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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브 축제인 ‘칸 라이언즈 국제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 (이하 칸 라이언즈)가 진행됐습니다.
총 5일간 진행된 시상식에서 한국 브랜드 및 광고 대행사들의 작품도 다양한 부문에서 수상의 쾌거를 누렸는데요. 오늘 <브랜드 한 입>에서는 2022 칸 라이언즈에서 수상한 한국 브랜드 마케팅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칸 라이언즈란?
세계영화광고협회에서 주최하는 칸 라이언즈는 미국의 클리오 광고제, 뉴욕 페스티벌과 함께 세계 3대 광고제로 분류됩니다. 칸 라이언즈는 지난 1954년에 처음 개최돼 1985년부터 프랑스 칸 지역에서 진행되어왔는데요. 1991년도까지는 ‘국제 영상 광고제(INTERNATIONAL ADVERTISING FILM FESTIVAL)’라는 명칭을 사용하다가 광고 지면의 확대로 ‘칸 국제광고제(CANNES INTERNATIONAL ADVERTISING FESTIVAL)’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명칭은 지난 2010년까지 사용되어 왔는데요. 2011년, 단순히 광고를 넘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지면 및 분야를 모두 다루고자 현재의 명칭인 '칸 라이언즈 국제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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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몇 개 부문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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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022년도 칸 라이언즈 시상 분야는 크래프트, 전략, 클래식 등 9개 트랙 29개 세부 시상으로 나뉘며 각 세부 분야마다 그랑프리(최우수상), 금ㆍ은ㆍ동 사자상이 부여됩니다. 올해 칸 라이언즈에서는 전 세계 87개국에서 출품된 2만 5천여개의 본선 진출작이 경합을 펼쳤으며, 모든 부문을 통틀어 총 982개의 사자상이 수여됐습니다.
수상작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우선 평가단은 모든 출품작에 대해 1~9라는 척도를 활용해 점수를 부여하고 이 중 일정 기준을 통과할 경우 본선에 진출할 수 있게 됩니다. 이후, 평가단은 다시 한 번 본선 진출작에 대해 금ㆍ은ㆍ동 사자상 부여 여부를 논의하는데, 평가단 중 2/3가 같은 결정을 내릴 경우 사자상이 부여됩니다. 최종적으로 평가단은 금사자상 시상 작품 중 그랑프리 작품을 선정하게 됩니다. 아쉽게도 올해 한국 브랜드 및 에이전시의 마케팅 프로젝트 중에 그랑프리 수상작은 없었습니다.
출품작 평가 시 각 분야마다 다양한 기준이 적용되는데요, 작품에 대한 평가에는 아이디어 25%, 전략 25%, 영향력 및 결과 50%라는 가중치가 적용됩니다. 각 세부 분야별 주요 평가 기준 등에 대해서는 수상작과 함께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2022 칸 라이언즈에서 수상한 한국 기업ㆍ에이전시
삼성 ITEST 캠페인
대행사: DDB NEW ZEALAND, Auckland/TRIBAL AOTEAROA, Auckland
수상내역: 미디어 라이언즈 골드 1개, 소셜&인플루언서 라이언즈 브론즈 1개, 다이렉트 라이언즈 브론즈 2개
본 캠페인은 삼성OS를 소개하는 광고로써, 기존에 애플 생태계에 락인되어있는 소비자들이 삼성 인터페이스를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웹앱을 통해 마련했습니다. 에이전시들은 당초 뉴질랜드 고객만을 대상으로 소규모로 iTest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었다고 하는데요. 웹상에서 큰 인기를 모으며 캠페인을 런칭한 첫 주말에만 총 2백만명 이상이 다운받았으며, 현 시점까지는 누적 234개국에서 550만명의 애플 유저들이 해당 웹앱을 다운로드 받았습니다.
해당 캠페인은 총 3개 부문에서 4개의 사자상을 수상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미디어 부문에서 금사자상을 수상했죠. 미디어 부문에서는 미디어를 통해 가장 혁신적이고 고무적인 마케팅을 펼친 이들에게 상이 수여되는데요. 여러 가지 평가 항목들 가운데 통찰력 및 아이디어 20%, 미디어 전략 및 타게팅 30%, 미디어 내 실행력 30%, 영향력 및 결과 20%라는 가중치가 반영됩니다.
소셜&인플루언서 부문에서는 동사자상을 수상했습니다. 해당 부문은 ‘소비자의 관여도, 사회적 전파력, 소셜미디어의 창의적 활용, 브랜드 앰배새더 및 인플루언서의 활용과 상업적 성공’ 여부를 중점적으로 평가하는데요. 특히 iTest는 기존의 소셜 플랫폼 및 온라인 커뮤니티를 성공적으로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다이렉트 부문에서는 2개의 동사자상을 수상했습니다. 해당 부문은 ‘광고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타겟층을 겨냥하기 위해 어떤 인사이트가 활용되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합니다. iTest의 경우 구체적으로 ‘애플 이용자’라는 구체적 고객층을 겨냥한 것이기에 해당 부문에서 수상한 것으로 보입니다.
매일유업 우유안부
대행사: 이노레드
수상내역: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 액티베이션 라이언즈 실버 1개, PR 라이언즈 브론즈 1개
우유안부는 매일유업이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 프로젝트인데요. 홀로 계신 어르신에게 매일 우유를 배달하며 안부를 묻는 후원 사업으로써 전날 배달한 우유가 남아있을 경우 관공서나 가족에게 연락해 고독사를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자체는 2003년부터 시작됐으며, 매일유업이 후원사로 합류한 것은 지난 2016년부터입니다.
