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네일 출처: rondesantis.com)
미국 중간선거는 대통령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집권당에 불리하지만, 이번만큼은 예외였습니다. 올 11월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예상외로 선전하면서 공화당 선거를 주도한 트럼프의 대선 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동시에 지난해 벌어졌던 의회 난입 사건에 대한 책임론까지 불거지면서 트럼프의 입지는 더더욱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죠. 이에 트럼프를 대체할 인물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인물이 포스트 트럼프라는 별명을 가진 플로리다 주지사, 론 드산티스입니다.
드산티스는 공화당의 젊은 극우 정치인, 역대 최연소 주지사, 포스트 트럼프, 리틀 트럼프 등 다양한 수식어를 몰고 다니며 화제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강경 보수적 정책과 다소 과격한 언행으로 트럼프를 연상시키면서 대중의 주목을 받았는데요. 주지사로서는 전략적 행보를 보여줘 트럼프의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중간선거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주지사에 다시 한번 당선되면서 대권 후보로 떠오르게 된 드산티스. 과연 어떤 인물이고, 차기 대선 후보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인지 짚어봤습니다.
하원에 진출한 참전 용사
- 1978년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 태어난 드산티스는 어릴 때부터 야구에 빠져있었는데요. 리틀야구단 주장으로 활동하는 등 어린 시절부터 리더십을 발휘해 왔습니다. 1991년엔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기도 했죠.
- 그런 드산티스는 1997년 예일대 역사학과에 입학합니다. 졸업 후 1년간 역사 교사로 재직하던 그는 이후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해 법학 박사 학위를 받고 2006년엔 법무장교로 해군에 입대하게 되죠.
- 이라크 전쟁에도 참전해 무공훈장까지 받은 드산티스는 연방검사로 재직하기도 했습니다. 2012년 하원의원에 출마한 그는 2014년, 2016년 내리 하원의원에 당선되며 3선의 연방하원의원이 됐죠. 이때까지만 해도 드산티스는 무명의 정치인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의 호위무사로 나선 드산티스
-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은 드산티스에게도 전환점이 됐습니다. 2017년, 트럼프가 선거 과정에서 러시아와 모종의 거래를 했다는 일명 러시아 게이트가 터지고 조사가 시작됐는데요. 설상가상으로 트럼프는 수사를 방해했다는 사법 방해 혐의도 받고 있었죠. 이때 드산티스가 의회에서 FBI와 특별검사였던 로버트 뮬러를 거세게 비판하면서 트럼프와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 드산티스는 당내 보수주의 계파인 프리덤 코커스의 창립 멤버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극우에 가까운 강경한 보수 성향을 표방하며 2015년 설립된 프리덤 코커스는 극단적 감세 정책과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낙태 금지, 총기 규제 반대 등 사회적 이슈에도 극우적인 목소리를 내왔죠.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줄곧 친트럼프 행보를 걸어온 것은 어색한 일이 아니죠.
코로나 방역을 거부한 주지사
- 2018년 중간선거에서 주지사 출마를 선언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등에 업고 최연소 주지사로 당선됩니다. 선거 캠페인에서 드산티스는 노골적으로 친트럼프 성향을 앞세웠는데요. 자신의 어린 딸에게 “장벽을 건설하라”, “넌 해고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같은 트럼프의 유행어를 가르치는 모습을 선거광고로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 2020년엔 미국에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백신 접종 의무화,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방역 정책이 시행됐는데요. 플로리다 주지사로서 드산티스는 바이든 정부의 코로나 정책을 정면으로 반대했습니다. 그는 집단면역 정책을 고수하며 노 마스크 정책으로 일관했는데요. 올랜드 근교의 디즈니월드 재개장을 허가하고 2021년엔 백신 패스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는 등 과격한 행보를 보여왔죠.
- 드산티스는 민주당 봉쇄정책에 대해 과잉 대응일 뿐 아니라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라며 비판했죠. 코로나 초기엔 집단면역 정책으로 플로리다주에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지지율이 50% 미만으로 하락하기도 했지만, 점차 코로나 상황이 개선되자 지지율이 65%로 급등했습니다.
포스트 트럼프, 민주당에 맞서다
- 드산티스는 보수적 가치의 수호자를 자처하면서 다양한 사회·문화적 사안에서 민주당과 맞서왔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동성애 관련 정책인데요. 지난 3월 유치원과 초등학교 3학년 이하 아이들에게 동성애에 관한 토론이나 성 정체성 공개를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한 것이죠. 그가 동성애자 입막음법(Don`t Say Gay Bill)으로 비판받은 이 법을 통과시키자 디즈니 경영진들이 공화당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는데요. 이에 드산티스는 디즈니사에 제공되던 세제 혜택 등을 철폐한다고 맞대응했죠.
- 드산티스는 낙태에도 강력하게 반대해 왔는데요. 올 4월 드산티스는 임신 15주 후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하기도 했죠. 이에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개인의 사생활을 보장한 플로리다 헌법에 위배된다며 법 집행을 정지시키자 드산티스는 지난 수십 년간 사법부가 급진적 낙태 관련 판결을 하고 있다며 비판했습니다.
- 이외에도 드산티스는 백인 우월주의가 인종 갈등의 원인이라는 비판적 인종이론에 대해서 반애국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이에 대한 교육을 막고 트랜스젠더 여성이 여성 스포츠 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금지하기도 했죠. 또한 그는 불법이민자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멕시코 국경지대에 주 경찰을 파견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드산티스는 트럼프를 넘어설 수 있을까
- 지난 11월 미국 중간 선거에서 이례적으로 집권당인 민주당이 승리하면서 공화당 선거를 주도한 트럼프의 입지도 약해졌습니다. 동시에 여유롭게 주지사 재선에 성공한 드산티스가 대선주자로 주목받기 시작했죠. 최근 공화당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드산티스가 트럼프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서기도 했습니다.
- 트럼프가 바이든과의 대결에서 패배할 것이 여러 여론조사를 통해 밝혀지자 트럼프의 극우 성향에 반대하는 공화당원들을 중심으로 후보 교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 거세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공화당원의 16%가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밝힌 여론조사가 발표되기도 했는데요.
- 드산티스는 극우적인 입장으로 일관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좌파 세뇌 교육에 몰두한다고 비판하면서도 공립학교 교사들의 급여를 인상했고 미등록 이주노동자 고용금지법에 서명하면서도 라틴계 정치인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했죠. 기후 위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홍수와 해수면 상승 대책 예산을 승인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지점은 그가 왜 똑똑한 트럼프(as Trump with a brain)로 불리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죠.
- 일론 머스크 역시 드산티스를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2024년 대선에서 드산티스를 지지하냐는 트위터에 그렇다고 답한 것이죠. 평소 트럼프가 지나치게 나이가 많다고 비판해왔던 머스크가 트럼프의 대안으로 드산티스를 선택한 것이죠.
뉴욕타임스는 드산티스에 대해 “필요할 땐 트럼프주의자이지만, 항상 트럼프주의자는 아니다”라며 “공화당의 기반을 넓힐 만한 포스트 트럼프 모델”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는데요. 과연 드산티스가 트럼프의 벽을 넘어 공화당 대선주자, 나아가 대통령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