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만 콕콕
- 11번가의 재매각이 본격화했습니다.
- 최대주주 SK스퀘어가 11번가 IPO와 매각에 연달아 실패한 결과죠.
- 재무적 투자자 주도의 매각에 SK스퀘어는 손실이 불가피합니다.
🛒 이커머스 공룡 기업 쿠팡의 압도적인 성장세에 맥을 못 추던 11번가. 작년 하반기에는 싱가포르 이커머스 기업 큐텐에 인수될 거란 소식이 돌았지만 끝내 협상이 무산됐는데요. 최근 11번가의 매각 이야기가 다시 나옵니다. 지난번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죠. 재무적 투자자(FI)🔍의 주도로 이뤄지는 재매각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 재무적 투자자(Financial Investor, FI): 회사의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금전적 수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를 의미합니다. 반대로 경영에 참여하기 위해 투자하는 이들은 전략적 투자자(Strategic Investors, SI)라고 부르죠.
11번가, 왜 매각되는 걸까?
💰2018년의 투자: 지난 2018년 9월, 11번가는 국민연금, 새마을금고와 사모펀드 H&Q코리아 등으로부터 5,000억 원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당시 투자 조건은 5년 이내로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는 것이었죠.
🚨IPO와 매각 실패: 그러나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이커머스 업황도 악화하면서 11번가는 데드라인인 작년 9월까지 상장에 실패했습니다. 이후 싱가포르 이커머스 업체인 큐텐에 매각을 시도했으나 이마저도 결국 불발됐는데요.
🤝 SK스퀘어의 콜옵션 포기: FI는 2018년 11번가에 투자하며 5년 이내에 상장하지 못한다면, FI가 취득한 지분 18.18%를 최대주주 SK스퀘어가 되사줄 수 있는 콜옵션🔍을 조항에 넣었습니다. 그러나 IPO 실패 후 SK스퀘어는 해당 콜옵션을 포기했죠. 이미 적자가 큰 11번가의 지분을 5,000억 원을 주고 사 올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관행에 따라 SK의 투자금 상환을 굳게 믿고 있던 시장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 콜옵션: 어떤 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장래 특정 시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콜옵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자산은 주식, 채권 등의 금융상품 및 원자재와 농축산물 등 다양하죠. 콜옵션의 반대 개념으로 팔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 역시 존재합니다.
이번 매각의 특징은?
👊 강제매각이라고?: SK스퀘어의 콜옵션 포기로 매각 주도권은 FI쪽으로 넘어왔습니다. 투자 당시 SK스퀘어는 IPO에 실패하고 약속된 콜옵션을 포기할 경우, FI가 SK스퀘어의 지분인 80.3%까지 함께 매각할 수 있게 하는 드래그얼롱🔍을 약속했는데요. SK의 콜옵션 포기로 이 조항도 발동한 거죠.
🔍 드래그얼롱(동반매도요구권): 소수 지분을 가진 투자자 혹은 재무적 투자자가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하고자 할 때, 대주주를 포함한 다른 주주들까지 같은 조건으로 매각에 참여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남이 가진 지분까지 강제로 팔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거죠.
💸 원금회수를 목표로: 이번 매각의 주체인 FI는 매각 희망액을 5-6천억 원대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8년 투자 당시 기업가치인 2조 7,500억 원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죠. 투자 당시의 원금이라도 회수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데요.
💰 SK스퀘어, 돈 못 받을지도?: 11번가의 매각은 FI가 최대주주보다 먼저 자금을 회수하는 ‘워터폴’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매각 희망액이 낮게 측정된 만큼 매각이 진행된 후에도 최대주주 SK스퀘어의 수익은 0원에 가까울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 이미 손해야…: 뿐만 아니라 SK스퀘어는 최소 수천억 원의 평가손실을 장부에 반영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현재 SK스퀘어가 가진 11번가 지분 80%의 장부가(1조 500억 원)에 비해 매각 금액이 턱없이 낮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 차라리 잘됐어!: 그런데 SK를 바라보는 시장의 반응은 오히려 긍정적입니다. SK스퀘어가 11번가를 포기하면서 부진한 사업을 덜어냈다고 받아들인 건데요. 작년 12월 한 달간 SK스퀘어의 주가는 오히려 7% 정도 상승했죠.
💪 11번가의 노력: 재매각이 결정된 작년 11월 이후 11번가는 줄곧 기업가치 개선에 힘을 쓰고 있습니다. 희망퇴직을 실시하는가 하면, 지난 1일엔 비효율 사업으로 꼽히던 '티켓 11번가'도 정리했습니다. 오는 2월부터는 11번가는 판매액 500만 원 이상의 판매자에게 서버 이용료로 월 7만 7천 원을 부과하기로 하는 등 수익성 개선 노력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 누구에게 매각할까?: 인수 후보로는 작년에 인수를 추진했던 큐텐, 11번가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은 아마존 등이 거론됩니다.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한국 이커머스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인 중국의 알리바바 역시 후보로 꼽히죠.