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험난한 인수합병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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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험난한 인수합병 여정

ⓒ 대한항공

하나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9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조건부 승인하는 기업결합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상정한다고 밝혔습니다. 대한항공은 작년 11월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63.88%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1월이 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고를 진행했는데요. 공정거래위원회는 내년 초에 열리는 전원회의를 통해 심사결과를 최종 확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두 가지 조건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의 결합을 승인하면서 크게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양사가 기존에 보유한 운수권을 재배분하고 슬롯을 일부 반납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항공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결합하게 되면서 특정 노선이나 선호도가 높은 시간대에 대한 독점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운수권 : 다른 국가와 협의한 항공기 운항 횟수 내에서 항공기를 운항할 수 있는 권리
*슬롯 : 항공기가 공항에서 이·착륙을 하거나 이동하기 위해 배분된 시간이나 권리

통합 항공사의 운수권 재배분은 한국과 항공 자유화 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중국과 유럽 등 항공 비자유화 노선에만 적용될 예정입니다. 항공 비자유화 노선에 취항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부여한 운수권이 반드시 필요한데요. 공정거래위원회는 신규 항공사가 항공 비자유화 노선의 운수권을 얻지 못하는 경우에 한해, 통합 항공사의 운수권을 신규 항공사에 재배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불필요하게 운수권을 재배분하지는 않겠다는 것이죠.
*항공 자유화 협정 : 항공사가 특정 국가의 영공을 자유롭게 통행하며, 운수권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

나아가 슬롯 회수에 대해서는 양사가 결합하면서 발생하는 점유율의 증가분을 해소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공정위는 양사가 합쳐지며 여객 점유율이 50%가 넘는 운행 스케줄에 대한 슬롯만 반납할 것을 제안했죠. 공정위는 운수권과 슬롯에 대한 조치가 최종 결정되기 전까지는 항공 운임을 올리지 못하게 하고, 서비스 축소를 금지하는 등의 조치만 우선적으로 부과할 것으로 보입니다.


절망에 빠진 대한항공, 웃음 가득한 LLC

국내 항공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제한 조치로 인해 통합 항공사의 경쟁력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항공사의 운수권과 슬롯이 줄어들게 되면 자연스럽게 운행 가능한 항공편의 수가 줄어듭니다. 전문가들은 사업 축소가 고용 감소로 이어질 위험성을 지적했습니다. 대한항공 측은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 밝혔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로 인해 통합 항공사의 사업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구조조정의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반면 일각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구조적 조치가 시행될 경우에는 저비용항공사들의 사업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통합 항공사로부터 회수된 운수권은 현행법에 따라 모두 국내 항공사에 재배분될 예정인데요. 전문가들은 저비용항공사들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던 노선들을 배분받게 되면서 사업 저변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나아가 운수권이 재배분되면 항공사별 가격 경쟁이 발생해 운임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는데요.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운수권이나 슬롯을 실질적으로 넘겨받을 항공사가 마땅히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은 현재 중소형 기종만 보유하고 있어 통합 항공사가 반납할 장거리 노선을 운행하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되면 남는 슬롯은 외국항공사들이 가져갈 가능성이 높아, 실제로 통합 항공사에 대한 구조적 조치가 이행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 JUNE
공정거래위원회가 두 항공사의 결합을 잠정 승인하면서 대한항공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미국을 비롯한 7개 경쟁 당국의 심사를 앞둔 대한항공의 여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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