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아이콘, 칸예 웨스트의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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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아이콘, 칸예 웨스트의 명과 암

최근 글로벌 유명 브랜드들은 ‘이 인물’과 줄줄이 ‘손절’하고 있습니다. 바로 미국의 래퍼이자 디자이너인 칸예 웨스트(Kanye West·본명 Ye)인데요. 칸예는 천재적인 감각으로 음악과 패션업계에서 전무후무한 커리어를 달성했습니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사업가로서도 성공했죠. 각종 유명 브랜드에서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도 지녔는데요. <타임> 매거진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의 인물’로 칸예를 두 차례선정했죠.

칸예는 ‘트러블메이커로' 통하기도 합니다. 여러 차례 부적절한 행동으로 쌓아온 업적과 평판을 무너뜨렸죠. 특히 이번에는 정말 심각해 보입니다. 연이은 혐오성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는데요. 오늘 <브랜드 한입>에선 극단적인 명과 암을 보여주는 인물, 칸예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명(明): 음악과 패션에서 발휘한 감각

음악: 프로듀서에서 래퍼로

칸예는 21세기 최고의 힙합 뮤지션으로 평가받습니다. 프로듀서이자 래퍼로 천재적인 감각을 발휘하며 과감한 시도를 보여왔죠. 3,200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량, 1억 회 이상의 음원 다운로드 횟수는 그의 위상을 증명합니다.

  • 1990년대 중반부터 프로듀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힙합 레이블 로커펠라 레코드에서 활동했는데요. 래퍼 제이지의 <The Blueprint>, 싱어송라이터 앨리샤 키스의 ‘You don’t know my name’ 등 수많은 히트작이 칸예의 손에서 탄생했습니다.
칸예가 프로듀싱한 앨리샤 키스의 ‘You don’t know my name’
  • 프로듀서로 이름을 날렸지만, 칸예가 진정 꿈꾸던 것은 래퍼였는데요. 2002년 교통사고를 겪은 이후 꿈을 실현하기로 뜻을 굳혔다고 합니다. 2004년 래퍼로서 첫 앨범 <The College Dropout>을 발표했는데요. ‘칩멍크 소울(chipmunk soul)’이라는 칸예 특유의 프로듀싱 방법을 선보였습니다. R&B와 소울 장르 등의 보컬을 샘플링해 음정과 속도를 자유롭게 조절하는 방식이죠. 과감한 해체와 재배열로 힙합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앨범은 400만 장 넘게 팔려나갔고 빌보드 앨범 차트 2위에 올랐죠. 그래미 어워드에서 3개 부문의 상을 휩쓸었습니다.
  • 2010년 발표한 앨범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로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힙합에 다양한 장르를 접목해 풍부한 사운드를 선보였는데요. 힙합의 장르적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지평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평가가 박하기로 유명한 피치포크 미디어에서 8년 만에 만점을 매겼죠. 2020년에는 <롤링스톤>에서 선정한 500대 명반 17위에 올랐습니다.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중 ‘Runaway’

패션: 아디다스와의 만남
© Unsplash

칸예와 아디다스의 ‘이지(YEEZY)’ 파트너십은 2013년부터 이어졌습니다. “비운동선수와 운동복 브랜드가 맺은 역대 가장 중대한 파트너십"이라는 아디다스의 언급처럼 패션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요. 2021년 글로벌 금융회사 UBS 그룹은 이지의 브랜드 가치가 32~47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 평가했죠.

  • 칸예는 원래 나이키와 손을 잡아 ‘에어 이지’ 라인을 출시했는데요. 로열티 문제로 마찰을 빚자 경쟁사인 아디다스로 향했습니다. 2013년에 인연을 맺어 2015년에 ‘이지 부스트 350’를 선보였는데요. 그해 ‘올해의 신발'로 선정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재출시 모델인 아디다스 이지 부스트 350 V2 본 © shoeprize
  • 성공에 힘입어, 칸예와 아디다스는 신발뿐만 아니라 어패럴, 액세서리를 포괄하는 브랜드로 파트너십을 확장했습니다. 이후 ‘이지 부스트' 시리즈는 발매될 때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독보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죠.
  • 칸예는 파트너십을 통해 예술적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일찍이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와 펜디에서 인턴을 할 만큼 패션에 관심이 높았는데요. 그 열정을 이지에 쏟아부었죠. 성대한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패션쇼도 늘 화제였습니다.
  • 이지의 성공은 아디다스에도 남다른 의미가 있는데요. 아디다스가 라이벌인 나이키에 뒤처지던 와중에 다시 어깨를 견줄 수 있게 했죠. 가장 중요한 것은 이지의 디자인이 아디다스의 다른 제품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입니다. ‘이지 부스트 350’를 통해  프라임니트 재질과 바닥의 부스트 솔 쿠션이 아디다스의 특징으로 자리 잡았죠.

