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1일, 배달앱 땡겨요가 새롭게 광고를 출시했습니다. “[땡겨요] 싸이와 함께 민족 대이동!! 🐎🐎”이라는 제목의 이 광고는 2주 만에 240만회의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는데요. 특히 동종업계 1위 배달 서비스인 배달의민족(배민)을 저격하는 것 같다는 점에서 더 큰 화제를 모았죠.
이처럼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브랜드를 직간접적으로 노출하고 이들을 비교하는 형식의 광고를 비교광고라고 부릅니다. 땡겨요는 어떻게, 그리고 무슨 의도로 배민을 저격한 것일까요? 오늘 <브랜드 한입>에서는 최신 사례들과 함께 비교광고를 살펴보겠습니다.
땡겨요는 왜 이 광고를 제작했을까?
땡겨요는 이번 광고에서 “같은 민족이라면서 어떻게 이럴 수 있어. / 배달에 아쉬웠던 민족이여, 이동하라!”라는 문구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즉, 광고의 목적은 이용자가 땡겨요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 땡겨요는 신한은행에서 올해 1월에 정식으로 출시한 배달앱입니다. 고객, 가맹점, 배달 기사, 플랫폼 참여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상생 배달앱을 추구하고 있는데요. 이를 위해 낮은 중개 수수료, 빠른 정산 서비스 등의 혜택을 제공 중입니다.
- 출범 당시에는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가 1만 8천명에 불과했으나 지난달 말에는 15만 7천명에 이를 정도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배민·쿠팡이츠·요기요 등 3개 배달앱의 시장 점유율(90%)에 비하면 한참 뒤처진 상황이죠.
- 이런 상황에서 땡겨요가 이번 광고를 통해 화제성 몰이 및 인지도 상승을 노린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땡겨요는 업계 1위 배민(시장점유율 57.7%)을 끌어들였습니다. 이들이 문구에서 반복적으로 활용 중인 민족이라는 키워드나 광고의 콘셉트가 배민을 연상케 하죠.
- 땡겨요는 이번 광고에서 고구려 벽화 수렵도를 패러디하고 있는데요. 배민도 지난 2014년에 광고에서 수렵도를 패러디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이들은 류승룡을 모델로 기용해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문구를 내걸었죠.
- 땡겨요가 선보인 이번 광고는 배민 광고를 패러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단순히 패러디에 그친 것이 아니라 “같은 민족이라면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라며 기존 배달앱에 대한 소비자의 반감도 담아냈죠.
배민이 저격당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던데?
2014년에 배달 서비스 배달통도 옥외 광고를 통해 배민을 저격한 적 있습니다. 당시 배민은 전속모델 류승룡을 기용해 지하철 스크린도어, 버스정류장에 여러 편의 옥외 광고를 선보였는데요. 대표적으로는 “경희야, 넌 먹을 때가 제일 이뻐”, “다이어트는 포샵으로”와 같은 독특한 카피를 활용한 광고들이 있죠.
- 얼마 후 배달통이 배민 광고 인근에 비슷한 컨셉과 슬로건을 활용해 배민을 겨냥한 비교광고를 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배민이 “경희야, 넌 먹을 때가 제일 이뻐”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면 배달통은 “경희야, 그래서 넌 배달통이 답이거든” 같은 슬로건을 선보였죠.
- 심지어 배달통 모델로 기용된 마동석이 옥외 광고에서 배민 포스터가 설치된 곳을 가리키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는데요. 배민을 겨냥한 비교광고라는 사실이 더욱 잘 드러났죠.
- 배달통은 광고 하단에 “왜? 배달통은 배달업체수 1위니까”와 같이 배달통의 장점을 부각하는 멘트도 추가했습니다.
- 배달통 관계자는 당시 광고 캠페인에 대해 “경쟁사 디스 목적이 아닌 센스 있는 비교 광고를 통해 자연스러운 인지도 제고를 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배민 측도 “재미있게 봤다”라는 반응을 보였죠.
작년 12월, 쿠팡이츠도 배민을 겨냥한 비교광고를 선보였는데요. 서울 내 주요 지하철역에 자사 앱 내 할인 이벤트를 홍보하는 옥외 광고를 내걸었습니다.
- 쿠팡이츠는 “우아한 OO구민 여러분 쿠팡이츠로 오세요”라는 카피를 핵심 슬로건으로 활용했는데요. 광고 하단에는 민트색 헬멧을 쓴 사람이 뒤돌아 “나도 OO구민이었어”라는 외치는 장면 또한 삽입했습니다.
- 광고 속 여러 요소를 통해 쿠팡이츠가 배민을 겨냥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민트색으로 적힌 ‘우아한’이라는 단어는 배민의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을, 민트색 헬멧을 쓴 사람은 배민 라이더를 연상시킵니다.
