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포켓몬빵 몇시에 입고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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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포켓몬빵 몇시에 입고돼요?

16년만에 다시 출시된 포켓몬빵 [출처 : SPC 삼립 공식 페이스북]

밤 10시만 되면 사람들이 편의점 앞에서 기다립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특정 제품이 입고되자마자 이를 구매하는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백화점에서 명품을 구매할 때 보이는 오픈런 현상이 편의점에서 벌어지는 이유가 뭘까요? 바로 ‘포켓몬빵’ 때문입니다.

SPC삼립이 지난 2월 24일 출시한 포켓몬빵이 출시 일주일만에 판매량 150만개를 돌파했습니다. 각 주요 편의점 점포들은 현재 포켓몬빵 종류당 하루 1~2개씩만 발주가 가능한 상황인데요. 현재 공장을 완전 가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욱 특이한 점은 포켓몬빵을 구매하는 대부분의 이들이 10대 청소년이 아닌 2030세대라는 점인데요. 도대체 포켓몬빵은 왜 이토록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일까요? 오늘 <브랜드 한 입>에서는 포켓몬빵의 정체, 그리고 이 제품의 인기 비결에 대해 알아봅니다.


포켓몬빵 누가 만든 것일까?

[출처 : SPC 삼립 공식 페이스북]

포켓몬빵은 한국의 제과·제빵 업체SPC삼립이 제작한 캐릭터 빵입니다. 포켓몬빵이 최초로 출시된 것은 1999년인데요. SPC그룹의 전신인 제빵회사 샤니가 포켓몬 일본 본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포켓몬빵을 출시했습니다. 당시 포켓몬빵은 월 평균 500만개가 판매되는 기록을 세우는 등 큰 인기를 누렸었는데요. 포켓몬코리아와의 라이선스 계약 종료로 2006년 판매가 중단됐습니다. 그러나 이후에도 2006년, 2008년, 2013년, 2016년에 간간히 재출시가 이뤄지기도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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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빵의 가장 큰 특징은 빵과 함께 동봉된 띠부띠부씰입니다. 띠부띠부씰이란 ‘떼고 부치고 떼고 부치는 씰’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인데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쉽게 떼었다 붙일 수 있으며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핸드폰, 노트와 같은 개인 소지품을 장식하는 데에 많이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포켓몬빵은 국내에서 최초로 띠부띠부씰이 동봉된 제품이었는데요. 이후 이 인기에 힘입어 디지몬, 케로로, 원피스, 카카오프렌즈, 오버액션토끼, 펭수 등 다양한 캐릭터 및 IP가 띠부띠부씰로 제작돼 제품 마케팅으로 활용된 바 있습니다.

비록 띠부띠부씰이 최초로 도입됐던 제품은 포켓몬빵이나, 스티커가 함께 동봉된 캐릭터 빵의 원조는 1999년, 인기 개그맨 김국진의 캐릭터를 활용해 만들어진 국찐이빵입니다. 당시 삼립식품은 1.5%의 로열티를 주는 조건으로 김국진 캐릭터 사용 계약을 맺고 ‘국찐이빵’을 출시했는데요. 3개월만에 12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당시로서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습니다.


2022년, 포켓몬 빵의 인기비결

캐릭터와 IP를 활용한 캐릭터 마케팅

포켓몬빵은 소비자들이 편의점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빵에 ‘포켓몬’이라는 캐릭터를 결부시킨 상품입니다. 이와 같이 인기 캐릭터를 활용해 기업의 이미지를 알리거나 상품을 홍보하는 마케팅 활동을 ‘캐릭터 마케팅’이라고 지칭하는데요. 일부 기업들은 자신의 브랜드를 더욱 잘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새롭게 제작하는가 하면, 일부 기업들은 이미 잘 알려진 인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삼립SPC의 포켓몬빵은 후자에 해당하죠.

