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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플래시 시장, 미국과 일본의 공격
낸드플래시(NAND Flash)란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반도체의 일종입니다. 전원이 꺼져도 저장된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는 비휘발성 메모리반도체인데요. 한국은 글로벌 낸드 시장의 가장 중요한 공급자입니다. 삼성전자가 2021년 4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NAND 시장에서 33.1%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고, SK하이닉스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의 단독 시장점유율은 14.1%로 4위에 불과하지만, SK하이닉스가 작년 말 인수한 솔리다임의 점유율까지 더하면 19.5%로 글로벌 2위에 해당하는 것이죠.
그러나 최근 삼성과 SK가 독식하던 낸드 시장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업체들이 낸드플래시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기 때문인데요. 미국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Micron)은 최근 올해 말 232단 3D 낸드 양산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글로벌 낸드 시장 5위인 마이크론은 이미 지난해 삼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치고 176단 낸드 양산을 시작한 전적이 있습니다. 작년에 이어 연속으로 신제품 양산 시기가 한 발 밀린다면, 한국의 반도체 ‘기술 리더십’이 퇴색될 수 있죠.
또한 일본 반도체 업체 키옥시아(Kioxia)는 일본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생산 역량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는데요. 키옥시아는 내년 봄 완공을 목표로 일본 이와테현에 1조엔(한화 약 10조원) 규모의 새로운 낸드 제조 공장을 건설할 계획입니다. 심지어는 지난 4월 완공된 일본 미에현 신공장이 가동을 앞두고 있습니다. 키옥시아의 작년 낸드 시장 점유율은 19.2%로, 솔리다임을 인수한 SK하이닉스와 비슷한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신공장의 생산 역량까지 향상된다면, SK하이닉스의 지위를 충분히 위협할 수 있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아직 문제 없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경쟁자들의 도전에도 의연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낸드플래시의 적층 단수*를 늘리는 것이 매우 중요한 기술력 중 하나이지만, 단순히 많이 쌓아올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입장인데요. 같은 단 수라도 어떻게 쌓느냐에 따라 생산효율이나 원가 경쟁력에 큰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작년 말 마이크론 뒤를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양산에 돌입한 176단 낸드의 수율을 개선하고 비중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는 동시에, 238단 낸드 연구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밝혔습니다.
*낸드플래시의 저장용량을 늘리기 위해 낸드플래시 제조업체들은 반도체 셀을 수직으로 쌓아올리는 적층 기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높이 쌓을 수록 저장용량이 높아지기에 고성능 낸드플래시가 되죠.
특히나 삼성전자는 주력 제품의 적층 단수는 소비자 수요와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한 내부 전략일 뿐, 절대 기술력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는데요. 전 세계 유일하게 싱글 스택 기술로 128단 낸드를 생산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고려하면, 더블 스택으로는 이미 256단 낸드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컨센서스입니다. 더 나아가 삼성전자는 내년 초 평택3공장의 가동을 시작하여 낸드플래시 생산 능력이 월 1만장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죠.
그러나, 하반기에는 공급 과잉?
사실 낸드플래시 시장의 우려 사항은 경쟁자만이 아닙니다. 하반기부터 낸드 가격의 하락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2021년 4분기 0.05 달러에 불과했던 낸드 가격은 올해 0.11 달러까지 두 배 이상 올랐습니다. 이는 2월 키옥시아 낸드플레시 생산 공정 중 투입된 특정 원료가 오염되어 낸드가 정상적으로 공급되지 않았던 탓이죠. 또한,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공장이 위치한 시안이 봉쇄된 것도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그런데 최근 예상과 달리 낸드 수요 둔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많은 국가에서 오프라인 활동이 다시 정상화되며 전자기기 수요가 감소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경제가 큰 타격을 입어 소비 심리가 위축되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반도체 수요의 큰 손인 중국의 주요 도시들이 연달아 봉쇄되었는데요. 이에 가전제품과 PC 시장은 이미 반도체 부족 문제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중국의 비중이 큰 모바일 기기 시장은 역시 눈에 띄는 수요 둔화 추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4월부터 수요가 둔화됨에 따라 낸드 가격 상승세 역시 한풀 꺽이는 모습이 관측되었는데요. 그 결과 공격적인 가격 상승이 예상되었던 올해 2분기의 낸드 단가는 한 자릿수 중반 대 정도의 상승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또한 올해 하반기에는 전방 시장* 수요 약세가 예상되는 반면, 공급업체들은 생산량을 그래도 유지하거나 오히려 증가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전방 시장이란 전체 산업의 흐름에서 소비자와 가까운 쪽에 위치한 산업을 뜻합니다. 소비자들이 실제로 구매하는 스마트폰, 자동차, 노트북 등이 전방 시장에 해당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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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RIN
한국은 오랫동안 낸드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그러나 경쟁기업들이 빠르게 기술력을 높이고,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고 있는데요. 심지어는 낸드 가격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낸드플래시 시장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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