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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펠로시 하원의장이 아시아 순방 중 지난 2일부터 이틀간 대만을 방문했습니다. 중국이 격렬하게 항의하고 미국도 응수하는 과정에서 갈등의 불씨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요.
미국 권력 서열 3위의 방문
미국의 최고위급 인사가 대만을 방문하는 것은 1997년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25년 만입니다.
-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는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로 간주하고 통일 의지를 굳게 드러내고 있는데요. 다른 나라와 해외 기업이 대만과 맺는 관계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만큼 예민하게 반응하는 문제죠.
-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방문이 “대만 독립·분열 활동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과격한 어조로 비난했습니다.
- 백악관은 “이번 방문이 중국의 주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라는 입장입니다. ‘하나의 중국’ 원칙에도 어긋남이 없다고 밝혔는데요.
- 대만에 도착한 펠로시 의장은 미국의 확고한 대만 지지를 약속하고 중국을 비판하는 선명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습니다. 티베트, 홍콩 등 중국의 역린에 해당하는 문제까지 거론해 중국의 심기를 더욱 자극하고 있죠.
고조되는 군사적 긴장
펠로시 의장의 방문을 두고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대치가 위협적인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방문한다는 소식이 알려지고 중국은 무력 사용까지 암시하며 방문을 저지하려 했습니다. 지난달 28일 양국 정상의 통화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은 “불장난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라는 거친 경고까지 입에 올렸다는데요.
- 실제 펠로시 의장의 전용기가 대만에 가까워지자 중국의 군용기가 대만 방공식별구역으로 발진해 무력 시위를 벌였습니다. 오키나와 주둔 미군 기지에서도 전투기가 이륙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도 있었죠.
- 펠로시 의장이 도착하고 중국은 항의의 뜻으로 4일부터 사흘간 실탄 사격을 포함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진행하겠다 발표한 상황입니다.
- 현재 중국이 대만과 근접한 푸젠성에 군사력을 집결시키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도 대만해역 인근에 전함을 배치한 상태라 긴장이 배가되고 있는데요.
맥락과 전망
1995년 대만 리덩후이 총통의 방미, 1997년 미국 깅그리치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때도 비슷한 갈등이 있었습니다. 1995년에는 미사일 발사와 전함 배치 등 군사적 대치까지 이어지기도 했는데요.
- 이번 갈등은 특히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 미국 상원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만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할 만큼 미국 의회의 대중국 입장은 강경합니다.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방문을 무던하게 넘기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 시진핑 주석은 본인의 연임을 결정하는 당대회를 앞두고 있기도 한데요. 대만 통일을 확고히 주장해온 시진핑 주석으로선 온건하게 대응하기 힘든 상황이죠.
-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 역시 오는 11월의 중간선거를 의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외교에서 전임자에 비해 유약한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 여론이 바이든의 선택지를 좁히고 있습니다.
경제적 여파
대만을 사이에 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군사적 대치를 넘어 경제 분야로 번지고 있습니다.
- 중국은 대만에 수출입 중단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이번 갈등을 이유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시점상 보복의 성격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 품목으론 감귤류 과일과 해산물 일부, 대만 식품회사 제품의 수입이 중단됐고 중국산 천연모래 수출이 금지됐습니다. 대만으로선 중국이 최대 교역국인 이상 가볍지 않은 타격이 예상됩니다.
- 펠로시 의장은 이번 방문 중에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류더인 회장을 만납니다. 미국 내 반도체 공장 확대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 TSMC가 미국이 구상하는 ‘칩4 동맹’의 핵심으로 꼽히는 업체인 만큼 이번 만남이 미국과 대만의 경제적 공조를 논하는 성격을 띨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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