암(暗): 연이은 기행과 논란

칸예 웨스트 트위터
연이은 기행

한편, 칸예는 셀 수 없이 많은 기행을 보여 구설에 올랐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비난을 받으며 연예계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놓이기도 했는데요. 자신의 재능과 주변의 지지로 위기를 넘겼습니다.

  • 두 차례나 다른 사람의 무대에 난입했습니다. 2009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에서 테일러 스위프트가 수상 소감을 발표하는 도중 무대에 난입했는데요. 전 세계의 질타를 받았지만, 희대의 명반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를 발표해 위기를 극복했죠. 2015년 그래미 어워즈에서도 이 ‘올해의 앨범’상을 받는 도중 무대로 올라갔는데요. 머릿속 목소리가 시킨 것이라며 해명했습니다.
  • 2020년에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는데요. ‘생일당(The Birtday Party)’을 창당하고 실제 후보로 등록했습니다. 황당한 공약도 내걸었는데요. 정부 조직을 마블 코믹스의 가상 국가 ‘와칸다'처럼 바꾼다고 밝혔습니다. 아이를 낳으면 100만 달러를 지원한다는 이야기도 했죠.
  • 모델 킴 카다시안과의 이혼도 큰 이슈였습니다. 킴은 칸예가 부적절한 언행을 보일 때마다 그를 변호해왔는데요. 결국 둘의 관계도 파탄에 이르렀습니다. 이후 칸예의 앨범 <Donda>에서 '새로운 여자(new chick)' 등 불륜을 암시하는 가사가 발견돼 논란이 일었죠.

설 곳 없어진 칸예

온갖 기행을 저지른 칸예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잇따른 혐오 표현과 반유대주의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는데요. 칸예와 파트너십을 맺었던 기업들은 줄줄이 칸예와 선을 긋는 중입니다.

  • 인종차별적 언행으로 물의를 빚었습니다.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희생된 조지 플로이드가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을 복용했다고 주장했는데요. 조지의 유족은 소송을 걸었습니다. 지난 10월 3일 파리 패션위크에선 ‘흑인의 삶은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을 조롱한 ‘백인의 삶도 중요하다(White Lives Matter)’ 티셔츠를 만들어 입고 등장했죠,
  • 10월 9일에는 SNS에 반유대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쐐기를 박았는데요.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유대인들에게 ‘데스콘 3(Deathcon 3)’를 발동할 것이다”라는 트윗을 업로드했습니다. ‘데스콘’은 전쟁 준비 태세를 가리키는 ‘데프콘’과 ‘죽음’을 합친 말이죠.
  • 결국 10월 25일 아디다스는 칸예와의 인연을 끊었습니다. 칸예의 최근 언행은 아디다스가 추구하는 가치에 반한다며 파트너십을 종료하고 칸예에게 대금을 지급하지 않겠다 밝혔습니다. 둘의 이별은 양측에 큰 충격을 안겼는데요. 파트너십 종료 후 아디다스의 주가는 8%가량 떨어지기도 했죠. 10억 달러가 넘었던 칸예의 자산도 4억 달러로 줄었습니다.
  • 다른 브랜드 역시 연이어 칸예와의 ‘손절'을 단행했습니다. 칸예가 소속해있었던 에이전시 CAA를 비롯해 이지와 협업했던 갭, 발렌시아가, <보그> 등이 작별을 고했는데요. 칸예의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이용도 막혔습니다.


음악, 패션업계를 주름잡으며 시대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칸예가 벼랑 끝에 몰렸습니다. 이번에는 다시 일어서는 것이 매우 어려울 듯한데요. 늘 그래왔듯 부활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대로 추락할까요? 또, 그의 천재적인 결과물과 부적절한 사생활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칸예의 뚜렷한 명암은 그 자신과 그를 지켜보는 이들에게 복잡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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