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BYTE] 기술은 어떻게 성공한 비즈니스가 될까?

[DEEP BYTE] 기술은 어떻게 성공한 비즈니스가 될까?

기술혁신은 어떤 경로를 거쳐 일어날까요? 매년 수많은 기술들이 새로 생겼다가 없어지는 가운데, 전기차, 스마트폰과 같은 혁신 기술들이 어떻게 주류 기술이 되는지 오늘 DEEP BYTE에서 알아봐요!

🐶  JAY
🐶 JAY

세상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들이 등장합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스마트폰, 전기차 등 정말 많은 기술들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죠. 하지만 모든 기술이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까운 미래에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차 역시 이미 1830년대에 개발된 기술이었지만, 당시 사업화에 실패하면서 수백년간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수년 전 돌풍을 일으켰던 3D TV 역시 주요 기술트렌드로 자리잡지 못하면서 시장에서 밀려나고 말았죠.

왜 어떤 기술은 시장의 주목을 받아 '떡상'에 성공하고, 왜 어떤 기술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 마는 것일까요? 오늘 DEEP BYTE에서는 기술 혁신은 어떤 경로로 일어나는지, 그리고 기술 사업화가 성공하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관문은 무엇인지 알아보려 합니다.

기술 혁신의 경로

기술 혁신(Technological Innovation)이란 말을 세간에서 정말 많이 씁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거나, 기존에 있던 기술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때 주로 우리는 '혁신'이 일어났다고 말하죠. 하지만 이런 정의로는 조금 애매합니다. 새롭게 등장했지만 금방 사라지는 기술도 있고, 업그레이드됐지만 기존 기술보다 인기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술 혁신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혁신을 단순히 '새로운 것의 창조' 혹은 '업그레이드'로 정의하지 않습니다. '성공한' 기술만이 혁신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은 곧 사업화의 성공과 같은 뜻입니다. 새로운 기술 혹은 발전된 기술이 하나의 비즈니스로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을 때 우리는 비로소 그것을 '기술 혁신'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기술 혁신을 공급자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기술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 기술이 발전할 때 어떤 경로를 거치는지, 또, 성공한 기술들은 어떻게 새로운 기술에 밀려나는지에 관한 이론들이 많았습니다. 기술이 수용되는 방식이나 환경보다는, 기술의 발전과 보급이 어떤 모습으로 이뤄지는지에 관한 연구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이죠. 어디선가 한 번쯤 봤을 법한 아래의 모형들이 이런 연구의 성과입니다.

기술 수용 주기 모형

위의 모형들은 주로 기술의 흥망을 다루고 있습니다. 먼저 맨 위의 종 모양 그림을 보면 좌측에 '캐즘(chasm)'이라는 불연속 지점이 존재하는데요. 캐즘이란 새로운 기술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는 단계를 뜻합니다. 제프리 무어 박사가 발견한 캐즘은 신기술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데스밸리'에 해당하죠. 3D TV 역시 캐즘을 극복하지 못한 하나의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애버나시-어터백 기술수용 모형(좌하단), 기술전이 사이클(우하단)

아래의 두 모형은 기술의 흥망성쇠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아날로그폰과 MP3가 결국 스마트폰에 의해 대체되었듯, 모든 기술은 널리 확산된 이후 쇠락하며 다른 기술로 대체되는 전이 과정을 거칩니다. 이런 기술 중심 모형들은 오른쪽 그림에서 보여주듯 한 기술이 새로운 기술로 대체되는 과정을 '혁신'으로 보았죠. 물론 이런 모형들은 기술의 탄생과 대체 과정을 잘 분석한 좋은 모형들이지만, 여전히 혁신이 왜, 그리고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설명하는 데는 부족합니다.

이후 기술 혁신에는 기술 그 자체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요인들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지기 시작했습니다. 전기차의 몰락과 부활이 이를 잘 보여주는데요. 사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는 모두 19세기 후반 발명되어 서로 경쟁하며 공존하는 관계였습니다. 그런데 1920년대부터 전기차는 갑자기 몰락의 길을 걷게 되는데요. 1920년대 미국에서 질 좋은 원유가 대량 채굴되기 시작하면서 무거운 배터리를 단 전기차가 시장에서 급속도로 밀려나게 된 것이죠.

그렇게 수십년이 흐른 후 화석연료로 인한 환경오염이 국제적인 문제로 부상하기 시작하면서 전기차는 다시 부름을 받았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나타나면서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전기차 전환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휘발유의 대량 채굴로 내연기관차에 밀린 전기차가 탈탄소 흐름 속에서 다시 내연기관차를 밀어낼 준비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렇듯 기술의 발전에는 사회적, 환경적 요인이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기존의 모형들은 이런 요인들을 잘 고려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전기차, 그리고 사회-기술 시스템

그래서 기술 혁신 연구자들은 이런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새로운 모형을 고안해냈는데요. 바로 '사회-기술 시스템 모형'입니다. 기존 모형들이 사회적 요인을 외부적인 것으로 취급했다면, 사회-기술 시스템 모형은 사회적 요인들을 기술 혁신의 주요 변수로 편입시켰습니다. 그중 가장 높게 평가받는 모형 중 하나가 Geels의 모형입니다.