* IP: Intellectual Property의 줄임말로써 연구, 문화, 예술, 기술과 같이 인간이 창출 및 발견한 유ㆍ무형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기업들이 직접 캐릭터를 제작해 인기를 끈 대표적인 사례들로는 카카오프렌즈, 펭수, 주류업체 진로의 두꺼비 캐릭터, 빙그레의 빙그레우스 캐릭터 등이 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친근감을 앞세움과 동시에 자사가 표방하는 아이덴티티를 잘 드러낼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인 셈인데요. 소비자들 또한 해당 캐릭터를 통해 본인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캐릭터 마케팅에 한 표를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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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미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례도 다수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는 삼립SPC의 포켓몬빵, 마블 IP가 활용된 다양한 상품, 웹툰 IP를 활용한 각종 게임 등이 있습니다. 게임, 영화, 만화 산업과 같은 문화 콘텐츠 산업에서 상술한 인기 IP들이 많이 만들어지는데요. 이러한 인기 IP들은 깊은 서사와 탄탄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넓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삼립SPC와 같은 유통업계에서는 인기 IP를 활용해 기존의 팬층에게 보다 쉽게 저들의 상품을 마케팅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적극 활용합니다.

포켓몬이라는 IP가 가진 특수성
[출처 : SPC삼립 공식 보도자료]

사실상 현대 사회는 '캐릭터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캐릭터 마케팅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 중 포켓몬빵이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포켓몬’이라는 IP가 가진 특수성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포켓몬스터라는 만화는 유저가 전 세계에 널리 포진되어 있는 ‘포켓몬’을 직접 수집해 육성시켜 나간다는 배경 설정을 갖고 있습니다. 즉, 애초에 ‘수집’ 자체가 본래의 IP인 애니메이션에서 핵심적인 요소로 간주된다는 뜻이죠. 그리고 포켓몬빵은 약 150종 이상의 포켓몬을 ‘띠부띠부씰’로 만들어 랜덤하게 모든 제품에 넣음으로써 이러한 '수집경험'을 실생활에서 구현한 셈입니다. 기존에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등을 통해 포켓몬을 즐겼던 사람들에게는 그 재미를 부분적으로나마 현실에서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포켓몬빵의 구매 유인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한국의 2030세대에게 포켓몬이란?
[출처 : 포켓몬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이번에 포켓몬빵이 높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기사에서 눈여겨볼 점은 다름아닌 2030세대의 상품 구매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들은 “빵은 통상 10대 학생들이 많이 사는 항목인데, 포켓몬빵의 경우 대부분 20대 후반이나 30대 직장인이 구매한다”라고도 설명했습니다.

″초딩도 아닌데…” 포켓몬빵 박스째 사들이는 2030 [이미경의 인사이트]
″초딩도 아닌데…” 포켓몬빵 박스째 사들이는 2030 [이미경의 인사이트], 재출시 한 주 만에 150만 개 이상 판매 1998년 학생이었던 소비자, 2022년엔 직장인으로 ”사원증에 붙인다” 활용법 달라져 경제력 생기자 ‘박스째 대량 구매’ 온라인몰에선 주문 몰려 ‘배송 지연’ 중고 거래 플랫폼 통해 스티커만 거래하기도

그렇다면 왜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아닌 2030세대가 포켓몬빵을 열렬히 구매하는 걸까요? 그 힌트는 이번에 출시된 상품군 중 ‘돌아온 로켓단 초코롤’*이라는 이름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포켓몬빵이 최초로 제작 및 유통됐던 것은 1999년입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23년 전의 일인데요. 당시 SBS에서는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이 방영되었고, 이를 기점으로 한국에서 포켓몬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게 됩니다. 이 때 띠부띠부씰이 포함된 포켓몬빵은 당시 유년시절을 보내고 있던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게 된 것이죠.

