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원유 감산을 결정했습니다. 3개월째 떨어지고 있는 국제 유가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함인데요. 바이든 정부가 대응을 위해 미국산 원유 수출 금지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글로벌 충격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OPEC+, 원유 감산 결정
OPEC+가 원유 생산량을 하루 200만 배럴씩 줄이기로 했습니다. 세계 원유 하루 공급량의 2% 정도인데요. 지난 3개월 내내 하락세를 이어오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3일 연속 상승하며, 감산 3일 전에 비해 10.4% 오른 87.76달러를 기록했습니다.
- OPEC+는 지난 5일 일일 원유 생산량 감축에 합의했습니다.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까지 포함하는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데요. 이번 감산은 코로나 사태 초기인 2020년 5~6월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6월 초 배럴당 122달러까지 올랐지만, 강달러 현상과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9월 말에는 배럴당 79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 그러나 이번 감산 결정으로 지난 7월 이후 3개월째 하락세를 이어오던 국제 유가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큽니다.
왜 감산한 거야?
감산 이유로는 3개월째 이어진 유가 하락이 꼽힙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국제 유가가 하락하자, 원유 가격을 높이려 생산량을 줄인 것이죠. 러시아와 서방 간 갈등 역시 영향을 미쳤는데요. 원유 가격을 올려 서방의 러시아 원유 가격상한제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도 엿볼 수 있죠.
- OPEC+ 회원국은 국제 유가가 크게 변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감산했다고 밝혔는데요.
- 하지만, 원유 가격을 상승시키려는 이유가 단순히 산유국의 수익성 문제 때문만은 아닙니다. 서방의 대러 제재 정책 중 하나인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 역시 주요 키워드죠.
- 지난 9월 G7 재무장관은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은 특정 가격 이하로 구매해야만 해상 운송이 가능해지는데요. 지난 5일 EU도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에 합의했습니다.
- 그러나 유가가 상승하면 러시아 원유 가격을 제한하기 어려워집니다. 또한 중국과 인도 등 아직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에 동참하지 않은 다른 국가들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늘릴 가능성 역시 높죠.
- 러시아가 OPEC+ 회원국인만큼 그 입김이 이번 감산 결정에도 반영됐을 거란 추측이 나옵니다.
미국의 강경 대응?
OPEC+의 감산 결정에 대해, 바이든 정부는 미국 원유 수출을 금지하는 극약 처방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더욱 강경한 대응을 취하려 한다고 보는 시선도 있죠.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완화해 석유 생산을 늘리는 방안 역시도 검토 중입니다.
- 지난 5일 백악관은 미 에너지부에 원유 수출 금지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했습니다. 미 에너지부는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수단과 이로 인한 경제적 파장을 점검하고 있는데요. 원유 수출 금지는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강경한 대응 중 하나입니다.
- 바이든 정부가 이런 극약 처방까지 꺼내 든 이유는 오는 11월 8일 예정된 중간 선거 때문입니다. 유가가 다시 오르면 다수당 지위가 공화당에 넘어가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는데요. 이를 막기 위해 사활을 걸 수도 있다는 것이죠.
- 또한 베네수엘라에 가했던 제재를 완화해 석유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과거 트럼프 정부는 2018년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의 공정성을 문제 삼아 경제 제재를 부과했는데요. 제재가 완화된다면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 물량이 일일 45만 배럴에서 두 배 수준까지 상승하리라 기대됩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대규모 감산의 충격이 유가 상승을 넘어 경기 침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의 원유 수출 금지 조치 역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는데요. 하지만, 이번 감산 결정의 영향력이 예상보다 작을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 OPEC+의 대규모 감산은 유가를 넘어 경기에도 치명적입니다. 감산으로 유가가 오르면 각국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다시 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는데요. 연쇄 작용으로 결국 글로벌 경기가 침체할 확률도 높아지죠.
- 미국이 정말 원유 수출을 금지한다고 해도 문제입니다. 엄청난 부작용이 예상되는데요.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유가가 일시적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소비가 위축될 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들이 최악의 에너지난에 빠질 수 있죠.
- 그러나 실제 감산량이 예상보다 적어 영향력이 작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일부 OPEC+ 회원국들이 이미 기존 할당량보다 적게 원유를 생산하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지난 9월 OPEC+의 실제 하루 생산량은 목표 생산량보다 약 348만 배럴 적었습니다.
OPEC+의 감산으로 7월부터 떨어지던 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는 지금 유가마저 오르면 정말로 경기 침체가 찾아올 확률이 높아지는데요. 미국이 강경 대응을 예고한 지금, 유가와 경기 문제가 과연 해결되긴 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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