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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을 분석하거나 예측할 때 가장 먼저 참고하는 것이 바로 집값 통계입니다. 하지만 때때로 같은 시점에 발표되는 여러 통계가 다른 결과를 나타내면서 시장에 혼란을 주기도 하는데요. 오늘 <부동산 한입>에서는 주요 부동산 통계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 차이점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집값 통계의 종류
🧑⚖️ 나라에서 발표하는 국가 승인 통계
부동산 통계는 크게 조사 기관에 따라 국가 승인 통계와 민간 통계로 나뉩니다. 국가 승인 통계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부동산원에서 산출하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 전국주택가격동향 조사와 △ 공동주택 실거래 가격지수입니다.
전국주택가격동향 조사는 전국 209개 시군구, 3만 3,500개 표본을 대상으로 집값을 계산하는 조사통계입니다. 전체 주택 중 대표성을 가진 표본을 선정해 집값을 알아보는 건데요. 아파트의 경우 매주, 아파트와 연립 및 단독 주택의 경우 매월 공표하기 때문에 보다 신속하게 시장 상황을 파악할 수 있죠. 또 실거래가 가격지수와 달리 급매물이나 이상거래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공동주택 실거래 가격지수는 실제 거래가 이뤄져 신고까지 끝난 주택 거래를 대상으로 집값을 알아보는 가공통계입니다. 그야말로 실제 집값이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데요. 다만, 주택 거래일과 신고일 사이에 격차가 발생하는 만큼, 매매는 1개월 전세는 2개월 전 지수를 공표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가격등락 시 변동성을 즉각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 국가 승인 통계 살펴보기 [한국 부동산원 부동산 정보 통계]
🏦 민간 기관이 발표하는 민간 통계
반면 민간 통계는 민간 기관에서 발표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KB국민은행과 부동산R114인데요. 한국부동산원과 마찬가지로 집값 가격 동향을 조사합니다. 다만, 조사 방식은 다릅니다. 한국부동산원은 전문조사자가 직접 가격을 알아보고 입력하는 반면, KB부동산과 부동산R114등 민간 기관은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입력한 시세, 즉 호가를 바탕으로 자체 검증을 거쳐 집값을 산출합니다.
조사 표본도 차이를 보입니다. KB부동산의 경우 240개 시군구에 있는 6만 2,220개의 표본을 대상으로 집값을 조사합니다. 한국부동산원의 표본(3만 3,500개)보다 수가 훨씬 많죠.
조사 자료를 분석하는 방식 역시 다른데요. 한국부동산원은 제본스 지수(가격 비율 기하 평균)를 활용합니다. KB부동산은 칼리 지수(가격 비율 산술 평균), 부동산R114는 튜토 지수(표본가격 총합계비)를 활용합니다. 조사 표본이 같더라도 완전히 다른 통계가 나올 수 있는 거죠. 같은 시점에 발표되는 여러 통계가 다른 결과를 가리키는 것도 조사 방식뿐 아니라 분석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 제본스-칼리-튜토 지수, 뭐가 달라?
서울 집값이 1년 새 20억 원에서 18억 원으로 떨어졌고, 지방 집값이 5억 원에서 6억 원으로 올랐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때 제본스 지수 방식대로 하면 집값은 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칼리 지수 방식을 쓰면 5% 상승한 것으로 결론이 지어지죠. 이 지수는 주택 가격 액수를 반영하지 않고 변동률만을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변동률은 기하 평균(곱의 평균)이 산술 평균(합의 평균)보다 적기 때문에 제본스 지수의 변동률이 칼리 지수의 변동률보다 낮죠.
반면 튜토 지수의 경우 주택 가격의 총합을 통계 산출에 고려합니다. 1년 전 서울과 지방 집값의 총합인 25억 원과 이후 총합인 24억 원을 비교해서 변동률을 산출하죠. 즉, 튜토 지수 방식을 활용한다면 오히려 집값이 4% 하락했다는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 민간 조사 살펴보기 [KB부동산 데이터허브]
🗓️ 주간 조사 vs 월간 조사
조사 기간에 따라 매주 발표되는 주간 조사와 월간 조사로 나뉘기도 합니다. 주간 조사는 특정 사건 전후로 집값을 비교하기 용이합니다. 거시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발생했거나,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바뀔 때 집값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기 쉽죠.
