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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하 SKT)이 10일 이사회를 열고 기업분할과 주식 액면분할을 결정했습니다. SKT는 기존 통신회사는 그대로 사명을 "SKT"로 가져가고, 가칭 "SKT신설투자"라는 비통신 분야의 신설 투자회사를 설립하게 되는데요. SKT는 두 회사를 6:4 비율로 인적분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SKT의 인적분할은 오는 11월로 예정되었습니다.
SKT, 어떻게 나뉘나
기존 SKT는 통신 영역 사업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5G, 인공지능, 디지털 인프라, 메타버스, 데이터 센터, 클라우드 등 통신 영역에서 이미 영위하고 있던 사업을 계속 발전시켜나가게 되는데요. 기존 SKT의 자회사로는 SK브로드밴드, SK텔링크 등 통신 분야의 자회사들이 그대로 남아있게 됩니다.
새롭게 신설되는 가칭 SKT신설투자는 비통신 분야의 자회사들을 보유하게 됩니다. SKT신설투자의 자회사에는 SK하이닉스, 11번가, ADT캡스, T맵, 원스토어, 콘텐츠웨이브 등의 회사들이 포함됩니다. 반도체와 ICT 분야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SKT신설투자는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을 적극적으로 M&A하고, 나머지 자회사들의 IPO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액면분할도 한다고?
SKT는 기업분할과 동시에 주식을 5:1 비율로 액면분할한다는 소식도 발표했습니다. SKT가 액면분할을 하게 되면 현재 시중에 발행되어있는 주식 수는 5배 증가하고, 주당 가격은 1/5로 낮아지게 됩니다. 주당 가격이 저렴해지기 때문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소액주주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SKT는 액면분할에 대해 "접근성을 높여 더 많은 주주를 확보하고, SKT 산하 여러 서비스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여러 기업들의 액면분할 사례를 보면 대부분이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에 SKT 역시 액면분할을 통해 시가총액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SKT는 왜 분할할까
SKT가 기업분할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 가치 증대일 것으로 추측됩니다. 기업분할을 통해 통신vs비통신으로 사업 분야를 정리하고, 자금을 적절히 운용하고 투자하며 각 사업을 더욱 빠르게 성장시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특히 SKT신설투자의 자회사들을 중심으로 M&A와 IPO를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고, 액면분할로 시가총액도 높이고자 하는 전략입니다.
한편으로는 SKT의 기업분할에 SK하이닉스가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 -> "SK텔레콤" -> "SK하이닉스" 구조의 손자회사입니다. 그런데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손자회사가 다른 회사를 M&A하려면 반드시 그 회사의 지분 100%를 사야 합니다. 과반수 지분만 사들여도 경영권을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수 대상 회사의 전체 지분을 다 사들이는 것은 재정적으로 큰 부담이자 낭비입니다. 손자회사 신분의 SK하이닉스는 다른 반도체 업체를 M&A할 때 돈을 더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사업 확장에 비교적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SKT신설투자가 중간지주사가 되면 SK하이닉스는 자회사가 되고, 지분을 반드시 100% 사지 않아도 M&A를 진행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내년에 개정되는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의 지분을 최소 30% 보유해야 합니다. 쉽게 얘기하면 SKT는 내년부터 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지분 30%를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합니다. 그런데 SKT 입장에서 몸값이 비싼 SK하이닉스의 지분을 30% 보유하려면 최소 10조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죠. 아무 이유 없이 당장 내년에 10조원이 더 필요해진 것입니다. 그런데 SKT신설투자가 중간지주사가 되면 SKT는 2년 간의 유예기간을 받을 수 있어 당장의 자금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런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SKT를 분할해 중간지주사(SKT신설투자)를 만들면 SK하이닉스는 M&A가 쉬워지고, SKT는 10조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 없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사진출처: SKT]
🦊 TEO
SKT가 분할을 하더라도 아직 SK하이닉스는 손자회사로 남게 되는데요.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SKT신설투자와 SK그룹이 합병하며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만들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분할된 SKT의 자회사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그리고 SK하이닉스는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지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켜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