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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간 지속돼 온 정부와 낙농업계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아 이러다 ‘우유 대란’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까지 나돌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야?
문제는 원유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입니다. 원유는 다른 상품과 달리 생산량과 가격이 시장의 수요·공급 법칙을 따르지 않고 특정한 방식으로 결정되고 있는데요.
- 원유 가격은 2013년 이래 ‘생산비 연동제’로 결정됐습니다.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용의 증감에 따라 농가가 납품하는 원유의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이죠.
- 정부는 지난해부터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습니다. 차등가격제는 멸균 처리돼 바로 마시는 음용유와 치즈, 버터 등 유제품에 쓰이는 가공유를 분류해 가격을 달리 매기는 방식입니다.
- 현재 리터당 1,094원에 거래되는 원유 중 음용유의 가격은 유지하고 가공유는 리터당 800원 수준으로 인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정부: "이러다 정말 큰일 난다니까?!"
정부는 한국 낙농업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차등가격제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합니다. 가공유의 가격을 낮추지 않는다면 국내 낙농업계 전반이 살아남기 어렵다는데요.
- 2020년 기준 한국의 원유 가격은 리터당 1,083원입니다. 미국의 491원, 유럽의 470원에 비해 월등히 높은 가격인데요.
- 유가공업체로선 저렴한 수입 가공유를 선호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국산 원유의 자급률이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2001년엔 77.3%였던 자급률이 2020년 45.7%까지 떨어졌습니다.
- 정부는 FTA 발효로 2026년부터 미국산, 유럽산 유제품의 관세가 완전 철폐됨에 따라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며 시급히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낙농가: "이미 굶어 죽을 것 같다고..."
낙농가는 차등가격제를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 낙농가는 차등가격제가 도입되면 농가 소득이 감소할 것이라 주장합니다. 정부가 제시한 음용유 쿼터가 현행 원유 생산량의 85.5%에 지나지 않고 가공유로 납품될 물량의 가격은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설명입니다.
- 낙농가는 소득 감소를 감당하기엔 이미 경영난이 심각하다고 호소합니다. 한국낙농육우협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농가당 평균 부채가 39.5% 늘었고, 농가 228호가 폐업했다고 하는데요.
- 낙농육우협회는 차등가격제 도입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국회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진행하고 지난 11일부턴 전국을 순회하는 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거야?
정부와 낙농가의 입장차가 봉합되지 않을 경우 결국 피해가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 원유 가격은 매해 8월 1일 ‘원유 기본 가격 조정일’을 기점으로 바뀌는데요. 조정일을 나흘 남긴 지금까지 협의가 멈춰 있습니다.
- 양측의 태도가 꽤 강경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0일 긴급 대책회의에서 차등가격제 도입에 확고한 의지를 밝혔고 한국낙농육우협회는 지난 25일 집회에서 차등가격제 도입 시 원유 납품 거부까지 불사하겠다 경고했습니다.
- 갈등이 격화돼 원유 공급이 불안정해지면 우유뿐 아니라 유제품과 유제품을 사용하는 커피, 제과제빵, 아이스크림 가격까지 함께 인상될 수도 있습니다. 일각에선 '밀크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원유 공급이 중단됐던 2011년을 떠오르게 한다는 말인데요.
- 정부가 음용유 쿼터 증대, 사료 관세 면제 등 타협안을 제시하고 있는 만큼 물밑 협의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몰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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