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계속 하게 하는 힘

게임을 계속 하게 하는 힘

🐶  J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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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게임 인사이터 한기웅입니다.오늘은 지난번에 게임의 메커니즘을 통해 알아보는 동기부여 방법에 이어 ‘계속 게임을 하게 하는 메커니즘’에 대해 뇌과학과 심리학을 곁들여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지난번에는 몰입감을 만들어가기 위한 서사를 만드는 장치들과 이를 뒷받침하는 게임 메커니즘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게임을 계속하게 하는 힘입니다.


게임의 첫 단추를 꿰는 키워드 ‘간접통제’

게임을 처음 켜면 다들 어떤 생각 하시나요? 요즘 모바일 게임들은 게임 플레이 방법을 하나하나 친절하게 알려주지만, 일반적인 비디오 게임들은 플레이어가 스스로 첫 단추를 꿰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이렇게 플레이어를 유도하는 방법의 하나가 '간접통제(Indirect control)'인데요.  우리에게 친숙한 '슈퍼마리오' 게임의 한 장면을 통해 간접통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진행 방향으로 볼 때, 왼쪽 사진 속 ‘?’가 눈에 띕니다. 보통 저런 물음표를 보게 되면 캐릭터를 점프 시켜 물음표 상자를 열어보고 싶겠죠. 이렇게 간접적으로 사용자의 액션을 유도하는 것을 간접통제라고 하는 것입니다. 오른쪽 사진의 강조한 물음표가 바로 간접통제의 요소이자, 점프 액션을 유도하는 ‘견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은 이런 기믹*을 통해 플레이어의 액션을 끌어냅니다.

*기믹(Gimmick): 상품이나 인물 등에 관심을 끌기 위해 사용하는 특별한 전략 또는 전략에 이용되는 특징을 뜻합니다. 여기에서는 게임디자인적인 의미로 재미를 만들어내는 장치라는 의미로 사용했습니다.


이런 ‘간접통제’ 요소는 게임을 반복적으로 진행하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합니다. '슈퍼마리오'에 등장하는 오브젝트들을 통해 반복적인 플레이를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게임의 진행 방향 위에 동전이 떠 있습니다. 공중에 있는 동전을 획득하기 위해 자연스레 점프 버튼을 누릅니다. 플레이어는 이때 점프 버튼을 누르는 강도와 도약 위치에 따라 동전을 획득하거나, 떨어지거나, 동전을 먹지 못하고 반대편에 착지하게 됩니다. 이런 행동의 반복을 통해 플레이어는 게임의 룰을 파악하고 보상을 얻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게 됩니다. 정리하면 ‘간접통제’는 플레이어에게 제약 요소를 학습시키는 한편, 성공과 실패 속에서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는, 게임의 숨어있는 메커니즘입니다.


반복 플레이의 핵심 키워드 ‘가변적 보상’

앞서 설명드린 ‘간접통제’를 통해 게임의 제약요소(낙하)와 단기 목표 (동전획득), 시각적 디자인(동전과 필드 그래픽) 등의 구성요소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이런 흐름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플레이어에게 계속해서 게임을 플레이할 동기를 부여하기 어렵습니다. 동기 부여 방법을 좀 더 상세히 설명하기 위해 뇌과학의 '사건 기억(Episodic memory)'과 '절차 기억(Procedural memory)'이란 개념을 가져와 보겠습니다.  


어떤 특정한 사건을 통해 새롭게 뇌에 저장되는 기억을 '사건기억'이라고 합니다. 가령 '조리퐁에 우유를 섞어서 먹어보니, 따로 먹을 때 보다 몇 배는 맛있었다'라는 경험을 했다고 하면, 여기서 ‘조리퐁과 우유를 섞으니 맛있었다’는 ‘사건기억’으로 뇌에 남습니다. ‘절차기억’은 반대입니다. 매일 아침 출퇴근길 운전을 한다면 운전 도중 전화를 받아도 통화 내용은 기억해도, 언제 어디서 신호를 받고 어떻게 운전해왔는지 상세히 기억하지 못합니다. '절차기억'은 이런 일상 속 습관화된 기억을 의미합니다.


