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이란?
작년 1월 국회 본의회를 통과했던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이 지난달 27일부터 시행되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중대재해법은 어떤 산업이든 관계 없이 (1)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2) 2명 이상 부상 당했을 경우 혹은 (3) 3명 이상 질병에 걸렸을 경우,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의 부실 관리가 입증되면 이들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 법안입니다.
중대재해법은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 사건이 계기가 되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었는데요. 입법취지는 기업 내 위험 관리 시스템의 부재와 안전을 경시하는 조직문화 등을 근절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원청 업체가 하청 업체 소속 근로자를 보호하도록 하는 조치이기도 했죠. 하지만 기업들의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비판도 나오는데요. 어떤 점이 논란인지, 어떤 입장들이 충돌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재계와 법조계의 중대재해법 비판
재계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중대재해법이 경영자에게 과중한 책임을 부과하고, 사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히기 어려우며, 수사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들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재계 일각에서는 산업 현장에서 각종 기계가 운영되는 만큼, 최고책임자의 안전관리 여부와 관계 없이 재해가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중대재해법을 비판하는데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최고 경영자(CEO)를 형사처벌한다면, 건설 등 위험 요소가 많은 사업의 경우 원활한 운영이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주요 기업들은 중대재해법 대응을 위해 관련 사안을 대신 책임질 안전최고책임자(CSO) 자리를 잇따라 신설하고 있죠.
법조계 일각에서는 중대재해법 사건의 경우 책임 소재를 밝히는 것이 어렵고, 수사 주체가 불분명해 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안전 책임자 처벌을 위해선 사고 원인이 책임자의 안전관리 미흡 때문임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 중대재해법 사건의 경우 고용노동부가 수사를 주관하는데요. 수사 인력들이 대부분 근로감독관 등 노동 감사 인력이기에 수사의 전문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노동계의 목소리는?
노동계에서는 그럼에도 안전 사고에 있어 경영자의 책임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한 번 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에서 사고가 반복되는 경우가 잦기에, 현장의 문제는 결국 기업 경영자의 안전 의식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죠. 또한,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경영자에게 부과하지 않는다면 결국 하청업체 대표나 현장 소장이 책임을 대신 지는 현상이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반박합니다.
노동계는 오히려 중대재해법에 보완할 지점이 많다는 입장인데요. 재계의 반발로 인해 50인 이하의 사업장에 대해서는 중대재해법 시행이 미뤄진 것을 두고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동계는 실제 노동 현실에서는 산업재해 사망자의 38%가 5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안전 보장이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중대재해법을 준비하는 기업들
중대재해법이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이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는데요. 일차적으로는 안전 관리를 맡을 담당자를, 이차적으로는 리스크를 감당할 책임자를 세우고 있습니다. KT는 안전보건총괄 대표이사를 선임했고, SK텔레콤도 별도의 관리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국내 인테리어 도급 1위 업체인 국보디자인, 한솔홈데코도 최고안전책임자(CSO) 직책을 새롭게 도입했죠.
최근 삼표산업의 대표가 경기도 양주 채석장 붕괴사고와 관련하여 중대재해법 첫 입건자로 이름을 올렸는데요. 현장 작업자가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되는 사고였죠. 고용노동부는 즉각 대표를 입건하고, 형사처벌 준비 절차에 돌입했는데요. 경영자를 처벌하기 위해선 안전 관리 부실 여부를 일단 증명해야 하고, 그것이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되었다는 인과성 입증이 필요합니다. 과연 중대재해법이 우려를 이겨내고 그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 첫 사건을 잘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 DOUN
현재 산업 현장을 점검 및 감독하고, 산업 재해를 조사할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 감독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역시 중대재해법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해결이 필요한 문제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