매일유업은 매년 정기후원과 함께, 21개의 가정배달 대리점 및 200여명의 배달원 등 가정배달 사업 인프라를 활용해 해당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는데요. 지난 2020년 6월에는 ‘1%의 약속’을 발표하며 매년 매일유업 제품 가운데 ‘소화가 잘되는 우유’ 매출의 1%를 우유안부 프로젝트에 지원하겠다고 공언 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총 2개 부문에서 각각 은사자상과 동사자상을 수상했습니다. 우선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 액티베이션 부문에서는 출품작이 ‘고객 경험 설계, 경험의 몰입도, 360° 소비자 관여 등을 통해 얼마나 창의적이고 종합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는지’를 평가하는데요. 특히 이 프로젝트는 ‘특정 지역 및 지방에서만 나타나는 아이디어, 관습, 가치 등으로부터 비롯된 문화적 통찰력’을 잘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PR 부문에서는 동사자상을 수상했습니다. 해당 부문에서는 출품작이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참신한 인사이트 등을 통해 여론, 사회적, 비즈니스적, 문화적 변화를 이끌어냈는지’에 방점을 두며, 해당 작품의 수상 포인트 또한 위와 동일했습니다.
닷(Dot)의 닷패드(Dot Pad)와 닷 고(DOT GO)
대행사: SERVICEPLAN GERMANY, Munich
수상내역: 티타늄 라이언즈 /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 액티베이션 라이언즈 실버 1개
서비스플랜 독일 뮌헨이 대행하고 파울러스(Paulus)가 프로덕션을 담당한 닷의 '닷패드(DOT PAD, The first smart tactile graphics display)' 캠페인이 티타늄 부문에서 티타늄 사자상을 수상했습니다. '닷패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세계 최초의 점자 스마트 패드인데요. 이를 만든 국내 스타트업 ‘닷’은 앞서 점자 스마트워치를 출시해 2019년도 칸 라이언즈에서 디자인과 디지털 크래프트 부문에서 동사자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이로써 닷과 서비스플랜은 지난 2013년 삼성생명과 제일기획의 ‘생명의 다리’ 캠페인이 한국에서 최초로 티타늄 사자상을 수상한 이후로 한국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같은 상을 거머쥐게 되었습니다. 티타늄 사자상은 지면이나 매체와 무관하게 오로지 ‘혁신적인 변화’에 방점을 두며, 이로써 점자라는 맥락의 특수성까지도 반영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닷패드라는 하드웨어와 함께 내놓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최초의 사물 인터랙션 애플리케이션인 닷 고(DOT GO)는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 액티베이션 부문에서 모바일 플랫폼을 창의적으로 활용한 점을 인정받아 은사자상을 수상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Irma, Katrina, Jebi, Hayian, Blanca
대행사: JUNG VON MATT AG, Hamburg
수상내역: 인쇄&출판 라이언즈(Print & Publishing Lions) 실버, 아웃도어 라이언즈(Outdoor Lions)에서'Irma'와 'Hayian'으로 실버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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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광고의 제목들은 모두 기존에 큰 파괴력을 지녔던 태풍의 이름인데요. 태풍의 이름과 함께 풍속, 그리고 그로 인해 전복된 자동차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현대자동차는 ‘기후 변화는 사고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저희가 탄소 중립을 실천하려는 이유입니다. (Climate change is no accident. That’s why we’re going carbon neutral)’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는데요. 이를 통해 자사의 탄소 중립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본 작품은 인쇄 및 출판 부문과 옥외 광고 부문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했는데요. 이 두 부문의 주요 평가 기준은 아이디어와 실행력입니다. 옥외 광고 부문의 경우, 출품작이 얼마나 야외공간을 잘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높은 브랜드 경험을 선사했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삼성전자, THE SPIDER AND THE WINDOW
대행사: LEO BURNETT, Frankfurt
수상내역: 필름 라이언즈 골드 1개
마지막으로는 레오 버넷 프랑크푸르트가 대행한 삼성전자의 ‘거미와 창문(THE SPIDER AND THE WINDOW)’ 광고가 영상 광고 부문에서 금사자상을 수상했습니다. 위 광고는 집에서 키워지고 있는 한 거미의 시선에서 바라본 풍경을 연출하는데요. 이 때 집 건너편 옥외 광고판에 내걸린 갤럭시 S22 울트라의 모습을 거미가 아름답게 바라보는 듯한 모습을 연출해내며, 해당 제품의 디자인 우수성을 강조하는 데 방점을 뒀습니다.
영상 광고 부문은 칸 라이언즈의 여러 수상 부문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많은 화제를 모으는 부문인데요. TV, 영화, 온라인, 실외 등 지면과 무관하게 형식이 영상이기만 하면 누구든 출품할 수 있는 부문입니다. 해당 부문 또한 인쇄 및 출판 부문, 옥외 광고 부문과 마찬가지로 아이디어와 실행력을 주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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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소개한 광고 마케팅 5편 외에도 삼성과 제일기획 베이징 및 제일기획 홍콩이 함께 제작한 '난독증을 위한 여정(QUEST FOR DYSLEXIA)', 크리스 암 재단(CRIS CANCER FOUNDATION)과 제일기획 마드리드가 함께 제작한 '안에서의 전쟁(THE BATTLE INSIDE)' 또한 각각 동사자상을 1개씩을 거머쥐었습니다.
이로써 한국 기업 또는 에이전시를 거친 광고로는 총 7편이 이번 칸 라이언즈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기록했는데요. 다음 해에는 어떤 기업의 어떤 광고 마케팅이 좋은 기록을 거둘 수 있을 지, 과연 그랑프리 수상작이 나올 수 있을 지 등을 다시 한 번 기대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