이제 ‘사건기억’을 '슈퍼마리오'에 대입해보겠습니다. 화면 속 물음표 박스에 점프를 해서 부딪혔더니 동전이 나오거나 파워업 아이템이 등장했습니다. 게임의 진행에 영향이 있는 구체적인 결과를 체험한 플레이어에게 하나의 ‘사건기억’을 만듭니다. 하지만, 결과는 항상 예상한 대로 나오지는 않죠. 파워업을 생각했는데 동전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런 형식의 보상을 ‘가변적 보상’이라고 합니다. 결과가 나오기까지 과정에 플레이어의 직접 조작을 통해 참여하지만, 결과는 예상외로 나올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런 가변적 보상의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때문에, 게임에서는 간혹 예상할 수 없었던 보상이 등장하고, 플레이어는 호기심에 보상 획득과정을 반복하게 됩니다. 이 과정은 점진적으로 ‘절차기억’이 되어 습관을 형성합니다. 이 습관은 가변적 보상을 획득하는 순간의 사건기억과 잘 맞물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게 되는데요. 이렇게 사건기억과 절차기억의 조합은 하나의 연속된 과정으로서 플레이 시퀀스(Play sequence)를 이룹니다. 이를 다시 <슈퍼 마리오>에 대입해서 정리해보겠습니다.

슈퍼마리오 게임에서는 위 사진처럼 점프를 해 깃발을 내리는 퀘스트가 매 스테이지의 마지막에 주어지게 되는데요. 점프 버튼을 누르는 세기와 위치, 그리고 깃대를 잡은 곳에 따라 서로 다른 점수를 받게 됩니다. 이런 퀘스트를 처음 경험할 때 플레이어가 했던 액션과 받은 보상은 '사건기억'으로 남게 되죠.

그런데 이런 퀘스트는 매 스테이지마다 계속해서 등장하고, 플레이어는 이전의 기억을 떠올려 이전과 똑같이 점프를 하는 액션을 반복하게 됩니다. 결국 게임을 플레이한 후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이런 액션이 하나의 습관이 되고, '절차기억'으로 남게 되죠. 이때 플레이어가 얻는 점수는 기억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가변적 보상이 됩니다. 그리고 깃발은 습관을 형성시키는 간접통제 요소이자 행동을 끌어내는 '견인력'이 되겠죠.


‘가변적 보상’과 ‘간접통제’의 밸런스 ‘폴리싱’(Polishing)

탄생한 지 3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슈퍼마리오'가 명작 게임으로 기억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반복해서 플레이하는 이유는 앞서 설명드린 대로 플레이 시퀀스의 밸런싱이 잘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습관화를 통해 게임을 반복적으로 플레이하게 하고, 가변적인 보상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메커니즘이 잘 구현되어 있다는 것이죠. 이런 밸런싱을 잡는 제작과정을 ‘폴리싱(Polishing)'이라고 부릅니다. 마치 금속을 연마하여 윤이 나게 하듯, 게임의 모든 메커니즘이 매끄럽게 구동되도록 하는 것이죠. 폴리싱 과정은 게임 제작의 마지막 과정에서 주로 행해집니다.


이렇게 지난 기고와 이번 기고를 통해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플레이하게 하는 메커니즘부터,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지속해서 플레이하게 하는 방법, 그리고 '폴리싱'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렇게 보니, 게임의 구성방식은 일상생활과 닮아 있는 것 같은데요. 적절한 목표와 제약요소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반복하는 과정에서 재미와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우리의 현실과 꽤나 비슷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사진출처: 한기웅 님]

🤵 오늘의 인사이터: 한기웅 님

게임과 인간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한기웅 님은 '사람들이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는 동기와 그 안에서 발견되는 인간 심리', '게임에 투영된 철학과 인문학'에 관한 인사이트를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오늘 글을 재미있게 보셨다면 한기웅 님의 개인 블로그 ‘모험을 하게 하는 힘’을 둘러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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