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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강원도 춘천에 개장한 테마파크 레고랜드는 강원도의 지원으로 세워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강원도가 설립한 레고랜드의 사업주체인 중도개발공사(GJC)가 대출금을 상환하기 어렵다고 발표했는데요. GJC의 지급 보증을 선 강원도가 GJC에 대한 회생을 신청하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 이게 왜 중요한데?
레고랜드 사태의 문제는 GJC의 빚을 갚는 데 세금이 쓰인다는 것뿐만이 아닌데요. 지방자치단체가 보증을 선 채권이 부도나면서 국내 금융시장 전반에 불안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 이젠 지자체도 못 믿겠어 : 지자체 보증 사업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했습니다. 지자체의 파산 가능성은 극히 낮은 만큼, 그동안 금융기관들은 지자체 보증을 믿고 대출을 승인해줬는데요. 이번 사태로 금융계가 느끼는 혼란도 작지 않습니다.
- 악재에 또 악재 : 안 그래도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가 맞물리며 분위기가 좋지 않은 회사채 시장에도 큰 충격이 예상되는데요. 이번 사태의 중심이 된 자산유동화어음(ABCP) 시장이 사실상 동결되며 기업의 자금 확보가 더욱 힘들어졌죠.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은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인데요. 지급보증보다 확실한 어음 형태여서 채권 위험이 더 낮고, 단기상품이기 때문에 안정성과 유동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죠.
- 채권 시장 경색 : 이러한 연쇄 작용 때문에 채권 발행 물량 자체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입니다. 레고랜드 사태의 여파가 채권, 부동산 PF 등 자금 시장 전반으로 번질까 걱정이죠. 실제로 레고랜드 사태 이후 국내 회사채 발행 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로 채권 시장에 불안감이 커지면서 기업은 같은 돈을 빌리려 해도 이전보다 더 많은 이자를 줘야 하죠.
- 나비 효과는 계속된다 : 정부에서도 상황을 주시 중인데요.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지난 몇 년간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 영업을 적극적으로 한 증권사의 피해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기 때문이죠. 부동산 PF는 대출자의 신용도나 담보와 관계없이 프로젝트 자체를 담보로 잡아 프로젝트에서 미래에 발생하는 이익을 상환재원으로 하는 자금조달 기법입니다.
📰 레고랜드 사태
레고랜드는 강원도가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유치를 밀어붙인 테마파크인데요. 하지만 여러 이유로 개장이 연기되며 사업주체인 GJC의 재무 상황은 급격히 악화됐고, 결국에는 파산 위기에 이르렀죠.
- 레고랜드는? : 레고랜드는 외국계 테마파크 프랜차이즈인데요. 영국, 독일, 미국, 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운영 중입니다.
- 강원도의 레고랜드 사랑 : 강원도는 2010년부터 레고랜드 설립을 추진했습니다. 유적지 훼손, 불공정 계약 등 여러 논란이 있었음에도 강원도는 레고랜드 사업을 강하게 밀어붙였는데요. 관광 자원 개발이라는 목적으로 테마파크 부지를 100년간 무상 임대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 대출금 2천억?! : 강원도가 설립한 레고랜드 사업주체인 GJC는 건설 자금 조달을 위해 '아이원제일차'라는 회사를 설립했는데요. 대출금 2,050억 원을 기초자산으로 ABCP를 발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섰죠.
- 빚 갚기, 실패 : 그런데 코로나19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개장이 여러 차례 밀리며 수익 실현 시기가 지연되자 GJC의 재무 건전성은 점점 나빠졌는데요. 결국 GJC가 만기일이었던 지난달 29일까지 빚 상환에 실패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지급을 보증했던 강원도도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고요. 결국 이 ABCP는 이달 4일 최종 부도 처리됐죠.
🕙 현재 진행 상황
강원도는 이달 말 GJC에 대해 기업회생을 신청하기로 했는데요. 보증채무 회피를 위해서가 아니며, 회생 신청과는 별개로 투자자들의 이익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말 투자자들이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 갚을 수 있을...까? : 문제는 실현 가능성인데요. 강원도는 GJC의 자산을 잘 매각하면 대출금을 갚을 수 있다고 하지만, 회생이 승인되도 절차가 장기화될 것이 뻔해 대출 상환 지연은 불가피합니다.
- 시나리오 1 : 회생이 승인되면 모든 채무 상환이 동결됩니다. 그러면 강원도는 보증 책임을 유예받죠. 문제는 회생 결과 자체도 빨라야 내년 4월에 나올 전망이란 것인데요. 이렇게 되면 대출금 상환은 더욱 늦어지게 됩니다.
- 시나리오 2 : 회생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데요. 강원도는 이를 대비한 플랜B도 있다고 설명했으나, 자세한 설명이 없어 여론은 매우 좋지 않습니다.
- 결국 손실은 투자자 몫 : GJC가 발행한 채권은 여러 금융기관에 매각돼 다시 법인 투자자들에 판매됐는데요. 이번 사태가 고스란히 고객들의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 졸라도 어쩔 수 없어 : 정치권에서는 강원도에 GJC 정상화를 위한 방법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국내 최초의 프랜차이즈 테마파크로 주목받았지만, 각종 논란을 무릅쓰고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레고랜드에 또 다른 대형 폭탄이 터졌습니다. 이번 사태가 금융 시장 전반에 충격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강원도의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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