화려한 마케팅 대신 진심을 보여주겠다는 러쉬의 움직임, 앞으로도 기대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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