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BYTE] '고기 없는 세상'은 정말 가능할까?

[DEEP BYTE] '고기 없는 세상'은 정말 가능할까?

과연 '고기를 먹지 않는 세상'은 가능할까요? 최근 부상하고 있는 식물대체육과 배양육이 실제 고기를 대체할 수 있을지, 오늘 DEEP BYTE에서 함께 알아봐요.

🐶  JAY
🐶 JAY

미국의 유명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Jonathan Safran Foer)는 그의 저서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Eating Animals)>에서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부끄러움(shame)이라는 감정을 매개로 육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것을 권합니다. 포어는 공장식 축산에 의해 수많은 가축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다 도축되며, 필요 이상의 어류가 남획되는 현실을 지적하는데요. 포어는 일상적으로 접하는 '고기'의 이면에 실제 동물들의 삶과 공장식 축산이 존재한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고기를 먹는 것에 일종의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하죠.

오늘은 공장식 축산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꼽히는 대체육 시장에 관해 자세하게 알아보고자 합니다.

육식과 공장식 축산

육식은 영양분 섭취에 있어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동물의 고기는 여타 채소나 곡물에 비해 월등히 높은 단백질을 자랑하는데요. 단백질뿐만 아니라 양질의 지방까지 포함하고 있어 중요한 식량 자원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양의 단백질과 지방을 곡물과 채소로 섭취하기 위해서는 몇 배에 달하는 양을 섭취해야 하기에 고효율의 식량으로 꼽히기도 하죠.

하지만 육식은 현대에 와서 여러 문제점을 낳고 있는데요. 동물육은 개별 인간에게 매우 효율적인 식량일지 모르지만, 그 생산 과정은 매우 비효율적이고 때론 비윤리적입니다. 육류 생산에 막대한 곡물이 필요하고 생산과정에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됩니다. 특히 좁은 면적의 사육장에 가축을 몰아넣고 키우는 공장식 축산은 동물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 전염병의 확산에도 매우 취약하다고 하죠. 그렇다면 이런 공장식 축산에 대한 대안은 없는 걸까요?

식량 시스템이 바뀌거나, 경제 시스템이 바뀌거나

최근 '동물복지 계란', '자연방목 돼지'와 같이 양호한 사육 환경을 내세우는 육류 제품들이 눈에 띄는데요. 보통 이런 제품들은 일반적인 환경에서 생산된 제품에 비해 높은 가격에 판매되기에, 기업에서는 사육환경을 전략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합니다. 이런 제품의 등장으로 일부 동물의 사육 환경이 개선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공장식 축산은 축산업계의 주요 생산방식입니다. A4 용지만 한 닭장에서 2~3마리의 닭이 길러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죠.

그렇다고 육류 생산이 부족해서 공장식 축산이 유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우리는 '육식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죠. 식육 생산이 공장식으로 변한 것은 자본주의 시스템 발전의 결과인데요.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이윤을 확보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에, 많은 기업이 앞다퉈 비용을 낮추고 생산량을 늘리려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장식 축산이 정착하게 된 것이죠.

결국 공장식 축산의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경제 시스템이 변하거나, 식량 시스템이 변해야 합니다. 시장경제 시스템에서는 경제주체들의 생산이 상호 조율이나 계획 없이 이뤄지기 때문에 보통 시장의 수요를 뛰어넘는 선에서 과잉생산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장식 축산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생산에 있어서 계획성이 높아지고 경제 주체들이 상호 조율을 통해 생산량을 적절히 조정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경제 시스템의 변화보다 조금 더 쉬운 방법이 바로 '식량 시스템의 변화'이죠.

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고기와 비슷한 맛을 내는 식품이 등장한다면 굳이 동물들을 비좁은 공간에 몰아넣고 기계적으로 도축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요? 실제로 최근 들어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체육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데요. 식물성 원료를 특수한 방식으로 성형하고 배합해 실제 고기와 비슷한 식감과 맛을 내는 '식물성 대체육'부터 줄기세포 배양을 통해 실제 동물의 세포로 고기를 만들어 내는 '배양육'까지 다양한 대체육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식물성 대체육 시장의 빠른 성장

식물성 대체육 시장은 미국과 유럽에서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는 약 2~3조원에 달하는데, 바클레이즈는 10년 이내에 17조원 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죠. 식물성 대체육은 콩 등의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에 각종 기름과 철분 성분 등을 결합해 실제 고기와 비슷한 맛과 식감을 재현한 대체육으로, 주로 햄버거 패티의 형태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과거 콩고기는 고기의 모양만 흉내 낸 '가짜 고기'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대체육은 진짜 고기와 모양과 식감, 맛이 흡사한 '발전된 콩고기'에 가깝습니다. 미국에서는 버거킹 등의 패스트푸드점과 각종 소매점에 유통될 정도로 인지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죠. 물론 여전히 진짜 고기와는 그 고유한 맛과 식감 면에서 차이가 존재하지만, 버거에 다른 채소, 소스와 함께 넣어 먹으면 실제 고기를 먹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식물 대체육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먼저 콩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고온-고압의 성형기계에 넣어 압착합니다. 그러면 콩 단백질의 구조가 육류 단백질의 구조와 흡사하게 변형되는데요. 이 과정을 통해 실제 고기와 비슷한 식감을 구현해냅니다. 하지만 식감만 비슷하다면 '고기'가 될 수 없겠죠. 실제 고기에는 특유의 '피맛'도 있고, 고소한 맛을 내는 '마블링'도 있습니. 이런 을 구현해내기 위해 여러 가지 첨가물이 배합됩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식물 대체육 업체인 임파서블 푸드는 콩의 뿌리혹 추출한 레그헤모글로빈 성분을 활용해 특유의 '피맛'을 구현했습니다. 이외에도 지방질의 맛을 내기 위해 해바라기씨유와 카놀라유, 코코넛 오일 등을 활용하고 있죠.