반면 월간 조사는 전반적인 주택시장의 흐름을 나타냅니다. 긴 시간을 주기로 변동하는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알아볼 수 있는데요. 특히 부동산의 경우 주식이나 코인과 달리 유동성이 낮고 공급이 비탄력적입니다. 거래가 자주 일어나지 않아 가격 변동이 적고, 한번 가격이 움직이면 그 추세가 장기간 이어진다는 의미죠. 가격이 오르더라도 당장 주택 공급을 늘리기 어려우니 천천히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특징을 감안해, 주간 통계 비중을 줄이고 월간 통계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주간통계와 월간통계가 어긋나 억지로 숫자를 끼워 맞추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 데다가, 매주 발표되는 주간통계가 부동산 시장에 혼란이나 공포를 조장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는 건데요.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주간 단위 통계는 따로 발표하지 않고 월간 또는 분기별로만 발표하기도 합니다.
🤷 엇갈리는 통계, 뭐가 맞는 거야?
결국 부동산 가격 통계는 조사 기관, 조사 및 분석 방식, 발표 주기 등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이 국가 통계 표본을 늘리는 등 조사 방식을 개선해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자고 주장하는 이유죠. 개개인도 부동산 시장이 요동쳐 통계마다 차이가 크게 확대되는 시기에는 특히나 부동산 통계를 신중하게 수용해야 합니다.
부동산 시장, 이렇게도 알 수 있다!
🤔 전세값, 매매가에 영향을 준다고?
단순히 집값 통계만 봐서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면, 여러 통계를 다각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집값을 보여주진 않지만, 간접적으로 부동산 상황을 보여주는 여러 통계가 있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전세가율입니다.
전세가율은 전셋값을 매매가로 나눈 것을 뜻합니다. 집값이 10억 원인데, 전세값이 5억 원이라면 전세가율은 50%인 식이죠. 전셋값이 계속 상승하거나 하락한다는 건 향후 집값이 오르거나 내릴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물론 항상 두 가격이 같이 움직이는 건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전세 가격이 하락할 때 매매 가격이 오르긴 힘들다고 지적합니다. 집값이 오르려면 실수요자뿐 아니라 투자를 위해 부동산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수요를 이끌어내야 하는데요. 전세가율이 낮아질 경우 부동산 투자에 훨씬 많은 자본이 필요해집니다. 전세금을 받아 투자금을 메우더라도 내가 투자해야 하는 나머지 돈이 커지기 때문이죠.
📊 거래량도 중요해
부동산 거래량도 중요한 지표 중 하나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려면 거래가 많아지고 시장이 활기를 띠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1~2개월 단기간 거래량이 늘어나는 것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고 4개월 이상 꾸준히 거래량이 오르는 추세를 보여야 합니다. 거래량 자체가 늘어나는 것과 함께 이전보다 높은 가격이 오른 상승 거래 비중이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죠.
💸 예전에 비해 요즘 집값 어때?
장기적인 집값 추세를 알아보기 위해선 현재 집값이 적당한 수준인지도 체크해봐야 합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이 예전 집값과 비교해보는 거죠. 다만, 매년 오르는 물가를 고려하면 명목 가격 자체를 비교하는 대신 다른 방법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연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을 뜻하는 PIR(Price to Income Ratio)인데요. PIR가 18이라면 18년 동안 소득을 모두 모아야 평균적인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죠.
🤑 대출 규제도 따져봐야
대출 규제가 어떻게 바뀌는지 파악해서 향후 집값 동향을 가늠해볼 수도 있습니다. 주택 매매의 경우 대부분이 대출을 끼고 이뤄지는 만큼, 정부의 주택 관련 대출 규제는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변수인데요. 최근에도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가 시행되면서 불붙던 주택 시장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죠. 내년 7월 3단계 규제가 도입될 예정이니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합니다.
💡 3줄 요약
- 집값 통계는 조사 기관에 따라 크게 국가 승인 통계와 민간 통계로 나뉩니다.
- 조사 기관, 조사 및 분석 방식, 조사 기간에 따라 통계 간 큰 차이가 나타날 수 있는데요.
-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고, 여러 간접적인 통계를 활용하는 등 집값 통계는 신중하게 수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집값 통계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각 통계의 특징과 한계를 이해하는 것이, 단기적인 변동에 휘둘리기보다는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전세가율, 거래량, 대출 규제 등 보조 지표를 함께 활용해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될지 가늠하는 혜안이 필요하죠. 복잡한 부동산 시장, 열심히 공부해서 투자에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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