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장악한 중국 정부

위챗과 바이두, 더우인 등 중국인이 즐겨 쓰는 앱 30개의 알고리즘이 중국 정부에 제출됐습니다. 중국 정부가 민간 IT 기업의 알고리즘을 장악하면서 SNS를 통한 중국 정부의 여론 통제가 더욱 강화될 전망입니다.

자세히 살펴보자면…

중국 정부가 포털 사이트와 SNS 등에 어떤 콘텐츠가 노출될지 결정하는 민간 IT 기업의 알고리즘을 손에 넣었습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인터넷 정보 서비스 알고리즘 추천 관리 규정’을 만들어 주요 IT 기업이 의무적으로 자사의 핵심 알고리즘을 중국 당국에 제출하도록 했는데요.
해당 규정은 IT 기업이 자사의 플랫폼에서 ‘긍정적 에너지’ 노출을 촉진하고, ‘불량한 정보’가 전파되지 않게 차단하는 의무도 부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12일, 중국 인터넷 당국인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은 해당 규정에 근거해 알고리즘을 중국 당국에 제출한 기업의 목록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CAC가 발표한 목록에는 24개 기업의 30개 앱이 포함됐습니다. 14억 중국인은 물론이고 중국에 거주하거나 잠시 머무는 외국인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앱도 목록에 있죠.

중국판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위챗’과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 중국 최대 인터넷 쇼핑몰 ‘T몰’, 중국판 배달의 민족인 ‘메이퇀’ 등 중국에서 흔히 사용되는 앱 대부분이 알고리즘을 제출했는데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바이두'와 '웨이보'는 실시간 검색어를 선정하고, 관심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제출했습니다. 'T몰'의 경우 사용자의 클릭 패턴 등 데이터를 활용해 상품을 나열하는 방식을 공개했고, '메이퇀'은 예상 배송 시간을 계산해 배달 기사를 연결해주는 알고리즘을 제출했죠.
이런 알고리즘은 광고나 수수료 수입과 직결되는데요. 그래서 대부분 국가는 IT 기업의 알고리즘을 영업 기밀로 간주하고 관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IT 기업의 영업 기밀을 손에 넣게 되면서 향후 자국 IT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개입은 더욱 쉬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정부가 민간 기업의 알고리즘을 장악하면서 ‘검열과 삭제’를 통해 수동적으로 이뤄지던 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가 콘텐츠를 능동적으로 조작하는 적극적 통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중국 정부는 ‘긍정적 콘텐츠’ 위주로 인터넷 공간을 ‘정화’하고자 하는데요. 텍스트와 사진 정보가 대부분이던 과거에는 문자 키워드 검색을 통한 검열과 삭제로 인터넷 공간을 통제했죠.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인터넷 공간이 비약적으로 커지고, 영상 콘텐츠가 급증하면서 기존의 문자 키워드 검색만으로는 인터넷 공간을 통제하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중국 정부가 알고리즘을 손에 넣으면서 이런 검열 사각지대를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는데요. 또한, 콘텐츠의 방향에 능동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되면서 인터넷 여론 통제도 강화될 예상입니다.
업계는 중국 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은 물론, 중국 IT 업계의 발전도 저해될까 우려합니다. 실제로 최근 중국 정부는 IT 기업에 애국심을 고취할 수 있는 콘텐츠를 노출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콘텐츠는 거르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올해 가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 연임을 결정지을 제20차 당 대회가 열리는데요. 이를 앞두고 중국 정부는 SNS를 통해 여론을 더욱더 강하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웨이보’는 사용자가 글을 남길 때 이들의 위치를 표시하는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최근에는 검열을 피하고자 의도적으로 오탈자를 사용하는 행위도 집중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밝혔죠.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더우인’과 ‘토우티아오’는 ‘역사 허무주의’를 단속하겠다며 당과 정부 지도자를 비방하는 내용의 콘텐츠에 대한 신고를 받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주요 IT 기업의 알고리즘을 손에 넣으면서 이들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인터넷 여론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제20차 당 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중국 정부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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