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초래할 인플레이션 압박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5.4%로 2008년 8월 이후 최고 수치를 기록했는데요. 미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8.6% 급등하며 41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높은 유가와 식료품 가격이 월 물가 상승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며,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의 주원인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지목했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발표되면서 물가의 피크아웃* 가능성을 엿보던 금융 시장은 차갑게 얼어붙었지만, 여름이 성큼 다가오며 기온은 점점 오르고 있는데요. 본래 여름은 많은 기관이 여름휴가를 즐기는 만큼 증시가 가장 한산한 시기입니다. 그래서 예상 증시 변동성을 나타내는 VIX(변동성 지수)와 주가 변동의 강도를 나타내는 ADX(평균방향성지수) 모두 통상 6~8월이 가장 낮은 경향을 보이는데요.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여름이라는 계절성이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강화하며 금융시장을 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기 때문입니다.
*피크아웃이란 어떤 수치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것을 의미합니다.
원인1: 고온 건조한 날씨로 인한 공급 악화
여름 계절성이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키는 첫 번째 이유는 고온 건조한 날씨 때문입니다. 올해 역시 작년에 이어 매우 더운 여름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요. 미국 해양대기청은 6월부터 8월까지 중서부를 중심으로 대다수 지역이 평균 이상의 기온을 보이리라 전망했습니다. 동시에 미국 기후 예측센터는 올해 강우량이 현저히 낮아 지난 22년 동안 이어진 미국 남서부 지역의 가뭄 현상이 해결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고온 건조한 여름 날씨는 물 부족을 야기하며, 물 부족은 곧 다양한 방식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농업과 식량 생산에 큰 장애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공장 가동에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하는데요. 실제로 작년 초 세계 최대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회사인 TSMC가 대만의 심각한 가뭄으로 공업용수를 확보하지 못하여 반도체 공급에 차질이 발생했죠.
또한 물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경우 수력 발전이 어려워집니다. 작년 여름 미국 남서부의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미국 수력 발전 생산량이 평년 대비 48% 급감한 전례가 반복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물 부족 문제는 벌써 조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국 서부에 농업용수와 수력발전을 공급하는 미국 최대 인공호수, 미드호와 파월호의 수위는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물 가격은 재차 상승 중입니다.
현 상태의 수위가 계속 유지될 경우 미국 전체 농업 생산량의 26%를 차지하는 캘리포니아의 농업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며 동시에 수력 발전량이 작년 수준에 머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이 경우 농산물 가격 불안과 에너지 원자재 가격의 추가적인 상승을 야기할 위험이 있습니다.
원인2: 휴가철 도래로 여행 수요 폭주
또한 여름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휴가 시즌입니다. 5월 말 메모리얼 데이부터 9월 초 노동절까지가 일 년 중 여행 산업의 대목인데요. 코로나19로 2년간 이연 된 수요와 보복 소비 심리로 인해 치솟은 여행 물가에도 불구하고 여행 수요의 회복은 매우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호텔 숙박비, 항공 운임 등 여행 서비스 물가가 전년 대비 30% 이상 급등했으며 휘발유 가격도 사상 최초로 갤런당 5달러를 돌파했지만, 미국의 출입국자 수는 2020년 수준을 상회에 2019년 수준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행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공급은 매우 부족한 실정입니다. 미국의 휘발유 재고는 2015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으며, 여행업계는 작년부터 심각한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수급 불균형은 여행 물가의 추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으며, 구인난은 서비스 업종의 임금 상승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특히나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임금 상승에서부터 시작되는 임금 발(發) 임플레이션의 비중이 높은 만큼, 물가 상승 압력을 강화할 위험이 높다고 평가됩니다.
📝 함께 보면 좋은 BYTE 콘텐츠
- 최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전 세계를 뒤덮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물가 상승 속도에 가속이 붙었는데요. 인플레이션의 원인과 영향부터 각종 물가지표까지, 함께 정리해봅시다!
👉 [DEEP BYTE] 인플레이션, 핵전쟁 빼면 가장 위험하다고? -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8.6% 급등해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3월 경신한 8.5%의 기록을 갈아치운 것인데요. 당초 전문가들의 예상치였던 8.3%보다도 높은 수치입니다. 이례적인 인플레이션의 원인과 미국 정부의 대응, 함께 알아볼까요?
👉 41년 만에 최고치 찍은 소비자물가지수
🐋 ERIN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작년부터 이어진 이례적인 물가 상승으로 인해 각국 정부는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시장은 경기 둔화를 넘어 경기 침체를 경계하고 있는데요. 여름의 계절성까지 예상되는 지금, 미국은 이 위기를 타개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요?
해당 콘텐츠는 BYTE의 무료 비즈니스/경제 뉴스레터, 데일리바이트의 6월 15일자 뉴스레터 콘텐츠입니다. 데일리바이트 뉴스레터를 무료로 구독하시면 매일 아침 6시 메일함에서 유익한 소식들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DAILY BYTE 뉴스레터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