- 배민은 SNS 게시글을 통해 이에 응수했습니다. 같은 달 29일, 배민은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2021 배달의민족 패러디 어워드’ 수상작을 발표했는데요. 쿠팡이츠가 선보인 위 광고에 ‘수고했상’이라는 상을 수여하고 “우리..같은 민족이었어..?”라며 맞받아쳤습니다.
이런 광고를 뭐라고 한다고?
이처럼 한 브랜드가 경쟁 관계에 있는 브랜드의 상표, 상품 및 서비스의 속성 등을 직간접적으로 제시하며 자사 상품의 우수성을 주장하는 광고를 비교광고라고 합니다.
- 미국에서는 연방거래위원회(FTC: Federal Trade Commission)가 1972년 비교광고를 전격 허용했습니다. FTC는 비교광고를 통해 소비자가 더 많은 정보를 비교해가며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브랜드 간 경쟁을 촉진해 제품개선과 혁신을 도모할 수 있다며 비교광고를 권장하고 있죠.
- 과거 국내에서는 비교광고를 하기 위해 자사의 비교우위뿐만 아니라 약점까지 담아야 했는데요. 2001년에 ‘비교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이 발표돼 규제가 풀렸습니다. 이후 다양한 비교 광고가 등장하기 시작했죠.
- 비교광고는 광고주 브랜드가 신규 브랜드거나 시장 점유율이 낮은 브랜드가 사용할 때 더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비교광고 사례는?
마켓컬리 VS 다른 새벽배송 브랜드
신선 식품 전문 쇼핑몰 컬리는 지난 2019년 “국내 최초 새벽배송, 마켓컬리”라는 제목의 광고를 선보였습니다. 광고에서는 다른 새벽배송 업체들을 암시하며 마켓컬리가 선두 주자라는 메시지를 담아냈죠.
- 광고는 “I will follow him(그를 따라갈 거에요)’이라는 노래와 함께 시작합니다. 이어 여러 색상의 트럭이 연이어 등장하죠. 이후 “국내 최초 새벽배송 마켓컬리”라는 슬로건과 함께 트럭들이 마켓컬리의 배송 트럭을 따라가는 모습이 연출됩니다.
- 광고에서 등장하는 여러 색상의 트럭은 당시 새벽배송 시장에 참여하고 있던 업체들을 연상합니다. 노란색은 SSG닷컴(이마트), 빨간색은 롯데슈퍼, 초록색은 헬로네이처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죠.
- 당시 컬리는 새벽배송 시장에서 40%의 점유율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는데요. SSG닷컴, 쿠팡 등 참여자가 늘어나자 이 광고를 송출해 자신들이 새벽배송 시장의 선두 주자라는 사실을 대중에게 다시금 각인하려 했죠.
버거킹 VS 다른 패스트푸드 브랜드
버거킹은 2022년에 선보인 "그릴 라인(grill line)" 캠페인을 통해 대중에게 브랜드 정체성을 각인하는 동시에 타 브랜드와의 비교광고도 진행했습니다.
- 햄버거 시장에서 버거킹의 차별화 포인트 중 하나는 그릴에 구운 패티입니다. 그래서 버거킹 대표 메뉴인 와퍼의 패티에는 7줄의 그릴 자국이 확실하게 나타나죠. 이 점에서 착안해 영국 버거킹이 광고회사와 함께 "그릴 라인" 캠페인을 개시했습니다.
- 패티 위로 7개의 줄이 지나가는 일러스트가 광고 이미지로 활용됐습니다. 여기까지는 단순히 와퍼의 그릴 자국을 부각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색상과 광고 카피를 통해 경쟁 브랜드도 저격했습니다.
- 맥도날드 옆에서는 노란색과 함께 "오직 광대만이 그들의 대사(line)를 까먹는다"라는 카피를, KFC 옆에서는 빨간색과 함께 “일부 대령들은 아직도 마크를 얻지 못했다”라는 카피를 활용하는 등의 방식인데요. 각각 맥도날드의 마스코트가 광대라는 점, KFC의 창업자 이름이 커널(colonel) 샌더스라는 점을 이용한 거죠.
- 버거킹UK의 브랜드 및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는 "그릴 라인은 군침이 도는 와퍼만큼이나 상징적이다"라 발표했는데요. 타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비교광고를 활용해 자사 제품의 차별화 포인트를 더욱 강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산타토익 VS 다른 토익 학습 플랫폼
지난 2020년 12월, 토익 학습 서비스 산타토익은 다른 토익 학습 플랫폼을 겨냥한 비교광고를 출시했습니다. 이전 광고들보다 더 직접적으로 다른 브랜드들을 노출했죠.
- 산타토익은 인공지능(AI) 교육업체 뤼이드가 만든 토익 교육 플랫폼입니다. AI를 기반으로 학습자의 학습 시간을 줄이고 학습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죠.
- 광고에서는 “파고 파고 다 파봤자”, “알고리즘 모르면서 해커들?”, “영~단기로는 안되겠지” 등의 카피가 등장하는데요. 이는 기존 토익 교육 플랫폼인 파고다어학원, 해커스토익, 영단기를 다소 직접적으로 드러낸 것이죠.