현재 식물 대체육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는 미국의 비욘드미트와 임파서블푸드가 존재하는데요. 두 기업은 각각 2009년과 2011년에 설립되었습니다. '고기를 대체할 식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꼽히며 수많은 유명투자자들의 투자를 유치했는데요. 심지어 미국 3대 축산 기업으로 불리는 타이슨푸드도 비욘드미트에 투자했을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외에도 빌 게이츠, 구글 벤처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유명 벤처투자회사와 인물들이 비욘드미트와 임파서블푸드에 투자했죠.

이런 관심 속에 비욘드미트는 2019년 5월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에 성공했습니다. 약 60달러 중반에 거래가 시작된 비욘드미트의 주식은 한때 24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올해 3분기 시장의 예상에도 못 미치는 실적을 보여주면서 현재 주가는 상장 당시 주식 가격에도 못 미치는 60달러 초반 수준까지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여전히 높은 식물 대체육 가격식물 식품 시장의 포화가 대체육 기업의 매력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죠. 임파서블푸드 역시 내년 초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비욘드미트의 부진은 임파서블푸드의 흥행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비욘드미트의 주가 추이

이렇듯 식물 대체육은 시장의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예상만큼 흥행하지 못하면서 정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아직 식물 대체육 생산 비용이 높고, 맛 역시 실제 고기보다 다소 떨어지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비욘드미트와 임파서블푸드는 '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해볼 만 한데요. 향후 이들 기업이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축산 시장의 지형도도 변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꿈의 고기', 배양육?

식물 대체육과 함께 '고기'의 대안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배양육'입니다. 배양육은 실제 동물의 줄기세포를 배양액 속에서 배양해 고기의 형태로 만든 것인데요. 일각에서는 배양육이 실제 고기의 맛과 식감을 완벽하게 재현할 것이라며 '꿈의 고기'라고 치켜세우기도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현재의 배양 기술로는 근육 조직과 지방이 복잡하게 섞인 실제 고기를 배양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데요. 지금으로써는 근육 줄기세포를 배양해 작은 근육조직을 만들고, 이것을 뭉쳐 패티 형태로 활용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배양육의 생산 과정

그런데 실제 소고기를 먹을 때는 근육 부위마다 다른 식감을 갖고 있고, 지방질도 적절하게 섞여 있어 고소한 맛을 내지만, 배양육은 그야말로 근육조직만을 배양한 것이기에 배양이 끝난 상태로 먹을 경우 별다른 '맛'이 없습니다. 그래서 보통 이렇게 배양한 근육조직들을 분쇄기에 넣고 간 다음 식물 대체육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기름과 첨가제를 배합해 햄버거 패티의 형태로 찍어내는 것이죠. 이것이 현실적으로 그나마 가능한 기술이자, 현재 배양육을 연구개발하는 기업들이 활용하는 기술입니다. 간혹 실제로 마블링이 있는 고기의 모양을 재현한 배양육이 뉴스에 나오기도 하는데요. 이는 애초에 세포를 그렇게 배양한 것이 아니라, 배양육과 지방질을 3D 프린터로 찍어낸 것에 불과합니다.

현재 배양육은 아직 상용화가 안 된 상태이기에 이렇다 할 선도기업이 존재하지 않는데요. 다만 미국과 유럽에서 다양한 기업들이 상용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멤피스 미트와 네덜란드의 모사미트, 이스라엘의 알레프와 퓨처미트, 일본의 인테그리컬쳐 등이 유망한 배양육 기업으로 꼽히고 있죠. 다만, 배양육의 경우 수요와 공급 면에서 여러 가지 극복해야 할 난점들이 있습니다.

먼저, 수요 면에서는 소비자의 거부감이라는 문제가 존재하는데요. 자연스럽게 길러진 동물의 고기가 아니라, 배양기에서 배양액을 활용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고기를 먹는다는 것에 꺼림칙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꽤나 많을 것입니다. 만약 소비자 인식 개선이 잘 이루어져 배양육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진다 해도, 생산의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세포 배양에 활용되는 배양액의 가격이 매우 높은 데다, 배양 과정에서 어떠한 세균이나 유해물질도 유입되면 안 되기에 생산 설비 구축에도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상용화가 가능하려면 이런 생산설비를 대규모로 갖춰야 하기에 막대한 자금력이 필요한 것이죠.

결국 지금의 배양기술 수준으로는 고기를 완벽하게 재현해내는 수준의 배양육을 만들기 어려우며, 고기를 '일부' 재현하는 배양육 역시도 완전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대체육 시장은 식물 대체육을 중심으로 그 규모를 확장해가면서 배양육이 일부 포션을 차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죠.

이렇게 오늘은 공장식 축산에 대한 대안으로 식물 대체육과 배양육 기술을 살펴봤는데요. 물론 아직은 이런 대체육이 고기에 대한 완전한 대체재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지만, 축산기업들까지 대체육 시장에 투자하는 것을 보면 '고기 없는 세상'의 포문을 여는 것은 결국 대체육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체육 시장의 붐이 일시적인 유행일지, 아니면 정말 대체육이 인류의 식량 시스템을 바꿔놓을 정도의 모멘텀을 가지고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1 이달에 읽은
무료 콘텐츠의 수

BYTE의 프리미엄 콘텐츠 구독 서비스, BYTE+⭐️

월 9,900원으로 BYTE의 모든 콘텐츠를 자유롭게 이용하세요!

Powered by Bluedot, Partner of Mediasphere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