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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Z세대의 메타버스 이용법, <메타사피엔스>
2021년, "메타버스"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어버렸습니다. 페이스북은 회사명을 "메타"로 바꾸며 메타버스 산업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으며, 구글과 마이크로스프트 등 유수의 IT 기업들도 메타버스 구축에 나섰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네이버, 한컴, 컴투스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많은 기업들이 메타버스 산업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메타버스'라는 개념을 어려워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메타버스에 대해 아직 감이 오지 않는 분들을 위해, 메타버스가 유행이 되기 전부터 메타버스에서 활동해온 '찐' Z세대 분들을 모셨습니다.
오늘 <인터뷰 한 입>에서는 신간 <메타사피엔스>의 저자, 송민우 님(22)과 안준식 님(21) 두 분께서 여러분에게 미디어에서 비춰지는 메타버스가 아니라 진짜 메타버스에 대해 소개해주신다고 하는데요.
두 분이 설명해주시는 '진짜 메타버스'는 어떤 모습일지, 지금 시작합니다!
작가님들, 안녕하세요! 우선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송민우(이하 '송') : 안녕하세요, <메타사피엔스>를 쓴 송민우입니다. 저는 현재 카이스트에서 전산학을 전공하고 있는데요. 가상 현실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VRChat 커뮤니티 신문 <월간 인바이트>를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안준식(이하 '안') : 안녕하세요, <메타사피엔스> 저자 안준식이라고 합니다. 저는 강원대에 재학 중이며, VR(Virtual Reality)과 XR(Extended Reality)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민우님과 함께 <월간 인바이트>를 운영하고 있어요.
우선, 이번에 집필하신 <메타사피엔스>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안 : <메타사피엔스>는 미디어에 비춰지는 메타버스가 아니라, 그 전부터 만들어져오던 진짜 메타버스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에요. 지금처럼 메타버스가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전부터 몇몇 사람들은 "VR챗"이라는 플랫폼으로 만든 가상 공간에서 생활해 왔거든요. 이들이 살고 있는 진짜 메타버스의 모습을 많은 분들께 알리고자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송 : 그래서 <메타사피엔스>를 읽어보시면 진정한 메타버스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화와, 그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 느낄 수 있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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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챗이 만드는 가상 공간
<메타사피엔스>에서는 VR챗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오던데, VR챗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송 : 쉽게 설명드리자면 VR챗은 일반 사용자들이 직접 자신만의 가상 공간을 만들 수 있는 툴, 프로그램이에요. 정말정말 쉽게 비유하자면 Zoom에서 우리가 회의실을 만들 듯, 가상 공간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이 VR챗이죠. VR챗에서 누군가가 자신만의 가상 공간을 만들어두면, 다른 사람들은 만들어진 가상 공간들을 보고, 선택해서 해당 공간에 들어갈 수 있어요. VR챗은 이렇게 누군가는 도시를 건설하고, 누군가는 광활한 자연경관을 만들고, 서로가 만들어둔 공간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합니다.
안 : 조금 더 첨언하자면, 모바일 환경을 제외하고 스팀(PC 게임 플랫폼)*이 구동되는 어떤 환경에서든 VR챗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VR기기가 없더라도 일반 PC에서도 충분히 VR챗 세상을 탐험할 수 있는 거죠.
VR챗이 만들어가는 가상현실의 문화가 어떤지 궁금한데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진짜 가상현실의 문화"가 있다면?
송 : 작년 말 한국 메타버스 역사에 남을만한 큰 사건이 있었는데요. 우왁굳이라는 유튜버가 왁타버스라는 이름의 메타버스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왁타버스에서 "이세계 아이돌"이라는 버추얼 아이돌을 만들었는데요. 이 버추얼 아이돌의 데뷔곡이 벅스 음원차트에서 실시간 차트 1위를 기록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안 : 이 사건이 왜 역사적이냐면, VR챗은 특정 기업이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유저들이 만들어나가는 플랫폼이에요. 따라서 왁타버스나 이세계 아이돌에 대해 대대적인 홍보가 없었는데요. 그럼에도 가상 현실의 문화가 대중적으로 확산되어 음원차트 1위를 기록한 거죠. 가상 현실을 만드는 유저로부터 만들어지는 문화가 점점 확산되는 계기가 되는 사건이에요.
