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한국낙농육우협회(낙농협회)를 중심으로 정부의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반대하던 낙농업계가 최근 정부 방침에 합의하면서 제도 개편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습니다.
원유 가격 상승, 지금 어떤 상황이야?
현재 원유 가격은 생산비 연동제로 결정됩니다. 생산비 연동제는 수요와 관계없이 낙농업계의 생산비에 따라서 결정되는 방식인데요. 시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죠.
- 올해 원유 가격은 2020년 이월된 생산단가 인상분 1L당 18원에 더해 올해 상승한 생산단가 34원까지 합쳐 52원(±10% 수준) 정도가 예상치입니다.
- 작년(21원, 2.3%) 대비 두 배 이상의 인상 폭이라 시중 우윳값이 급등할까 우려되는데요.
- 낙농업계의 생산비만 고려하는 가격 결정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역시 이러한 배경 속에서 등장한 것이죠.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왜 등장했어?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멸균 처리돼 바로 마시는 음용유와 치즈, 버터 등 유제품에 쓰이는 가공유를 분류해 가격을 달리 매기는 방식입니다.
- 올해 초 낙농업계는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되면 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했죠.
- 그러나,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우윳값이 계속 오른 탓에 국내 원유 경쟁력이 약화한 상황인데요.
- 소비자들은 가격이 낮은 해외 멸균우유 등의 제품으로 눈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버터, 치즈 등의 가공품에 들어가는 원유로 해외 제품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아졌죠. 우유 자급률은 2012년 62.8%에서 2021년 45.7%로 대폭 하락했죠.
일단 차등가격제는 도입합시다!
집회까지 이어갈 정도로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반대하던 낙농업계도 결국 최근 찬성 쪽으로 의견을 돌려 정부와 합의했습니다.
- 지난달 16일 서울우유는 낙농가에 월 30억 원(연간 360억 원) 규모의 목장경영 안정자금을 지원하겠다 발표했습니다. 실질적으로 낙농가에 1L당 58원을 인상해준 것과 같은 효과죠.
- 당초 차등가격제 도입으로 원윳값을 낮추려던 정부의 의도와 달리 서울우유가 자체적으로 인상을 결정해버린 것인데요.
- 이에 정부는 지난달 18일 "서울우유가 제도 개편에 앞서 원유가격을 자율적으로 결정했다"라며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돼도 서울우유에 의무적으로 적용하지는 않을 예정"이라 설명했습니다.
- 대신 정부는 제도를 조속히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는데요. 용도별 차등가격제에 동참하는 낙농가에게 정부 재정 지원이 집중될 것이라는 내용도 덧붙였죠.
- 이에 낙농업계에선 차등가격제를 따르지 않거나, 서울우유처럼 유가공 업체가 원유가격을 자체적으로 결정할 경우 정부의 지원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결국 지난 2일 낙농가는 차등가격제에 합의했고, 16일 낙농진흥회는 만장일치로 개편안을 의결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인상은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원유 용도별 가격차등제는 일러도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예정입니다. 올해 원유 가격 책정 방식은 불가피하게 그대로죠. 원유 가격 상승은 소비자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데요.
- 원유가격이 상승하면 우유나 버터, 치즈를 재료로 하는 빵, 커피,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이 발생합니다.
- 지난해 원유가격이 21원(2.3%) 상승했을 때 서울우유가 흰 우유 1ℓ의 제품 가격을 200원가량 올렸는데요. 올해는 작년 대비 원유 가격이 2배 이상 가격이 인상될 전망입니다. 시중 우유 가격이 500원 안팎까지 급등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조성됐죠.
- 특히 최근, 라면값 인상 등 다양한 소비재의 가격이 인상돼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체감률이 높은 상태입니다. 우유 가격 역시 다른 여러 제품의 가격 인상에 영향을 주는 만큼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죠.
앞으로의 일정과 전망은?
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무사히 시행될 수 있도록 세부 실행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자 합니다.
- 오는 20일 낙농업계·유업체가 참여하는 소위원회의 첫 회의가 열릴 예정입니다.
-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시행된다면 우유 자급률을 조금이나마 끌어올릴 수 있을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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