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며, 개발도상국의 외환 위기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채무 부담은 늘어났지만, 마땅한 해결 방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무슨 일이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현재 개도국들에 2,500억달러(약 327조원) 규모의 부실 채권이 쌓여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개도국과 신흥국의 약 30% 정도가 현재 빚더미에 앉거나 그에 가까운 상태”라고 밝히기도 했죠.
- 스리랑카는 지난 4월 대외부채 상환을 일시 유예한다고 발표했으며, 5월 18일에는 공식적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에 따라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사임했으며 지난 13일에는 몰디브로 도피했습니다.
- 파키스탄 외환보유액은 지난 2월 160억달러에서 지난 6월 100억달러 미만까지 감소했습니다. 불과 두 달 치 수입 비용을 간신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데요. 지난 6월 말, 임시방편으로 중국에서 23억달러 차관을 지급받았습니다.
- 라오스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말 라오스의 외환보유액은 13억달러 수준이었는데요. 이는 2개월 치 수입 대금을 지급할 정도밖에 안 됩니다.
채무 위기의 배경은?
개도국들은 지난 10년여간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진행하며 대외 부채를 늘려왔는데요.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달러 가치가 상승하고 코로나19로 인해 외환 마련 방안이 제한되며 채무 위기에 빠졌습니다.
- 세계은행에 따르면 1인당 국민총소득이 1,026달러에서 1만 2,475달러 사이에 있는 중소득 국가 110개국의 수출액 대비 부채 비율이 2012년 82.5%에서 2020년 122.9%로 증가했습니다. 수출액에 비해 너무 많은 빚을 졌다는 의미죠.
-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며 외채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데요.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관광객 수마저 줄어들며 외환보유액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도 대규모 인프라 투자의 배경으로 꼽힙니다. 라오스의 공공부채 145억달러 가운데 46%가 중국에 진 빚인데요.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가동된 중국-라오스 철도에 자금을 대기 위한 대출이 포함돼 있습니다.
- 스리랑카는 중국의 투자를 바탕으로 지난 2010년에 함반토타 항구를 건설했으며 중국으로부터 2억달러를 대출받아 인근에 마탈라 라자팍사 국제공항을 건설했습니다. 수도 콜롬보에서는 중국의 14억달러 규모 지원을 받아 인공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죠.
채무 위기의 해결방안은?
채무 위기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해결 방안이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모두 임시방편에 불과한 조치들이죠.
- 에콰도르, 잠비아, 레바논, 튀니지 등은 이미 IMF에 구제 요청을 하고 부채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 파키스탄은 지난 2019년 IMF로부터 3년간 6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급받기로 했는데요. 최근 20억달러 추가 지원에 대한 동의를 받아냈으며 이들의 요구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 달러 가치가 상승하며 해외 투자자들이 신흥국에 투자한 자본을 대거 회수하려는 현상이 가속화했는데요. 신흥국들은 기준금리를 10% 올리는 등 이를 방지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 유엔무역개발회의는 신흥국의 부채 상환 유예를 주요 20개국에 촉구했습니다.
개도국 채무 위기, 한국은 안전한가?
개도국이 연이어 디폴트를 선언하더라도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입니다.
- 현재 상위 20개국이 전 세계 GDP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70여 개 개도국의 비중은 2%에 불과합니다.
-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 4월 말 기준 4,477억달러였는데요. 이는 중국, 일본, 스위스 등에 이어 세계 9위 규모기에 비교적 안전한 편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 다만 중국에 빚을 많이 진 개도국들이 부도날 경우 중국의 영향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중국이 채무 조정 등을 명분으로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미국과 패권 다툼이 벌어지면 세계 경제에 긴장감을 불러올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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