VR챗에서 활동하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일종의 괴리감(?)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나요?
안 : VR챗 속의 가상 현실에서 수십 시간을 보내고 현실로 돌아오면 현실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이건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직접 느껴보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일주일 내내 24시간 동안 가상 현실에 접속해서 생활한 이야기를 기록한 다큐멘터리가 한 편 있는데, 꼭 한번 보셨으면 해요.
Z세대가 바라보는 "진짜" 메타버스
진정한 메타버스가 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요?
송 : 진정한 메타버스가 등장하려면 월드와이드웹(WWW)의 HTTP 프로토콜처럼 모든 플랫폼을 넘어서는 탈중앙화된 기술이 나와야 합니다. 우리가 인터넷에서 자주 사용하는 크롬이나 네이버 같은 플랫폼이 있긴 하지만, 인터넷은 그 어떤 기업의 소유도 아니잖아요. 마찬가지로 메타버스 자체는 모두에게 열려있는 방식,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제공되어야 합니다. 그 위에서 여러 플랫폼들이 활동하는 모양새죠.
하지만 지금 당장은 각 기업들이 각자의 메타버스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 메타버스 플랫폼은 서로 독립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소통할 수 없죠. 그래서 "진짜 메타버스"가 나오려면 인터넷과 같이 모두에게 열려있는 메타버스 기술이 등장해야 합니다.
안 : 윤리적으로도 탈중앙화된 메타버스 기술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메타버스는 가상 "현실"이에요. 누군가의 삶과 인생이 담겨 있는 공간인데요. 이를 몇몇 소수의 사람들, 소수의 기업이 소유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메타버스가 더욱 대중화된 미래에는 어떤 콘텐츠가 가장 먼저 유행이 될까요?
안 : 단기적으로는 VR 공간 속에서 활동하는 버츄얼 스트리머가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 같아요. 사실 지난 1년간 버츄얼 스트리머 업계는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이뤄왔습니다. 유튜브에서 슈퍼챗 기능으로 가장 후원을 많이 받은 상위 10명의 유튜버 중 9명이 버츄얼 스트리머입니다.
송 : 누군가 상상하는 가상 세계나 아바타 등을 대신 만들어주는 디자인 에이전시나 프리랜서 개발자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VR챗을 중심으로 가상 세계를 만드는 제작자 비즈니스 그룹들도 향후 안정적으로 발달하지 않을까 해요.
현실을 그대로 담는 메타버스 vs 현실을 넘어서는 메타버스 중 어떤 메타버스가 주류가 될까요?
송 : 현실을 넘어서는 메타버스의 가치가 조금 더 클 것 같아요. 우리의 기술과 노력으로 만들어가는 가상의 우주가 단지 우리가 이미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복제할 뿐이라면, 겉보기에는 신기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비효율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가상 현실에서는 현실을 넘어서는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상상을 넘어서는 세계를 창조하고 경험할 수 있는데 이미 존재하는 현실을 복제하는 것은 불필요하죠. 앞으로의 메타버스는 현실을 넘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메타버스에서의 경제 생태계는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질까요?
안 : VR챗에서는 가상 현실의 오브젝트를 게임에서처럼 현금으로 거래하는 일은 없습니다. 오브젝트 자체보다는 "데이터"와 "라이선스"를 거래해요. 데이터와 라이선스만 있다면 오브젝트는 가상 현실에 얼마든 다시 복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상의 자산에 대해서는 현금 가치를 평가하지도 않아요. 데이터와 라이선스에 대해 그것을 생산하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역량과 작업 시간을 기준으로 가치를 산정하죠. 정리하자면 가상 현실에서의 아바타 같은 오브젝트 자체를 거래하진 않고, 그것을 구성하는 데이터와 라이선스에 대해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에게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입니다. 가상 현실이 구축되는 초기 메타버스에서는 아마 이렇게 데이터와 라이선스에서 경제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 같아요.
VR챗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지금까지 <메타사피엔스>의 저자 송민우, 안준식 님과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아직 진짜 메타버스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다면 <메타사피엔스>를 읽어보시길 강추드립니다!
아, 그리고 송민우 작가님은 1월 18일(화) 20~22시에 VR챗에서 출간기념회를 진행하신다고 해요!
메타버스에서 "진짜 메타버스"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