- 광고에서는 이들 브랜드를 언급한 후 “시간낭비 옛날 토익”이라는 슬로건을 반복합니다. 그리고는 “시간 낭비 없는 AI토익”이라며 산타토익을 소개하는데요.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된 학습 방식을 부각하는 비교광고입니다.
- 산타토익은 토익 교육 시장의 후발주자인데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화제성을 모으기 위해 기존 여러 브랜드를 겨냥해 비교광고를 했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플로 VS 다른 음악 플랫폼
지난 2019년 10월, 국내 3위 음원서비스 플로(FLO)가 업계 1·2위 멜론·지니를 겨냥한 옥외 광고를 선보였습니다.
- 플로는 서울 시내버스에 '저 이번에 갈아타요 멜론·지니에서 FLO로'라는 카피의 래핑 광고를 내걸었는데요. 비록 경쟁 브랜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멜론이나 요술램프 이미지를 통해 승객들이 자연스럽게 위 브랜드들을 연상하게 했습니다.
- 타 서비스에서 자사 서비스로 전환할 것을 도모한다는 메시지는 앞서 살펴본 땡겨요, 쿠팡이츠 광고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플로가 광고 개시에 앞서 플랫폼 변경 시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기능을 출시했다는 점에서 앞선 광고들과 차이를 보입니다.
- 플로는 광고 런칭에 앞서 ‘광학 문자 인식 기술(OCR)’ 기능을 바탕으로 한 플레이리스트 자동 생성 기능을 출시했습니다. 타 음원 재생 플랫폼의 플레이리스트를 캡처하면 이미지에서 텍스트를 추출해 플레이리스트를 자동 생성하는 기능이죠.
- 자사 서비스의 기능적 강점을 부각한 비교광고인데요. 업계 3위의 후발주자인 만큼 선두 주자를 겨냥한 비교광고를 통해 화제성을 모으고자 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주의할 점이 있다면?
유머를 녹여낸 비교광고는 소비자에게 재미를 주고 화제성을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잘못 사용하면 광고에서 겨냥한 브랜드로부터 법적 문제를 마주할 수도 있습니다.
- 우선 국내에서는 표시광고법에 따라 비방적인 표시 및 광고는 금지돼 있습니다. 또한, 비교광고라고 할지라도 비교기준이나 비교 방법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 오인성이 있다고 판단돼 금지되죠.
- 지난 2012년, 삼성은 유튜브를 통해 “냉장고 용량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광고를 공개했습니다. 자사 지펠 냉장고(857리터)와 타사 냉장고(870리터)의 용량을 비교하기 위해 냉장고에 물을 부어 실험하는 내용이었죠. 광고에서는 삼성전자 제품에 더 많은 양의 물이 들어가는 모습이 연출됐는데요.
- 삼성전자가 광고에서 타사 브랜드를 명시하진 않았는데요. 실험에 쓰인 물의 색이 빨간색이었다는 점 등은 타사 브랜드가 LG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이에 LG는 실험 내용이 부정확하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죠.
- 재판부는 LG전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삼성전자의 비교실험이 공인할 만한 것이 아니라고 판결했죠. 법원은 삼성이 해당 광고에서 냉장고 시장 점유율을 공개함으로써 소비자가 쉽게 LG전자 제품이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는 점을 판결 근거로 들었습니다.
또한 법적 문제가 없을지라도 비교광고는 소비자로부터 반발 심리를 유발할 수도 있는데요.
- 작년 5월, 삼성전자는 자사 스마트폰 갤럭시 S21 울트라 5G와 아이폰 12 프로맥스 카메라 성능을 비교하는 광고를 선보였습니다. 각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달과 치즈 샌드위치 사진을 비교하며 삼성의 카메라 성능이 더 좋다는 점을 부각하는 광고였죠.
- 광고에서 삼성 폰으로 촬영한 사진은 상단에, 아이폰으로 촬영한 사진은 하단에 배치됐는데요. 이들은 광고에서 “당신의 스마트폰 업그레이드가 결코 다운그레이드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카피를 내걸며 애플의 카메라 기능을 저격했죠.
- 당시 해당 광고에 대한 호평도 있었으나 유튜브 댓글에서는 “애플이 충전기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발표했을 때 조롱하지 않았느냐”, “S21 모델에서는 화면 사양을 다운그레이드하지 않았느냐”라며 광고를 넘어 삼성이라는 브랜드 자체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죠.
- 이와 같은 소비자의 반발 심리에 관해 한 연구는 “비교광고는 소비자들의 메시지에 대한 반박 주장을 일으킬 수 있어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몇 가지 문제만 주의한다면, 후발 주자에게 비교광고는 높은 광고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적절한 유머를 녹여내 소비자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죠. 근거 없는 비방전이 아닌, 유머 있는 건전한 경쟁이 이뤄지면 소비자가 광고도 하나의 콘텐츠로 조금 더 재미있게 볼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