도표가 매우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내용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먼저 세로축은 기술 혁신의 단계를, 가로축은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맨 아래의 니치 혁신들(Niche-innovations)이제 막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기술들을 의미합니다. 갓 등장한 기술인 만큼 영향력도 크지 않고, 수용도도 낮기에 짧은 화살표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통일된 발전 방향도 갖지 못한 상태이죠. 전기차로 예를 들자면, 1920년대부터 몇 년 전까지 전기차는 이런 니치의 영역에 머물렀던 셈입니다.

그런데 1960년대부터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기차는 조금씩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도표 상단에 나오듯 거시적인 사회-기술 풍경(Socio-technical landscape)의 변화가 니치의 영역에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죠. 그러면서 전기차 배터리 기술도 차츰 발전하게 되고, 시제품들도 등장하게 됩니다. 이렇게 니치에 있던 기술들 속에서 주도적인 디자인이 자리를 잡게 되면서 전기차는 점점 니치의 영역을 벗어나게 됩니다. 본격적으로 사회-기술적 레짐(Socio-technical regime) 속으로 편입되는 것이죠.

쉽게 말하면 전기차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마니아들의 영역에서 벗어나 대중적으로 수용되기 시작한다는 것인데요. 화살표가 길어진 것은 전기차가 이제 주도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여전히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기까지 거쳐야 할 관문이 많습니다. 도표 가운데에서 보듯 정책, 산업, 시장, 문화, 소비자 선호 등 다양한 관문들을 통과해야 합니다.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쉽게 받아들여야 하고, 정책적으로도 전기차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비로소 전기차는 '혁신'의 단계에 오르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혁신에 성공한 기술은 사회에도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전기차가 등장하면서 전기차 충전소가 크게 늘었고, 자동차 시장도 전기차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기 시작했죠. 이렇듯 새로운 사회-기술 시스템 모형은 기술 혁신이 단순히 기술을 중심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닌, 사회와 기술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기존의 공급 중심 모형에서 벗어나, 수요 중심으로 기술 혁신을 바라보게 된 것이죠.

아직 니치인 자율주행이 성공하려면?

이제 전기차는 니치를 벗어나 주류 기술로 편입되는 데 성공했는데요. 수년 전부터 전기차와 함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자율주행은 생각보다 보급이 더딘 상황입니다. 전기차는 기존 자동차와 작동 메커니즘만 다를 뿐, 외관이나 운행방식에 있어 다른 것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내연기관차를 타던 사람도 쉽게 전기차로 갈아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율주행은 사정이 좀 다릅니다. 일단 자율주행을 둘러싼 사회-기술적 레짐이 상당히 복잡한데요. 여전히 법적, 기술적 문제점들이 많습니다. 먼저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을 어디에 귀속시킬지를 두고도 논란이 많습니다. 게다가 자율주행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통신 인프라도 지금보다 개선되어야 하며, 도로의 차선 역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센서들이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합니다. 제도와 인프라, 그리고 소비자들의 인식까지 변화해야 하는 것이죠.

자율주행의 사회-기술 시스템

위의 그림처럼 니치 영역에 존재하는 자율주행 차량과 이를 활용한 다양한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들은 교통 관리, 차량 소유에 대한 개개인의 인식, 정부 정책, 자동차 산업 등 다양한 레짐의 관문을 통과해야 비로소 하나의 성공한 기술 혁신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됩니다.

이렇듯 오늘 DEEP BYTE에서는 기술 혁신의 주요 이론과 함께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사례를 살펴보았습니다. 결론은 '기술만으로는 기술 혁신을 이룰 수 없다' 정도가 될 것 같은데요. 어떤 기술이든 비즈니스적으로 성공한 기술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에 대한 수용자들의 인식이 충분히 개선되어야 하고, 기술을 둘러싼 사회 제도, 문화가 함께 변화해야 합니다. 결국 '때가 되어야' 기술도 성공할 수 있는 셈이죠. 과연, 앞으로 자율주행 시장에서 이 '때를 잘 맞추는' 플레이어는 누가 될까요?

대화에 참여하세요
1 이달에 읽은
무료 콘텐츠의 수

BYTE의 프리미엄 콘텐츠 구독 서비스, BYTE+⭐️

월 9,900원으로 BYTE의 모든 콘텐츠를 자유롭게 이용하세요!

Powered by Bluedot, Partner of Mediasphere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