* 1999년에 출시된 포켓몬빵 라인업에는 지우의 몬스터볼, 꼬부기의 울퉁불퉁 소보루, 벗겨먹는 고오스, 로켓단의 못말려 초코/딸기롤 등이 포함돼있었습니다. 이 중 로켓단의 초코롤은 출시 당시에도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이번에 다시 출시된 이후에도 전체 포켓몬빵 판매량 중 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후에도 포켓몬빵은 수 차례에 걸쳐 출시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또 한 번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은 2008년, DP 시즌 때인데요. 이른바 4세대 포켓몬으로도 잘 알려진 디아루가, 펄기아(DP)는 한국닌텐도가 한국에서 최초로 정식 발매한 포켓몬스터 게임 시리즈입니다. 이런 이유로 당시 초등학교~중학교 학생들이었던 1990년대생 후반~2000년대생 초반 소비자들의 포켓몬 입문 작품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지금까지도 ‘추억의 포켓몬 게임’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처럼, 각각 1999년과 2008년에 유년시절을 보내던 소비자들이 어느덧 시간이 흘러 2022년에는 2030세대가 되었습니다. 과거에 포켓몬빵과 띠부띠부씰이라는 하나의 놀이를 즐기던 학생들이 이제는 구매력까지 갖춘 소비자가 된거죠. 그 결과 이번의 포켓몬빵 판매량 가운데 많은 비중을 10대가 아닌 2030세대가 차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SNS의 상용화, 만들어지는 희소성
SPC삼립측도 SNS 인증 문화를 더욱 장려하는 모습입니다 [출처 : SPC삼립 공식 인스타그램]

포켓몬빵이 2022년에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SNS를 통해 희소성이 부여됐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발매된 포켓몬빵에는 총 159개의 스티커 중 1장이 각각 랜덤으로 동봉돼있는데요. 실제로 최근 인터넷 및 중고거래 웹사이트에서는 인기 포켓몬 스티커를 웃돈까지 주고 거래하는 사례도 더러 있었습니다. 포켓몬빵의 소비자가격이 1500원인 것에 반해 중고 시장에서 인기 스티커는 최대 7만 원에 거래되기도 합니다.

밤 10시 ‘편의점 오픈런’ 해보니…5분 만에 품절된 ‘포켓몬빵’ [체험기]
저녁 10시~12시반 사이에 물건 들어오는 편의점<br/>점포당 빵 최대 5개 입고, 발주제한 때문<br/>당근마켓 등 중고거래서 인기…10만원 넘기도

이처럼 사람들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도 포켓몬 스티커를 구매 및 수집하는 이유는 희소성 때문입니다. 해당 스티커를 찾는 이들에 반해 공급량이 현재 현저히 적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인거죠. 그런데 이 과정에서 SNS가 수요를 더욱 부추기는 촉매로써의 역할을 합니다.

SNS를 통해 소비자들은 과거에 비해 개인적인 경험담을 더욱 쉽게 공유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워낙 포켓몬빵의 인기가 높은 탓에 SNS에서는 구매 인증글, 편의점 오픈런 후기, 인기 스티커 자랑 등 다양한 형식으로 포켓몬빵에 대한 콘텐츠가 자체적으로 재생산되었습니다. 이는 결국 호기심과 일종의 경쟁 의식을 부추겼고 이 과정에서 인기가 지속적으로 확산되는 있는 것입니다.

과거에도 이와 같이 SNS를 통해 품귀현상이 빚어진 사례가 있는데요, 바로 허니버터칩입니다. 2014년, 허니버터칩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에도 쉽게 해당 상품을 구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SNS를 통해 퍼진 바 있습니다. 이와 함께 맛에 대한 궁금증까지 커져 허니버터칩의 품귀현상이 벌어지기도 했고, 이후 높은 소비자 평가에 힘입어 ‘허니버터’를 소재로 한 다양한 제품군이 출시되기도 했죠.


포켓몬빵의 향방은?

포켓몬빵에 대한 엄청난 인기를 실감하고 있는 삼립 측은 상반기 중으로 포켓몬빵과 띠부띠부씰 종류를 추가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2차 출시를 계획 중이며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제품에 반영할 예정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탄탄한 IP를 기반으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포켓몬 시리즈에 대한 인기가 빠르게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2030세대에게는 추억을, 10대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유행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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