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몬스터의 ‘괴물’ 같은 장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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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몬스터의 ‘괴물’ 같은 장악력

 

구찌, 루이비통, 샤넬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이 브랜드’가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기까지 채 10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아이웨어(eyeware)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한국의 영어 교육 회사에서 출발해 단기간에 명품 브랜드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는 위치에 올라섰죠. 즉 존재 자체만으로 파격인 브랜드인데요. 그 바탕에는 평범함을 거부하는 도전 정신과 확고한 신념이 자리합니다. 젠틀몬스터가 일으킨 지각변동, 함께 파헤쳐볼까요?

 


‘괴물’ 같은 기록들

© 젠틀몬스터

젠틀몬스터는 말 그대로 패션계를 뒤집어 놓은 ‘괴물’ 신인입니다. 2011년에 설립돼 독보적인 아이웨어 브랜드로 성장했는데요. 젠틀몬스터가 달성한 무시무시한 기록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영어 캠프를 운영하던 회사 씨케이글로벌파트너스는 엄격한 사교육 규제를 피해 새로운 사업을 물색 중이었습니다. 이때 김한국 대표가 아이웨어 사업을 제안했는데요. 당시에 시장을 선도하는 ‘패션’ 아이웨어 브랜드는 없었기 때문이죠. 결국 제안이 받아들여져 2011년, 젠틀몬스터의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 예상과 달리 지지부진하던 사업은 2014년에 전환기를 맞았습니다.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이 쓰고 나온 선글라스가 바로 젠틀몬스터 제품이었죠. 놀랍게도 젠틀몬스터는 광고비를 지불하지 않았는데요. 전지현의 스타일리스트에게 전달된 200개가 넘는 제품 중에서 눈에 띈 것뿐이었죠. 독창적인 디자인을 위한 노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습니다. 드라마의 폭발적인 인기와 더불어 젠틀몬스터는 ‘천송이 선글라스’로 아시아 전역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 인지도를 얻은 뒤에는 공간 마케팅과 콜라보레이션에 집중했습니다. 중국의 최고급 백화점 SKP의 새로운 쇼핑몰 SKP-S의 공간 아트 디렉팅을 맡을 만큼 공간 마케팅을 인정받았죠. 콜라보레이션 역시 펜디, 몽클레어, 알렉산더 왕, 마돈나 등 세계적인 브랜드 및 셀러브리티와 진행했습니다.
베이징 SK-P 매장의 모습 © 젠틀몬스터
  • 세계 최고의 명품 기업 LVMH 계열의 투자사 엘캐터톤은 젠틀몬스터에 600억을 투자했습니다. 당시 인정 받은 기업 가치는 1조 원달하는데요. 현재 해외 매출이 전체의 75%차지하는 만큼, 이제는 한국 및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신흥 명품 브랜드입니다.

 

 

인식을 장악하다: 파격적인 행보

김한국 대표는 브랜드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것은 1위뿐이라며 사람들의 인식을 장악해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실제로 젠틀몬스터는 “세상을 놀라게 하라”를 모토로 파격을 선사해왔습니다. 특히 제품과 공간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죠.

 

아이웨어의 파격

원래 아이웨어는 시력을 보조하는 수단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그러나 젠틀몬스터는 아이웨어도 패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디자인으로 아이웨어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 아이웨어에는 없던 컬렉션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다른 명품 패션 브랜드처럼 시즌마다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는데요. 1년에 공개하는 신제품만 40~50여 종에 달하죠.
젠틀몬스터 2021 컬렉션 UNOPENED: THE PROBE 영상
  • 동양인에게 맞는 선글라스도 파격이었는데요. 서양인의 골격에 맞춘 기존 선글라스들은 렌즈 크기가 작았습니다. 그러나 젠틀몬스터는 얼굴이 작아 보이고 싶은 동양인 소비자의 니즈를 포착했죠. 렌즈가 큰 선글라스가 유행하기 시작한 데 젠틀몬스터의 공이 큽니다.
  • 이질적인 요소를 섞은 디자인도 특징입니다. CD, 헬멧 형태의 선글라스 등이 유명한데요. 독창성은 디자인팀의 인적 구성에서 기인합니다. 젠틀몬스터의 디자인팀에는 아이웨어 전문 디자이너가 아니라 패션, 주얼리 등 다양한 업계 출신의 디자이너들이 소속돼있죠.
  • 유행이 지난 디자인에 숨을 불어넣기도 했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검은색 선글라스와 달리 다양한 컬러를 자랑하는 틴트 렌즈는 80년대에 유행하던 아이템인데요. 젠틀몬스터를 통해 다시금 선글라스 업계의 트렌드가 됐습니다.
젠틀몬스터의 제품들 © 젠틀몬스터

 

공간의 파격

아이웨어는 결국 소비자가 직접 써봐야 하는 제품인데요. 젠틀몬스터가 오프라인 공간의 차별화에 주력한 이유입니다. 혁신적인 공간 체험으로 브랜드의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각인했죠.

  • 공간 마케팅의 시작은 퀀텀 프로젝트였습니다. 홍대에 위치한 쇼룸에서 25일마다 새로운 전시 혹은 공연을 진행했는데요. 테마에 따라 바닥에 생화가 뒤덮이기도, 토스트에 잼을 발라주는 공간이 마련되기도 했죠. 쇼룸은 2년 5개월 동안 총 36번 탈바꿈했습니다.
  • 이후 목욕탕을 개조한 ‘배스 하우스(Bath House)’와 만화방, 인형의 집을 컨셉으로 한 쇼룸도 공개했는데요. 방문객들이 단순한 쇼핑이 아니라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했습니다. 자연스레 제품 구매와 브랜드 각인 효과도 뒤따라왔죠.
젠틀몬스터의 제품들 © 젠틀몬스터
  • 플래그십 스토어 ‘하우스 도산(HAUS DOSAN)’은 문을 열었을 때부터 화제였는데요. ‘현실화되지 못한 미래’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1층에서 방문객을 맞이하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폐허를 나타낸 거대한 설치 작품인데요. 3층에는 자체 로봇 랩에서 개발한 6족 보행 로봇 ‘프로브(The Probe)’가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죠. 매장 전체가 상업 공간이 아닌 현대예술의 집합체입니다.
쇼룸 ‘하우스 도산’ 1층에 전시된 프레드릭 헤이만의 3D 작업물 실물화 작품 © 젠틀몬스터
  • 뉴욕타임즈는 2016년 뉴욕의 플래그십 스토어에 대해 ‘극장 같다’평가했습니다. 스토리 등의 요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기억에 남는 영화에 비유한 것인데요. 파격적인 오브제로 눈길을 사로잡지만, 머릿속에 각인되는 것은 제품과 브랜드라는 의미죠.

 

 

위상을 장악하다: 지킬 건 지키기

© 젠틀몬스터

충격을 주는 것만으로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수 없습니다. 확고한 브랜드 철학과 높은 품질이 뒷받침해야 하는데요. 젠틀몬스터는 파격을 통해 브랜드를 강렬하게 각인한 후, 브랜드 경험을 통해 위상을 높였습니다.

  • 유명 브랜드 및 인플루언서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활발히 진행합니다. 콜라보를 통해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는데요. 대표적인 예는 펜디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젠틀 펜디’ 컬렉션입니다. 젠틀몬스터는 럭셔리 브랜드의 위상을 얻었고 펜디는 오래된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쇄신했죠.
‘젠틀 펜디’ 컬렉션 © 젠틀몬스터
  • 셀러브리티 중에는 블랙핑크 제니와의 콜라보가 화제였는데요. 2020년 ‘젠틀 홈’에 이어 올해 ‘젠틀 가든’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제니의 상상을 현실로 구현한 ‘젠틀 가든’은 게임으로 제작돼 앱스토어 1위에 오르기도 했죠.
‘젠틀 가든’ 게임 화면 © 젠틀몬스터
  • 브랜드 홍보를 위해 TV 광고 등 돈을 내는 광고를 집행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미국 시장에 진출할 때 업계와 유명인을 먼저 공략해 대중의 반응을 끌어내는 ‘톱다운 마케팅’을 선택했는데요. 브랜드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진정성 있는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했죠.
  • 아이웨어 브랜드로서는 파격적인 애프터서비스를 자랑합니다. 서비스로 돈을 벌지 않겠다는 신념 아래 세심한 AS를 제공하죠. 특히 보상 기간이 지난 후에도 안경테를 복원하는 폴리싱은 무상으로 가능한데요. 사실 매년 새로운 라인을 공개하는 브랜드 특성상 고객이 신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더 이득인데요. 늘 ‘새것처럼’ 수리한다는 원칙에 따라 AS를 진행합니다.

 

 

새로움을 장악하다: 미래를 내다보기

© 탬버린즈

젠틀몬스터는 내부적으로 30년 뒤의 계획까지 세운다고 밝혔는데요. 항상 앞을 내다보며 변화와 도전을 멈추지 않는 모습입니다. 실제로 아이웨어뿐 아니라 코스메틱, 디저트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데요. 새로움 속에서도 파격을 선사하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이어집니다.

  • 2017년 향을 기반으로 한 뷰티 브랜드 ‘탬버린즈(tamburins)’를 런칭했습니다. 브랜드 모토는 ‘비범하지만 평범한 브랜드’인데요. 감각적인 향과 제품 디자인이 특징입니다. 특히 시그니처 향 000은 상큼한 향과 우디향을 함께 느낄 수 있어 인기를 얻고 있죠. 글로벌 뷰티 편집숍 세포라의 국내 1호점에 입점해 브랜드 파워를 입증했습니다.
탬버린즈의 손 소독제 © 탬버린즈
  • 2021년에는 디저트 카페 ‘누데이크(NUDAKE)’를 선보였는데요. 브랜드 슬로건은 ‘MAKE NEW FANTASY!’입니다. 실험적인 비주얼의 디저트와 음료가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죠. 시그니처 메뉴는 말차 크림을 먹물 페이스트리로 감싼 케이크 ‘피크’입니다. 베이징과 상하이에 입점해 해외에서도 사랑받고 있죠.
‘피크’ 케이크 광고 영상
  • 미래를 내다보는 움직임도 눈에 띄는데요. 2017년 로봇 회사 위저드를 인수해 자체 연구팀 ‘젠틀몬스터랩’을 꾸렸습니다. 로봇 연구의 성과는 ‘하우스 도산’의 ‘프로브’로 나타났죠. 또 중국의 AR 글래스 스타트업인 ‘엔리얼’에 200억을 투자했는데요. 2019년 화웨이와의 협업으로 스마트 안경을 출시한 것에 이어서, 스마트 글라스 사업으로 확장을 도모했습니다.

 


 

젠틀몬스터는 짧은 시간에 무서운 장악력을 보여주며 신흥 패션 브랜드로 자리 잡았는데요. ‘젠틀’과 ‘몬스터’를 합친 브랜드명처럼, 럭셔리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파격적인 혁신을 거듭해왔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를 기분 좋은 충격에 빠뜨리는 ‘젠몬스러움’의 다음은 과연 어딜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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